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시30 풍성한책방 시 : 그림 없는 그림책,남지은,문학동네 그림 없는 그림 책 남지은 문학동네 시인의 말 초인종이 울린다. 이름 모를 새가 지저귄다.손님이 포기하고 발길을 돌릴 때까지나는 잠자코 기다린다. 어린 독일가문비나무는 크리스마스트리에 쓰인다유리 그리기그럼에도 흰 눈이 그리는 곡선 모조-의심은 나쁜 거여서윤기나는 잎사귀 하나를 떼어내우린 서로의 입속에 깊숙이 찔러넣었어분간하기 어려운 발음이었어 화단-모여 서서 웅성대다가 흩어지는구름 손님, 안녕히 가세요. 글자 가족-꽉 잡아 묶은 머리가지나치게 순종적인 인상을 줍니다 테라스-안도 되고 밖도 되는 곳이 있다낮도 되고 밤도 되는 때도 있다 2024. 7. 23. 풍성한책방 시 : 밤이라고 부르는 것들 속에는,안희연,현대문학 밤이라고 부르는 것들 속에는 안희연 현대문학 우리는 모두 한 권의 죽음이 되어간다/가장 가까운 시간부터 차례차례 그를 읽는다갈피마다 사소한 불행이 끼어 있다단번에 읽어 내려가기 힘든 책이다 겨울의 재료들/재봉틀, 이 시간을 모두 기워 입고서비로소 내가 될 때까지 나의 겨자씨/언제고 내가 다시 일으킬 이름내 최후의 눈빛이 담길 호리병 변속장치/요즘나는 자주 나를 놓친다 빚진 마음의 문장(에세이)-성남 은행동 그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우선 ‘유년’이라는 단어의 문을 열어야 한다. 유년이라는 단어는 문이 많은 단어군群 에 속한다. 2024. 5. 3. 풍성한책방 시 : 없음의대명사,오은,문학과지성사 없음의 대명사 오은 문학과지성사 시인의 말‘잃었다’의 자리에는 ‘있었다’가 있었다. 1부 범람하는 명랑 그것들-화 낼 준비를 하는 사람이미 화풀이를 하고 있는 사람편견을 갖게 되면 발음할 때없던 화도 만들어지게 돼 있어 그것-백 미터 달리기를 할 때면심장이 뛰었다살아 있다는 확신이어느 날살려고 애쓰는 감각이 되어 있었다 그것-그것참 신기하구나 그것참 다행이구나 그것참 부드럽구나…… 나는 이불 속으로, 꿈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여름밤에 내리던 것이 겨울밤에 쌓이고 있었다 2부 무표정도 표정 그들-첫차는 어제 치 피곤을 싣고 들어오고막차는 오늘 치 피곤을 나르듯 떠난다 그-사람은 고유명사로 태어나 보통명사로 살아간다 우리-.. 2024. 4. 24. 풍성한책방 시 : 숨쉬는 무덤, 김언,아침달 숨쉬는 무덤 김언 아침달 시인의 말- 삼십년 만에 첫 비, 하고 쓴다. 그사이 내리던 비를 모두 무시하고 내리는 비. 내리는 비를 피해 뛰어 가는 사람들의 당황이 모두 처음 같다. 모두 처음 보는 얼굴이다. 1부 이명- 한번도 이름을 밝힌 적이 없는 벌레들이 죽은 듯이 알을 까고 죽은 듯이 알을 깨고 나와 귓속에서 눈 속으로 눈 속에서 다시 더러운 내 눈을 들여다본다 2부 몰라도 되는 것들- 내가 이때까지 신주처럼 모셔왔던 것들 도대체 모순이 없는 것들 내 안에서 가장 완벽한 것들 세상에서 나만 알고 있는 것들 이라고 믿어왔던 것들 3부 호수 여행- 나 오늘부터 호수 여행을 떠나요 당신의 아픈 호수 속으로 내몸을 밀어 넣어요 영혼은 자두나무 꼭대기에 걸어두고 나 오늘부터 여행을 떠나요 가물치보다도 긴 여.. 2024. 3. 10. 풍성한책방 시 : 어떤 슬픔은 함께할 수 없다,손택수 어떤 슬픔은 함께할 수 없다 손택수 문학동네 시인의 말/ 혼자다 싶을 때 그 많은 잎들 다 어디 가고 혼자 떨고 있나 싶을 때 나무는 본다 비로소 공중의 뻗어간 뼈를 하늘의 엽맥을 1부 그 눈빛들이 나의 말이다 저녁 숲의 눈동자/ 숲속에 있으면 저녁은 시장한 잎벌레처럼 천장에 숭숭 구멍을 뚫어놓는다 나무의 장례/ 무덤 속에서도 자란다는 머리카락, 손톱 같다 뒤늦게 사정을 안 가지들은 목마름을 견디며 몸 구석구석을 쥐어짜 천천히 말라비틀어져간다 2부 우리는 해지는 너를 벌판을 함께 보았다 ㅁ자 마당에 물 발자국/ 흙 묻은 발이라도 씻고 왔는지 물 발자국이 생겼다 발자국이 하늘로 올라가는 새처럼 희미해진다 찬찬히 대나무/ 끝은 대나무의 생장점 그는 뱀처럼 허물을 벗으며 새 몸을 얻는다 3부 겨울은 지상의 가.. 2024. 