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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107

풍성한책방 소설 : 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에쿠니가오리,소담출판사 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 에쿠니 가오리   275   소담출판사  p20자살한 사람들의 이름은 공포되지 않았고, 세 사람 다 80대라는 것만 전해졌을 뿐 그들의 관계도 동기도 불분명했다. 다만 현장에는 유서가 남겨져 있고 자살이란 것만은 확실한 듯했다. 도우코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근거 없는 불안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치사코 씨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은 가시지 않았다. 가시기는커녕 여전히 근거 없이 의심은 제멋대로 부풀고, 스스로 자신이 좀 이상하다고 여기면서 도우코는 몇 년 넘게 못 만난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머니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몇 번을 걸었지만 어김없이 부재중 메시지로 넘어가고 그때마다 도우코는 듣는 즉시 전화해 달라고 부탁했다. 밤이 되어서야 전화가 걸려 왔는데 어머니는 줄곧 경.. 2024. 9. 17.
풍성한책방소설 : 백설공주살인사건,미나토가나에,재인 백설공주 살인사건 미나토 가나에  319  재인 1장 동료 1 시구레 계곡에서 일어난 사건 말이야.딱 알아듣지 못하는 걸 보니 뉴스를 통 안 보는 모양이구나.T 현의 T 시에 있는 시구레 계곡 숲속에서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뉴스, 어제 크게 보도되었잖아.시체가 열 군데 넘게 칼에 찔린 데다 석유를 뿌리고 태우기까지 했대.그건 안다고?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다는 말이구나.그렇겠지.나도 어제는 뉴스를 보고 내가 사는 도시에서 저렇게 엄청난 사건이 일어났나 싶어서 좀 놀랐으니까. 미인은 어디 있건 눈에 띄기 마련인가 봐.지금 우리 회사는 어딜 가나 그 사건 얘기뿐이야. 다들 입을 열 기회만 노리고 있었던 거 아니겠어. 미심쩍은 일이 있어도 곧장 경찰에 증언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이번에 알았어. 2장.. 2024. 9. 17.
풍성한책방 소설 : 빨간머리피오,마르탱파주,문이당 빨간머리 피오 마르탱 파주  272  문이당 p71980년 5월 9일 피오의 미소는 어머니의 자궁을 통과했다. 이제 막 태어난 이 미소는, 허심탄하게 웃는 사람이나 일요일이 행복을 만끽하는 사람의 미소 같을 수는 없었다. 그 미소는 드문 빛줄기 아래서만,예컨대 어슴푸레한 어둠의 장막 아래 혹은 흔히 존재하지 않는 그런 순간이나 죽기 직전 최후의 말을 하는 이들의 눈에만 드러났다. p35피오가 아홉 살이 되었을 때 하늘색이 또 바뀌어 버렸다. 수학 시간 중이었는데 캠핑카에 불이 났던 것이다. 그녀는 결코 숫자를 용서할 수 없었다. 소방관은 마메 할머니를 전혀 찾아내지 못했다. 어떤 트럭이 와서는 캠핑카의 잔해를 재활용 공장으로 가져가 버렸다.보이지는 않아도 할머니의 시신이 그 안에 뒤섞여 있을 텐데,  p.. 2024. 7. 15.
풍성한책방 소설 : 행성어서점,김초엽,마음산책 행성어 서점 김초엽   216   마음산책 서로에게 닿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선인장 끌어안기/내가 이곳에 처음 왔을 때 파히라는 무척이나 날이 서 있었다. 그는 나를 함부로 대했고 유일하게 접촉 통증을 덜 느낀다는 발끝을 이용해서 물건들을 밀어 던졌다. 밤이 되면 비명을 지르며 거실을 빙글빙글 돌았고 아침에는 일그러진 얼굴로 나에게 선인장을 재배열하라고 명령했으며, 배열이 지시한 것과 맞지 않다는 이유로 나에게 욕을 퍼부었다. #cyborg_positive/기묘한 동정과 시혜적 태도가 섞인 댓글을 볼 때면 리지는 묘한 기분을 느꼈다. 그대도 대개의 댓글을 만족스러웠다. 아름답다, 예쁘다, 평범한 눈보다 사랑스럽다, 비율로 따지자면 그런 반응이 더 많았다. 유기체 눈을 가진 사람들이 리지를 동경할 때마다 리.. 2024. 5. 13.
풍성한책방 소설 : 아침그리고저녁,욘포세,노벨문학사,문학동네 쉼표로 길에 이어진 문장을 쉼표만큼 쉬어가며 읽었다. 서술어가 주는 소멸해버릴 것만 같은 아득함을 느끼며 읽었고 순간에 찾아오는 여운은 말 줄임표를 스스로 붙여가며 읽게 했다. 아침 그리고 저녁 욘포세 150 문학동네 p17 신이 인간이 되어 우리 사이에서 살게 된 후로, 멀리 있으며 거리가 좁혀졌다는 것을, 그는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신이 모든 것을 주관하고 모든 일이 신의 뜻에 따라 일어난다고는 믿지 않는다. 확실한 것은, 그가 올라이이고 어부이면 마르타와 결혼했고 요하네스의 아들이며 이제, 언제라도, 조그만 사내아이의 아버지가 될 것이며, 아이가 할아버지처럼 요하네스라는 이름을 갖게 되리라는 것 있다. 신이 존재하기는 하겠지, 올라이는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너무 멀리 있거나 너무 가까이.. 2024. 4. 5.
