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728x90
반응형

문학동네23

풍성한책방 시 : 그림 없는 그림책,남지은,문학동네 그림 없는 그림 책 남지은 문학동네 시인의 말 초인종이 울린다. 이름 모를 새가 지저귄다.손님이 포기하고 발길을 돌릴 때까지나는 잠자코 기다린다.    어린 독일가문비나무는 크리스마스트리에 쓰인다유리 그리기그럼에도 흰 눈이 그리는 곡선   모조-의심은 나쁜 거여서윤기나는 잎사귀 하나를 떼어내우린 서로의 입속에 깊숙이 찔러넣었어분간하기 어려운 발음이었어 화단-모여 서서 웅성대다가 흩어지는구름 손님, 안녕히 가세요. 글자 가족-꽉 잡아 묶은 머리가지나치게 순종적인 인상을 줍니다 테라스-안도 되고 밖도 되는 곳이 있다낮도 되고 밤도 되는 때도 있다 2024. 7. 23.
풍성한책방 소설 : 아침그리고저녁,욘포세,노벨문학사,문학동네 쉼표로 길에 이어진 문장을 쉼표만큼 쉬어가며 읽었다. 서술어가 주는 소멸해버릴 것만 같은 아득함을 느끼며 읽었고 순간에 찾아오는 여운은 말 줄임표를 스스로 붙여가며 읽게 했다. 아침 그리고 저녁 욘포세 150 문학동네 p17 신이 인간이 되어 우리 사이에서 살게 된 후로, 멀리 있으며 거리가 좁혀졌다는 것을, 그는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신이 모든 것을 주관하고 모든 일이 신의 뜻에 따라 일어난다고는 믿지 않는다. 확실한 것은, 그가 올라이이고 어부이면 마르타와 결혼했고 요하네스의 아들이며 이제, 언제라도, 조그만 사내아이의 아버지가 될 것이며, 아이가 할아버지처럼 요하네스라는 이름을 갖게 되리라는 것 있다. 신이 존재하기는 하겠지, 올라이는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너무 멀리 있거나 너무 가까이.. 2024. 4. 5.
풍성한책방 소설 : 그때이미여우는사냥꾼이었다, 헤르타뮐러,노벨문학상,감시,고문,독재 그때 이미 여우는 사냥꾼이었다 헤르타 뮐러 365 문학동네 사과벌레의 길- 돌멩이들의 열기를 식히지 못한 여름비가 내린 후에, 안마당에 있는 돌 틈으로 검은 개미 떼가 기어 들어갔다. 아다나는 뜨개질바늘에 붙어 있는 투명한 원통형 관을 돌멩이들 틈에 꽂고 그 속으로 설탕물을 흘려보냈다. 개미들이 그 안으로 들어가 나란히 줄을 지었는데, 어떤 건 머리가, 어떤 건 배가 이어져 있었다. 아디나는 관의 양쪽 끝을 성냥불로 지져 붙이고, 그 고리를 목에 걸었다. 그녀는 거울 앞으로 가서 보고 개미 사슬이 살아있다는 걸 알았다. 개미 떼는 질식당한 그곳에서 설탕에 들러붙은 채 모두 죽어 있었지만. 손안의 남자- 칠흑같이 어두운 거리에서 밤은 하나의 파편이고, 보행자는 불빛이 비친 구두코 밑의 소음일 뿐이다. 남자.. 2024. 3. 6.
풍성한책방 시 : 어떤 슬픔은 함께할 수 없다,손택수 어떤 슬픔은 함께할 수 없다 손택수 문학동네 시인의 말/ 혼자다 싶을 때 그 많은 잎들 다 어디 가고 혼자 떨고 있나 싶을 때 나무는 본다 비로소 공중의 뻗어간 뼈를 하늘의 엽맥을 1부 그 눈빛들이 나의 말이다 저녁 숲의 눈동자/ 숲속에 있으면 저녁은 시장한 잎벌레처럼 천장에 숭숭 구멍을 뚫어놓는다 나무의 장례/ 무덤 속에서도 자란다는 머리카락, 손톱 같다 뒤늦게 사정을 안 가지들은 목마름을 견디며 몸 구석구석을 쥐어짜 천천히 말라비틀어져간다 2부 우리는 해지는 너를 벌판을 함께 보았다 ㅁ자 마당에 물 발자국/ 흙 묻은 발이라도 씻고 왔는지 물 발자국이 생겼다 발자국이 하늘로 올라가는 새처럼 희미해진다 찬찬히 대나무/ 끝은 대나무의 생장점 그는 뱀처럼 허물을 벗으며 새 몸을 얻는다 3부 겨울은 지상의 가.. 2024. 2. 25.
풍성한책방 : 세개의 관, 추리소설,세개의무덤,살인 세 개의 관 무덤 속에서 실종된 유령 존 딕슨 카 511 엘릭시르 문학동네 첫 번째 관-학자의 서재 협박/ “머지않은 저녁에 누군가 당신을 방문할 거요. 동생과 엮이면 나 역시 위험에 처할 테지만, 그쪽은 감수할 각오가 되어 있소. 다시 말하지만, 누군가 당신을 방문할 거요. 그 사람이 나였으면 좋겠소, 아니면 동생이 좋겠소?” “동생을 보내, 그리고 당장 꺼져버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그리모가 으르렁거렸다. 문/ 문이 벽에 부딪혀 쾅 소리를 내며 되튕겼고, 방안에서는 샹들리에가 찰랑대며 흔들렸다. 밖으로 나온 것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무언가 밖으로 나오려 애를 쓰고 있었다. 그것을 제외하면 밝은 방안은 텅 비어 있었다. 램폴의 눈에 엄청난 양의 피를 뒤집어쓰고 있는 무언가가 들어왔다. 그것은 검정색.. 2024. 2. 25.
