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가족9 풍성한 책방 : 아몬드 손원평 263 창비 2021/1 p29 누구나 머릿속에 아몬드를 두 개 가지고 있다. 그것은 귀 뒤쪽에서 머리로 올라가는 깊숙한 어디께, 단단하게 박혀 있다. 크기도, 생긴 것도 딱 아몬드 같다. 복숭아씨를 닮았다고 해서 ‘아미그달라’라든지 ‘편도체’라고 부르기도 한다. 외부에서 자극이오면 아몬드에 빨간 불이 들어온다. 자극의 성질에 따라 당신은 공포를 자각하거나 기분 나쁨을 느끼고, 좋고 싫은 감정을 느끼는 것이다. 그런데 내 머릿속의 아몬드는 어딘가가 고장 난 모양이다. p90 부모는 자식에게 많은 걸 바란단다. 그러다 안되면 평범함을 바라지. 그게 거라고 생각하면서. 그런데 말이다, 평범하다는 건 사실 가장 이루기 어려운 가치란다. 생각해보면 할멈이 엄마에게 바란 것도 평범함이었을지 모르겠다. 엄마.. 2022. 3. 19. 풍성한 책방 : 귀환 히샴 마타르 336 돌베개 p10 우리 가족은 지금으로부터 33년 전인 1979년에 리비아를 떠났다. 이 시간은 우리 가족이 리비아를 떠날 때 여덟 살 소년이었던 나와 성인이 된 지금의 나를 갈라놓은 아주 깊은 틈이 되었다. 비행기는 그 깊은 구렁을 가로질러 날아가고 있었다. 이것은 확실히 무모한 여행이었다. 이번 여행은 내가 여태껏 애써서 익힌 기술, 곧 익숙한 공간과 사람들로부터 멀리 떨어진 채 살아남으려고 애썼던 시간들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었다. p46 1973년 내가 세 살이 되기 전, 아버지는 유엔 대표부의 행정관직을 그만두고자 사표를 제출했다. 사직서를 내면서 자신과 아내가 고향에 가고 싶어하고 두 아들을 리비아에서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이것은 사실이었지만, 이유의 전부는 아니었다. p8.. 2022. 3. 11. 풍성한 책방 : 수박 향기 에쿠니 가오리 191 소담 수박향기 저녁때면 나는 늘 뒷문 옆에 서 있었다. 그곳에는 키가 큰 비파나무가 있고, 머리 이어진 좁은 자갈길이 있었다. 내 마음속에서 그 길은, 그 길을 지나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후키코 씨 후키코 씨에게서는 왠지 모를 어둠의 냄새가 났다. 몸속에 깊은 우물이라도 있는 듯, 밤의 정적이라도 껴안고 있는 듯, 정체 모를 야생동물처럼 주의 깊고, 생동감이라고는 거의 없는 사람 물의 고리 여름 시즌에만 파는 ‘물의 고리’라는 과자가 있었다. 직사각형의 노란색 양갱인데, 위에는 투명한 젤리를 얇게덧입혀고, 양갱과 젤리 사이에는 동그랗게 자른 레몬이 끼워져 있었다. 바닷가 마을 엄마 생일에도 아빠와 바다에 갔다. 엄마가 좋아하는 박꽃을 한 아름 따서 돌아왔는데.. 2022. 3. 6. 풍성한 책방 : 악몽수집가 글.그림 엄주 145 아침달 진실을 비추는 손전등 특수한 조명이 달린 이 손전등은 악몽을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는 조명이 되기도 한다. 머릿속의 꿈을 손전등으로 인화하여 볼 수 있다. 손전등의 밝기는 총 5단계로 설계되어 있어 잔인하거나 흉측한 악몽은 희미하게 비추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억을 금세 잊게 하는 향수 시트러스 향을 지녔으며 머리맡에 은은히 뿌려줘야 효과적이다. 자고 일어나 악몽을 복기하며 괴로워하는 사람에게 특효약이며, 환한 낮에는 효과가 없는 대신 졸음이 쏟아진다는 부작용이 있다. 현실에 기반한 악몽을, 비현실적인 꿈으로 바꿔주는 손목시계 금은방에서는 고물 취급할 만큼 허름한 손목시계지만, 악몽을 꾸는 사람에게 채워주면 어린아이의 상상력처럼 비현실적이고 미소를 짓게 만드는 꿈으로 바꿔준.. 2022. 1. 28. 풍성한 책방 : 저녁이 쉽게 오는 사람에게 이사라 문학동네 145 1부 사람은 어떻게 이별이 아플수 있을까 2부 없는 가족도 자리잡고 앉는 밤 3부 서럽게 어렵게 뜨겁게 4부 잠 속에서도 잠을 잤다. 집밥 中 돌아오지 못하는 그리운 마음들이 멀리서 저 혼자 뜸드는 밥이 임종(臨終) 中 오래 닳은 슬픔 끝에서 한 나무가 쓰러진다 시인의 말 늘 해질 무렵이었다. 새살이 돋아야 했던 기억들 항상 그때였다. 상처가 있는데 안 아프다고 상처가 없는데 아프다고 생각이 물들 때까지 참 오래 걸렸다. 