풍성한책방 소설 : 그때이미여우는사냥꾼이었다, 헤르타뮐러,노벨문학상,감시,고문,독재 그때 이미 여우는 사냥꾼이었다 헤르타 뮐러 365 문학동네 사과벌레의 길- 돌멩이들의 열기를 식히지 못한 여름비가 내린 후에, 안마당에 있는 돌 틈으로 검은 개미 떼가 기어 들어갔다. 아다나는 뜨개질바늘에 붙어 있는 투명한 원통형 관을 돌멩이들 틈에 꽂고 그 속으로 설탕물을 흘려보냈다. 개미들이 그 안으로 들어가 나란히 줄을 지었는데, 어떤 건 머리가, 어떤 건 배가 이어져 있었다. 아디나는 관의 양쪽 끝을 성냥불로 지져 붙이고, 그 고리를 목에 걸었다. 그녀는 거울 앞으로 가서 보고 개미 사슬이 살아있다는 걸 알았다. 개미 떼는 질식당한 그곳에서 설탕에 들러붙은 채 모두 죽어 있었지만. 손안의 남자- 칠흑같이 어두운 거리에서 밤은 하나의 파편이고, 보행자는 불빛이 비친 구두코 밑의 소음일 뿐이다. 남자.. 2024. 3. 6.
풍성한책방 소설 : 조각들,미나토가나에 조각들 미나토 가나에 301 김영사 프롤로그- 모래가 든 주머니를 상상해보세요. 작은 이질감은 그 주머니에 생긴 긁힌 상처 같은 거에요. 본인이 작은 틈을 필요 이상으로 의식해서 만지작거리다 틈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본인은 그다지 의식하지 않거나 혹은 의식하지 않으려 하는데도 남이 조심성 없이 만지는 바람에 주머니에 구멍이 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1장 육, 십사- 밤 중에 물소리가 들리면 무섭지만 수도꼭지가 조금 열려 있었다는 이유를 알면 무섭지 않아. 이유를 알면 대책도 세울 수 있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니까. 사흘째에는 근육통이 가셔서 다시 달리기를 시작했어. 이제 근육통이 오지는 않았고 닷새째부터는 숨도 안 차기에 거리도 5킬로로 늘렸지. 이레째에 재봤더니 1킬로 줄어서 뛸 듯이 기뻤어. 다음 .. 2024. 2. 25.
풍성한책방 : 세개의 관, 추리소설,세개의무덤,살인 세 개의 관 무덤 속에서 실종된 유령 존 딕슨 카 511 엘릭시르 문학동네 첫 번째 관-학자의 서재 협박/ “머지않은 저녁에 누군가 당신을 방문할 거요. 동생과 엮이면 나 역시 위험에 처할 테지만, 그쪽은 감수할 각오가 되어 있소. 다시 말하지만, 누군가 당신을 방문할 거요. 그 사람이 나였으면 좋겠소, 아니면 동생이 좋겠소?” “동생을 보내, 그리고 당장 꺼져버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그리모가 으르렁거렸다. 문/ 문이 벽에 부딪혀 쾅 소리를 내며 되튕겼고, 방안에서는 샹들리에가 찰랑대며 흔들렸다. 밖으로 나온 것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무언가 밖으로 나오려 애를 쓰고 있었다. 그것을 제외하면 밝은 방안은 텅 비어 있었다. 램폴의 눈에 엄청난 양의 피를 뒤집어쓰고 있는 무언가가 들어왔다. 그것은 검정색.. 2024. 2. 25.
풍성한책방 : 잠자는 추억들, 파트릭모디아노 잠자는 추억들 파트릭모디아노 149 문학동네 p7 내게도 아주 먼 과거에 만남의 시간이 있었다. 그 시절 나는 자주 공허의 두려움을 느끼곤 했다. 내가 그런 어지럼증을 느끼던 것은 나 혼자 있을 때가 아니라 바로 그때 막 만나서 알게 된 어떤 사람들과 같이 있을 때였다. 나는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분명 저 사람들을 따돌릴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거야, 하고 속으로 혼잣말을 하곤 했다. 그런 인물들 중 몇몇은 정말이지 사람을 어느 지경까지 몰아갈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비탈이 미끄러웠다. p51 요컨대 우리는 우리가 처음 만나 거리에서 육 년 만에 다시 만난 것이었는데 나는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가 없었다. 시간은 멈춰있었고, 다만 그 어린아이의 존재가 더해져 조금 달라진 모습으로 우리의 첫 만남이.. 2023. 10. 23.
풍성한책방 : 저주토끼 저주토끼 정보라 355 래빗홀 저주토끼- 할아버지의 집안은, 아니 우리 집안은 명확하게 천민 취급조차 받지 못했다. 굿을 해 주는 무당도 아니고 점을 봐주는 것도 아니며 시신 염습이나 장례와도 원칙적으로 상관이 없었기 때문이다. 불분명하게 무속과 관련이 있는 일을 하지만 절대로 아무도 내놓고 말하지는 않고, 농기구 수리나 대장장이 일도 분명히 해주고, 그래서 뭐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 알 수 없었고, 게다가 잘못 건드리면 저주를 받을지도 모른다는 소문도 돌았다. 물론 우리 집안 사람들은 절대로 개인적인 원한 관계에 저주물품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동네 사람들은 그런 우리 집안 불문율을 알 리가 없었고 안다고 해도 상관하지 않았다. 머리- ‘머리’는 한번 나타나자 끈질기게 다시 출몰하기 시작했다. 물을 내리고.. 2023.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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