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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4

풍성한 책방 : 수박 향기 에쿠니 가오리 191 소담 수박향기 저녁때면 나는 늘 뒷문 옆에 서 있었다. 그곳에는 키가 큰 비파나무가 있고, 머리 이어진 좁은 자갈길이 있었다. 내 마음속에서 그 길은, 그 길을 지나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후키코 씨 후키코 씨에게서는 왠지 모를 어둠의 냄새가 났다. 몸속에 깊은 우물이라도 있는 듯, 밤의 정적이라도 껴안고 있는 듯, 정체 모를 야생동물처럼 주의 깊고, 생동감이라고는 거의 없는 사람 물의 고리 여름 시즌에만 파는 ‘물의 고리’라는 과자가 있었다. 직사각형의 노란색 양갱인데, 위에는 투명한 젤리를 얇게덧입혀고, 양갱과 젤리 사이에는 동그랗게 자른 레몬이 끼워져 있었다. 바닷가 마을 엄마 생일에도 아빠와 바다에 갔다. 엄마가 좋아하는 박꽃을 한 아름 따서 돌아왔는데.. 2022. 3. 6.
풍성한 책방 : i에게 김소연 102 아침달 시인의 말 한사람이 불면의 밤마다 살아서 갈 수 있는 한쪽 끝을 향해 피로를 모르며 걸아갈 때에 한 사람은 이불을 껴안고 모로 누워 원없이 한없이 숙면을 취했다 이 두 가지 일을 한 사람의 몸으로 동시에 했던 시간이었다. Ⅰ 그 좋았던 시간에 대하여 Ⅱ 동그란 보풀이 될 수 있다는 믿음 Ⅲ Mean Time Between Failures 평균 고장 간격 남은 시간 中 휘파람을 불거나 씩씩대거나 꽥꽥 노래도 불렀지만 기도는 하지 않았다 야유를 하기 위해서였다 우리 바깥의 우리 中 우리는 등을 보이지 않을려다 곧 얼굴을 다 잃어버렸다 기나긴 복도 中 너는 잠들지 않고 싶다 너는 꿈꾸지 않고 싶다 나는 그 심정을 모를 수가 없으나 모르고 싶다 뒷표지 우리는 서로 뒤쪽에 있으려 한다 표정은.. 2022. 2. 11.
풍성한 책방 : 별을 읽는 루이스 세오 마이코 271 소미미디어 니베아 크림 “뭐지…… 이 냄새.” 아이가 내 쪽으로 얼굴을 바짝 갖다 대고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나는 향수를 뿌리지 않는다. 샴푸향이 아니면 점심때 먹은 유부 우동 냄새인가? “왠지 이 냄새가 너무 좋아요, 안심이 돼요. 아주 옛날에 내 옆에 있었던 것 같은 냄새.” “옛날에?” “네, 생각은 잘 안 나는데, 자기 전에 슬플 때나 항상이 냄새가 옆에 있었던 것 같아요. 아주 옛날에.” 패밀리 센터 함께 외출하기에는 그런 장소가 제일 좋다. 둘이 생활하면서 정말로 필요한 것들을 사러 가기,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런 소소한 것들로 우리는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다. 근사한 데이트로 좋지만 과한 건 지친다. 우리 관계는 이제 그런 단계까지 발전했다. “영화관이나 바다나 유원지 같.. 2021. 12. 18.
풍성한 책방 : 단 한번의 시선 할런 코벤 583 비채 p18 “당신 이름은 스콧 덩컨, 나이 서른아홉, 컬럼비아 법대 졸업, 변호사 사무실을 차렸으면 지금보단 훨씬 많은 돈을 벌었겠지만 당신은 그런 따분한 일이 싫었소, 당신은 육 개월 째 검찰청에서 일하고 있소. 당신 부모는 작년에 마이애미로 이사했소. 당신에겐 누이가 있었는데, 대학을 다니다가 죽었고.” p49 잭은 그녀가 다가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지만 그레이스는 큰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애썼다. 잭은 그녀에게 등을 보인 채 뻣뻣한 자세로 서 있었다. 고개는 떨구어져 있었다. 그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들뜬 모습으로 분주히 움직였을 터였다. 맥스와 마찬가지로 잭 역시 단 일 분도 잠자코 있지 못했다. 앉아 있을 때도 다리를 떠는 그였다. 언제나 .. 2021.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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