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성한책방 소설 : 아침그리고저녁,욘포세,노벨문학사,문학동네
쉼표로 길에 이어진 문장을 쉼표만큼 쉬어가며 읽었다. 서술어가 주는 소멸해버릴 것만 같은 아득함을 느끼며 읽었고 순간에 찾아오는 여운은 말 줄임표를 스스로 붙여가며 읽게 했다. 아침 그리고 저녁 욘포세 150 문학동네 p17 신이 인간이 되어 우리 사이에서 살게 된 후로, 멀리 있으며 거리가 좁혀졌다는 것을, 그는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신이 모든 것을 주관하고 모든 일이 신의 뜻에 따라 일어난다고는 믿지 않는다. 확실한 것은, 그가 올라이이고 어부이면 마르타와 결혼했고 요하네스의 아들이며 이제, 언제라도, 조그만 사내아이의 아버지가 될 것이며, 아이가 할아버지처럼 요하네스라는 이름을 갖게 되리라는 것 있다. 신이 존재하기는 하겠지, 올라이는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너무 멀리 있거나 너무 가까이..
2024. 4. 5.
풍성한책방 소설 : 그때이미여우는사냥꾼이었다, 헤르타뮐러,노벨문학상,감시,고문,독재
그때 이미 여우는 사냥꾼이었다 헤르타 뮐러 365 문학동네 사과벌레의 길- 돌멩이들의 열기를 식히지 못한 여름비가 내린 후에, 안마당에 있는 돌 틈으로 검은 개미 떼가 기어 들어갔다. 아다나는 뜨개질바늘에 붙어 있는 투명한 원통형 관을 돌멩이들 틈에 꽂고 그 속으로 설탕물을 흘려보냈다. 개미들이 그 안으로 들어가 나란히 줄을 지었는데, 어떤 건 머리가, 어떤 건 배가 이어져 있었다. 아디나는 관의 양쪽 끝을 성냥불로 지져 붙이고, 그 고리를 목에 걸었다. 그녀는 거울 앞으로 가서 보고 개미 사슬이 살아있다는 걸 알았다. 개미 떼는 질식당한 그곳에서 설탕에 들러붙은 채 모두 죽어 있었지만. 손안의 남자- 칠흑같이 어두운 거리에서 밤은 하나의 파편이고, 보행자는 불빛이 비친 구두코 밑의 소음일 뿐이다. 남자..
2024. 3.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