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에세이23 풍성한책방에세이 : 아무튼,잠.정희재.제철소 아무튼, 잠“이보다 더 확실한 행복은 없다” 정희재 141 제철소 p14글을 쓰다가 막막하고 마음에 쥐가 날 것 같으면 침대로 갔다. 내 인생에서 잠은 한결같이 중요했고, 어려운 문제가 있을 때는 더 그랬다. 얼마나 많은 침대 위 시간을 거쳐 지금의 내가 됐는지 헤아릴 수 없다. p36어린 나이에 출가한 티베트의 동자승들은 틈만 나면 숨어서 잔다고 한다. 그렇게 토막잠이라도 보충하지 않으면,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을 수 없을뿐더러 건강을 유지하기도 힘들 것이다. 잘 먹고 푹 자는 것. 그 본능과 욕망 앞에 누군들 자유로울까. p75거친 세상에서 치욕과 불편과 고통을 견딘 몸을 합법적으로(?) 눕힐 수 있는 시간, 지금부터는 누워 있어도 게으르다는 자책이나 질책을 받지 않아도 된다. 눈 감고 .. 2025. 7. 20. 풍성한책방에세이 : 초록을 입고, 오은, 난다 초록을 입고오은의 5월 오은 290 난다 작가의 말/책을 쓰면서 전채前菜, 주요리, 후식을 떠올렸습니다.하루를 시작하는 속표지가 전채,그날의 글이 주요리,‘오발단(오늘이 발견한 단어)’이 후식이 되었으면 했습니다.전채와 주요리와 후식이 잘 어울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디에 있든 “오늘 하루 잘 살았다!”라고스스로 말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p14동네를 산책하는 일은 글쓰기 앞뒤에 루틴이기도 하다.산책도 내게는 노동에 준하는 일이다.걷고 발견하고 사색해야 하므로 이따금 길을 잃기라도 하면 평소 보이지 않던 것이 눈앞에 나타나므로, 그것이 또 다른 쓰기로 연결될 것이다. 내친김에 일 년 가까이 연락하지 못한 친구에게 전화도 해야겠다. 잘 살아 있느랴고 묻는 대신 그동안 어떻게 지냈느랴고 물어야지.‘.. 2025. 7. 20. 풍성한책방에세이 : 내가늙어버린여름,이자벨드쿠르티브롱,김영사 내가 늙어버린 여름 이자벨 드 쿠르티브롱 223 김영사 p25약하고 닳아버린 나, 앞으로 다가올 세월에 불안해하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그 세월이 나에게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위협적인 방식으로 다가온다. 그토록 믿고 있던 나 자신에게 이보다 더 큰 수모한 있을 수 없다. 어떻게 하면 스스로도 몰라보게 된 몸과 세상앞에서 점점 더 자기 안으로만 움츠러드는 겁 많은 노파가 되지 않을 수 있을까? p65비밀번호의 악몽은 그야말로 진정한 호러 영화에 버금간다. 비밀번호의 굽이굽이를 돌 때마다 나는 점점 더 혼란의 수렁 속으로 깊이 빠져든다. p122아주 어렸을 때부터 사람들에게서 걸핏하면 ‘진짜 세상’은 내팽개치고 책 속에만 틀어박혀 산다는 꾸지람을 들어온 나이지만, 그건 엄연한 사실이다. 내가 게걸스.. 2025. 5. 20. 풍성한책바 에세이 : 아무튼,서재,김윤관,제철소 서재, 아무튼 “자기만의 책상이란얼마나 적절한 사물인가” 김윤관 139 제철소 목수의 서재-어느 목수가 꿈꾸는 완벽한 서재 이야기 서재에 대한 상상은 언제나 즐겁다.서재는 단지 책으로 가득 찬 공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책장-책을 사랑하는 자가 가져야 할 균형 책장에 있어 중요한 요소는 책장 한 칸의 높이와 넓이이다. 책장의 목적은 간단하다. 책을 많이 보관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되도록 지저분하지 않고 아름답게 보관하고 싶다는 욕망을 바탕으로 한다. 책상-온전한 나를 대면하기 위한 필수품 서재의 중심은 책상이다. 책상은 서재의 문패와도 같다.책상이 있다면 그 공간을 서재라 부르기에 충분하다. 어쩌면 누군가에게 가장 완벽한 서재는 책상 하나가 놓인 적절한 크기의 텅 빈 공간일 것이다. 의자-서재의 럭셔리, .. 2024. 5. 31. 풍성한책방 에세이 : 반짝이는 밤의 낱말들, 유희경,아침달 반짝이는 밤의 낱말들 유희경 318 아침달 당신에게/적요란 참 오래된 것이지요. 그것은 내가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아니 인간의 짧은 역사로는 가늠할 수 없는 때부터 있었던 현상. 아무것도 없다가 조금씩 드러나는 어떤 감정. 그 감정의 낱말들. 익숙한 듯 낯선, 처음인 동시에 처음이 아닌 그런. Ⅰ. 밤의 낱말들제1부낯설고 먼 곳의 오래된 성당에서 손금/나는 궁금하지 않았다.시간이 어떤 모양으로 다가올지에 대해서. 졸음/아득해졌다. 모든 것이 고요하다. 나는 자리에 앉아서 움직이지 않았는데, 그건 아주 작은 조각구름과 같아 보이기도 하고 적적해보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니 아득해졌다는 표현이 아니고서는 그때를 설명할 수 없다. 