이제 가볍게 집으로 간다. 2021. 12. 24. 풍성한 책방 : 별을 읽는 루이스 세오 마이코 271 소미미디어 니베아 크림 “뭐지…… 이 냄새.” 아이가 내 쪽으로 얼굴을 바짝 갖다 대고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나는 향수를 뿌리지 않는다. 샴푸향이 아니면 점심때 먹은 유부 우동 냄새인가? “왠지 이 냄새가 너무 좋아요, 안심이 돼요. 아주 옛날에 내 옆에 있었던 것 같은 냄새.” “옛날에?” “네, 생각은 잘 안 나는데, 자기 전에 슬플 때나 항상이 냄새가 옆에 있었던 것 같아요. 아주 옛날에.” 패밀리 센터 함께 외출하기에는 그런 장소가 제일 좋다. 둘이 생활하면서 정말로 필요한 것들을 사러 가기,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런 소소한 것들로 우리는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다. 근사한 데이트로 좋지만 과한 건 지친다. 우리 관계는 이제 그런 단계까지 발전했다. “영화관이나 바다나 유원지 같.. 2021. 12. 18. 풍성한 책방 : 호텔선인장 에쿠니 가오리 180 소담출판사 계기 모자와 오이는 동이 틀 무렵까지 2의 방에 있었습니다. 2는 곤혹스러워하면서도 술안주를 준비하고, 모자가 흘린 담뱃재도 닦아가며, 자몽 주스를 마시면서 어울렸습니다. 2에게 친한 친구가 없었기 때문에 모자와 오이는 2에 첫 방문객이었습니다. 2는 자신의 방에 손님이 있다는 것이 그리 나쁘지 않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세 사람의 방 2는 머리가 혼란스러웠습니다. 모자와 오이가 찾아왔을 때 무척 기뻤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갑자기 텅 비어버린 방안이 너무 쓸쓸해서 당혹스러운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래서 2는 자신이 그 두 사람의 방문을 기뻐하는 건지 불편해하는 건지, 아무리 생각해도 결론지을 수 없었습니다. 도박 경마장 건물은 약간 더러움이 탄, 분홍색 .. 2021. 11. 5. 풍성한 책방 : 불량가족 레시피 현재 가족의 모습이 바뀔 수 없면, 내가 만들 수 있는 가족의 모습을 만드는데 어떤 노력을 해야할 까. 함께 읽으면 좋을 책 ‘이상한 정상가족’ 손현주 199 문학동네 p20 져녁 여덟시는 할매의 휴식 시간이다. 할매가 약장사 공연만큼이나 좋아는 텔레비전 시청이 시작되기 때문에 늦게 들어오는 사람에게는 밥이 없다. 할매의 관심 분야는 뉴스부터 홈드라마까지 다양하다. 뉴스를 볼 때면 할매의 정치적 성향을 정확히 알 수 있다. 촛불 시위나 용산 참사, 농민 시위와 같은 사건 보도에서는 꼭 거드는 한마디가 있다. “나라를 어지럽히는 빌어 처묵을 새끼들은 모두 불살라 직이야 한다.” p42 오랜만에 ‘날으는 바늘’에 갔다. ‘날바’는 코스튬플레이 전용 카페로, 스튜디오가 따로 있어 사진을 찍기에도 편하다. 2층.. 2020. 11. 16. 풍성한 책방 : 이상한 정상가족 정상가족이라는 기준은 누가 만드는 것인가? 그 범주에 들지 못하는 가족은 정상이 아닐까. 김희경 284 동아시아 p56 가정 내 체벌을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가족의 사생활 영역에 국가의 개입을 요청하는 전체주의적 발상으로 비칠 수도 있다. 그러나 가정 내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법으로 가정폭력, 부부강간을 금지하듯 아이들에 대한 체벌도 마찬가지다. 부모의 관심과 보호가 언제나 좋은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고 아이들은 스스로를 보호하기가 어려우므로 성인과 동일하게 아이들도 신체의 온전성을 보존할 권리를 국가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어야 한다. p115 한국의 가족주의는 소위 ‘정상가족’인 가부장적 가족만 인정하는 일종의 이데올로기다. 법적 혼인절차가 수반되지 않은 임신과 출산, 양육에 대한 사회적 보호와.. 2020. 10. 29. 이전 1 다음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