2. 25. 풍성한 책방 : 시, 반복 반복 이준규 문학동네 시인의 말- 반복한다. 관념- 관념은 두부 같고 관념은 두부를 찍어 먹는 간장 같아서 나는 조랑말을 끌고 산을 넘었다. 겨울- 나는 네가 우물에 돌을 던지며 웃던 날을 기억했다. 그 우물은 얼어 있었다. 너도 얼어 있었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시를 읽었다. 겨울이었다. 그것을- 그것은 떨어지고 그것은 구르고 그것은 사라지고 그것은 고정된다. 그러니까 그것을 꼭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흐릿하다- 너는 소멸로 향해 갈 것이다. 너는 끝내 너를 소진할 것이다. 너는 어떤 것도 남기지 않을 것이다. 너는 어떤 소리를 듣는다. 그것은 내면의 소리다. 그것은 외면의 소리다. 물이 흐른다. 2023. 10. 2. 풍성한책방 : 지구를 이승이라 불러줄까 고형렬 문학동네 시인의 말- 그의 날개는 결코 작지 않았다 나의 두 가슴만했다 숨을 모으고 그리고 거두어가도 그의 시의 여행은 여기까지이다 태양 마중- 이상의 삶들은 이 시각, 빌딩과 사람과 교통을 오렌지빛으로 물들인다 눈달밤- 눈 발자국 소리가 재미있었다 당최 얼굴은 너 나 알아볼 수 없었지만 다시 작년의 지하도를 통과하며- 춥겠다, 대리석 지하도를 건너가는 말 구두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 시간을 건너다 이 수도의 밤별 속에서 찰랑찰랑, 알 길 없는 물의 흔들림만 2023. 4. 10. 풍성한책방 : 나는 아무것도안하고 있다고 한다 김사이 창비 시인의 말- 시가 여전히 길다 덜 성숙하니 일상에서 내 말보다 시가 더 길다 제1부 지독하게 살았으나 제2부 나는 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제3부 떨림도 그리움도 버린 제4부 다시 반성을 하며 공포영화- 홀로 삼년째 복직투쟁하는 해고자는 작업복만 봐도 일하고 싶다 꽃반지- 엄마의 금반지는 늙어가면서 굵어졌다 공범-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 공범의 정치 공생(共生)하자면 공사(共死)로 간다 2023. 3. 21. 풍성한 책방 : 산책 소설 오은경 현대문학 1부 물속에 유리 물고기가 있었다 2부 나는 대체 어디에 와 있는 걸까? 3부 전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었다 에세이 미끄럼질 수 많은 오해를 통해- 걸을 때마다 햇빛이 잘렸다 억새를 쥐었더니 손안에 상처가 남았다 오래 방치된 땅이었다 너는 움푹 팬 자리에 앉아 밭을 바라봤다 이제는 희미해져 기억에서 흐릿해졌지만 유실물- 흙 속에 낡은 운동화 한 짝이 박혀 있었다. 어디야? 너의 목소리가 허공에 울리고 나는 계속 돌무덤을 팠다. 미끄럼질- 글을 쓰는 나는 현실 세계와 시의 경계에서 일종의 가교 역할을 한다. 나는 화자와 가까우면서도 가깝지 않고 닮았으면서도 닮지 않았다. 시에서 대상을 ‘바라보는’ 화자에게 대상이 다다를 수 없는 심연이듯 글을 쓰는 나에게도 화자는 통제할 수 있는 영역 바깥에.. 2023. 2. 13. 풍성한 책방 : 여기까지가 미래입니다 황인찬 아시아 20편의 시중에서 법 앞에서- 문이 열리고 아이가 고개를 내밀려 묻는다 천국이 있어요? 시인노트- 대상을 들여다보면 대상이 사라진다는 것. 대상을 선택하는 순간 대상이 대상을 벗어난다는 것. 이것이 쓰는 일의 신비함이다. 시인 에세이- 너무 가까운 사건은 아름다울 수 없다. 내 가족의 숭고한 희생은 아름다울 수 없고, 어제 일어난 비극에 대해 쓸 때, 그것을 아름답게 쓰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예술이 무력함의 원인이다. 2023. 1. 16. 이전 1 2 3 다음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