불안/괜찮다가 아니라 괜찮지 않다가 되어서 그림자를, 딱 그만큼의 그림자를 만.. 2024. 5. 3. 풍성한책방 : 마음의주인,이기주,에세이,마음,사랑,생애,사람 마음의 주인 이기주 207 말글터 1부 마음心 사람 마음에는 저마다 강이 흐른다- 행복은 수많은 우연과 우연히 그야말로 우연한 계기에 의해서 서로 포개지고 스며든 결과인지 모른다. ‘드는 생각’은 머릿속에서 우연히 솟아나는 생각이다. 마음대로 제어할 수가 없다. 생각이 불쑥불쑥 고개를 드는 순간 두더지 잡기 게임을 하듯이 생각을 내려쳐 억누를 수 없거니와 일부러 끄집어낼 수도 없다. 2부 사랑愛 사랑은 마음이 날씨를 살피는 일인지 모른다- 데체되지 않는 존재는 특별하다. 특별하기 때문에 궁금하다. 인간은 수백 수천 개의 각기 다른 방이 촘촘히 연결된 벌집 같은 구조로 이루어져 있을지 모른다. 하나의 방에서 일어난 소란은 다닥다닥 붙어 있는 다른 방들로 퍼져나가며 크게 증폭되기 마련이다. 조그마한 돌멩이 .. 2024. 2. 25. 풍성한책방 : 사물의 뒷모습 사물의 뒷모습 안규철 291 현대문학 1 식물이 시간 2 스무 개의 단어 3 예술가들에게 은혜를 4 마당 있는 집 관성- 정체성이란 이름으로 내 안에 들어앉은 타성과 편견의 바위들을 끌어내고, 익숙한 방향으로만 흐르려는 생각이 물길을 다른 곳으로 돌릴 힘이 나에게 있는가. 소음에 대하여- 우리가 사는 세상은 거대한 잡음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이다. 그럴수록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더 큰 소리를 낼 수밖에 없고, 저마다 내는 더 큰소리들은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이다. 이 악순환의 딜레마에서 빠져나오려면 결국 우리는 더 낮은 목소리로 말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무의미한 말을 줄이고 침묵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완성되지 않는 원圓- 시작점과 끝점이 만나는 순간에 스스로 안으로 닫히면 완성되는 원은, .. 2023. 5. 3. 풍성한 책방 : 익숙한 길의 왼쪽 황선미 203 창비 1부 오래된 통증- 사람은 선택적으로 기억을 지우기도 한다. 너무나 고통스러운 기억을 해마에서 지우는 건 아마도 본능적인 자기 보호일지도 모른다. 그런 일이 나에게만 일어났다면 나의 새끼손가락은 생각보다 슬픈 기억을 갖고 있는 게 분명하다. 내 발등에는 죽은 거미가 남긴 듯한 일그러진 자국이 있다. 오래된 거미줄 같은 흔적, 뜨겁게 살이 파였으나 기어이 아물고 기특하게 건재하여 쉰해가 넘도록 나를 지탱하고 있는 나의 발 무늬, 지독한 엄마가 나에게 나누어 준 뼈와 살의 크기. 틀림없이 내 인생의 마지막까지 함께해줄 나의 가장 낮은 몸, 언제나 최선을 선택할 머리에 충실하여 가장 좋은 곳으로 나를 데려가 주고 어떤 경우에도 내 편일 몸. 나의 발은 또 다른 나의 머리, 나이 엄마다. 2.. 2022. 10. 10. 풍성한 책방 : 빛나는 말 가만한 생각 김별아 412 예담 조금 덜 아프고 조금 덜 외롭게 나와 함께 울어주고 내 삶을 일으켜준 위로와 희망이 문장들 p11 ‘감사하다’의 반대말은 ‘감사하지 않는다’가 아니라 ‘당연하게 여긴다’이다. 무언가를 누리는 일을 당연하게 여기게 되면 뻔뻔해진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더 많이 누리지 못함을 불평한다. 삶이 당연해지면 이윽고 지루해진다. 지루함을 이기기 위해 더 자극적인 오락을 찾아 헤맨다. 기적을 믿지 못하기에 기적을 모사한 ‘한탕’을 꿈꾼다. p45 삶이 고통스럽기에 웃어야 한다. 고통스러울수록 더 웃어야 한다. 내가 약해서 웃어야 하고, 상대가 악해도 웃어야 한다. 마지막 순간까지 웃는 사람이 강한 것이다. 진짜 승리는 그곳에 있다. p100 가족이라는 사회 구성단위는 그 자체가 모순적이다. 힘이.. 2022. 8. 1. 풍성한 책방 : 죽은 자의 집 청소 김완 250 김영사 1장 홀로 떠난 곳을 청소하며 p33 마음 단단히 먹자. 용을 잡으러 던전에 들어서는 검투사의 투구라도 빌려온다면 좀 침착해질 수 있을까? 어둠 속에서 왼손으로 거미줄을 걷어내며 이리저리 빛을 비춰본다. 누군가의 집이 아니라 거대한 쓰레기통 안에 들어온 것 같다. 오래 침잠해 있던 수많은 쓰레기는 내가 들어서자 케케묵은 먼지를 일으켜 환영 인사를 건넨다. 먼지라기엔 밀도가 높아서 차라리 모래 공기라 불러야 할 것 같다. p41 부름을 받고 다다르는 곳곳에 가난과 고독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검게 색 바랜 빈곤의 잎사귀가 우수수 떨어져 도처에 널브러져 있는 것 같다. 내 시선이 오랫동안 가난에 물들어 무엇을 봐도 가난의 상징으로 여기는 것일까? 어떤 날은 죽은 이의 우편함에 꽂힌 채 아래.. 2022. 6. 13. 이전 1 2 3 다음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