풍성한책방 : 잠자는 추억들, 파트릭모디아노 잠자는 추억들 파트릭모디아노 149 문학동네 p7 내게도 아주 먼 과거에 만남의 시간이 있었다. 그 시절 나는 자주 공허의 두려움을 느끼곤 했다. 내가 그런 어지럼증을 느끼던 것은 나 혼자 있을 때가 아니라 바로 그때 막 만나서 알게 된 어떤 사람들과 같이 있을 때였다. 나는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분명 저 사람들을 따돌릴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거야, 하고 속으로 혼잣말을 하곤 했다. 그런 인물들 중 몇몇은 정말이지 사람을 어느 지경까지 몰아갈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비탈이 미끄러웠다. p51 요컨대 우리는 우리가 처음 만나 거리에서 육 년 만에 다시 만난 것이었는데 나는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가 없었다. 시간은 멈춰있었고, 다만 그 어린아이의 존재가 더해져 조금 달라진 모습으로 우리의 첫 만남이.. 2023. 10. 23.
풍성한 책방 : 시, 반복 반복 이준규 문학동네 시인의 말- 반복한다. 관념- 관념은 두부 같고 관념은 두부를 찍어 먹는 간장 같아서 나는 조랑말을 끌고 산을 넘었다. 겨울- 나는 네가 우물에 돌을 던지며 웃던 날을 기억했다. 그 우물은 얼어 있었다. 너도 얼어 있었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시를 읽었다. 겨울이었다. 그것을- 그것은 떨어지고 그것은 구르고 그것은 사라지고 그것은 고정된다. 그러니까 그것을 꼭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흐릿하다- 너는 소멸로 향해 갈 것이다. 너는 끝내 너를 소진할 것이다. 너는 어떤 것도 남기지 않을 것이다. 너는 어떤 소리를 듣는다. 그것은 내면의 소리다. 그것은 외면의 소리다. 물이 흐른다. 2023. 10. 2.
풍성한책방 : 특별요일 특별요리 스탠리 엘린 374 문학동네(엘릭시르) 특별요리- 아프가니스탄과 러시아의 경계에 자리잡은 좁고 황폐한 곳인데, 작은 언덕배기에 지나지 않지만 귀한 양들이 방목되고 있다고 스비로가 슬쩍 말하더군. 어떤 수단을 썼는지 모르겠지만 스비로는 보잘것없는 숫자만 남은 이 양떼에 대한 권리를 취들해서 식당 요리에 램 아마르스탄을 사용하는 유일한 레스토랑 주인이 되었다네. 그 요리가 나오는 경우는 심히 드물어. 요리가 나오는 정확한 날짜는 그날 오는 고객의 행운에 달려 있다고 할 정도로 예측이 불가능하지. 손발의 몫- 나는 돋보기로 곤충을 관찰하는 과학자처럼 인류라는 종을 관찰하면서 인생의 한 부분을 보냈습니다. 재미있고 유익했어요. 그리고 한 가지 결론에 이르렀는데, 다른 무엇보다도 내 자신의 성공을 일구는.. 2023. 5. 16.
풍성한책방 : 지구를 이승이라 불러줄까 고형렬 문학동네 시인의 말- 그의 날개는 결코 작지 않았다 나의 두 가슴만했다 숨을 모으고 그리고 거두어가도 그의 시의 여행은 여기까지이다 태양 마중- 이상의 삶들은 이 시각, 빌딩과 사람과 교통을 오렌지빛으로 물들인다 눈달밤- 눈 발자국 소리가 재미있었다 당최 얼굴은 너 나 알아볼 수 없었지만 다시 작년의 지하도를 통과하며- 춥겠다, 대리석 지하도를 건너가는 말 구두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 시간을 건너다 이 수도의 밤별 속에서 찰랑찰랑, 알 길 없는 물의 흔들림만 2023. 4. 10.
풍성한 책방 : 요리사가 너무많다 렉스스타우트 407 문학동네 p65 커노 스파 안에서는 어디를 가든, 정원에서 산책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사 제곱틸로미터에 육박할 이 숲을 누가 쓸고 나무의 먼지를 누가 터는지 모르지만 분명 모범적인 살림 솜씨였다. 호텔 본관과 근처에 드문드문 있는 별관들, 그리고 온천이 있는 건물 주위에는 잔디밭, 관목, 꽃들이 있었다. 정문에서 삼십 미터 떨어진 곳에는 근사한 분수가 세 개 있었다. 웨스트 버지니아 주에 있는 군의 이름을 딴 별관에는 자체의 주방도 딸려 있고 크기로 보면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건물이었다. 내가 파악한 바로 별관은 적절한 가격에 더 철저한 사생활을 누릴 수 있는 곳이었다. 별관 중 포카혼타스 관과 업셔 관 두 채가 열다섯 명의 …… 아니, 열 명의 요리장들에.. 2023. 3. 6.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