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분류 전체보기490 풍성한책방에세이 : 아무튼,잠.정희재.제철소 아무튼, 잠“이보다 더 확실한 행복은 없다” 정희재 141 제철소 p14글을 쓰다가 막막하고 마음에 쥐가 날 것 같으면 침대로 갔다. 내 인생에서 잠은 한결같이 중요했고, 어려운 문제가 있을 때는 더 그랬다. 얼마나 많은 침대 위 시간을 거쳐 지금의 내가 됐는지 헤아릴 수 없다. p36어린 나이에 출가한 티베트의 동자승들은 틈만 나면 숨어서 잔다고 한다. 그렇게 토막잠이라도 보충하지 않으면,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을 수 없을뿐더러 건강을 유지하기도 힘들 것이다. 잘 먹고 푹 자는 것. 그 본능과 욕망 앞에 누군들 자유로울까. p75거친 세상에서 치욕과 불편과 고통을 견딘 몸을 합법적으로(?) 눕힐 수 있는 시간, 지금부터는 누워 있어도 게으르다는 자책이나 질책을 받지 않아도 된다. 눈 감고 .. 2025. 7. 20. 풍성한책방에세이 : 초록을 입고, 오은, 난다 초록을 입고오은의 5월 오은 290 난다 작가의 말/책을 쓰면서 전채前菜, 주요리, 후식을 떠올렸습니다.하루를 시작하는 속표지가 전채,그날의 글이 주요리,‘오발단(오늘이 발견한 단어)’이 후식이 되었으면 했습니다.전채와 주요리와 후식이 잘 어울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디에 있든 “오늘 하루 잘 살았다!”라고스스로 말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p14동네를 산책하는 일은 글쓰기 앞뒤에 루틴이기도 하다.산책도 내게는 노동에 준하는 일이다.걷고 발견하고 사색해야 하므로 이따금 길을 잃기라도 하면 평소 보이지 않던 것이 눈앞에 나타나므로, 그것이 또 다른 쓰기로 연결될 것이다. 내친김에 일 년 가까이 연락하지 못한 친구에게 전화도 해야겠다. 잘 살아 있느랴고 묻는 대신 그동안 어떻게 지냈느랴고 물어야지.‘.. 2025. 7. 20. 풍성한책방소설: 밤산책,찰스디킨스,은행나무 밤 산책 찰스 디킨스 195 은행나무 밤 산책/교회의 종이 울리면 한밤중 노숙자는 처음에 길동무가 자신을 부르는 것으로 착각하기도 한다.하지만 종소리의 파동이 둥글게 퍼져나가면 무슨 소리인지 명확히 인지하기 시작하고, 그 후에도 계속 퍼져나가(어떤 철학자의 암시처럼) 영원한 공간으로 퍼져가나, 착각은 바로 잡히며 고독감은 한층 깊어진다. 길을 잃다/길을 잃은 아이가 느꼈던 비이성적인 공포가 지금도 그때처럼 생생하게 떠오른다. 내가 그때 차라리 사자가 지배하는 비좁고 번잡하고 불편한 거리가 아닌 북극에서 길을 잃었다면, 그 정도로 겁에 질리지는 않았을 것이다.나는 얼마나 놀랐던지 한동안 울고불고하며 거리를 오르락내리락했다. 그러나 엉망이 된 자존심으로 어느 건물 앞마당에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는.. 2025. 5. 20. 풍성한책방에세이 : 내가늙어버린여름,이자벨드쿠르티브롱,김영사 내가 늙어버린 여름 이자벨 드 쿠르티브롱 223 김영사 p25약하고 닳아버린 나, 앞으로 다가올 세월에 불안해하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그 세월이 나에게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위협적인 방식으로 다가온다. 그토록 믿고 있던 나 자신에게 이보다 더 큰 수모한 있을 수 없다. 어떻게 하면 스스로도 몰라보게 된 몸과 세상앞에서 점점 더 자기 안으로만 움츠러드는 겁 많은 노파가 되지 않을 수 있을까? p65비밀번호의 악몽은 그야말로 진정한 호러 영화에 버금간다. 비밀번호의 굽이굽이를 돌 때마다 나는 점점 더 혼란의 수렁 속으로 깊이 빠져든다. p122아주 어렸을 때부터 사람들에게서 걸핏하면 ‘진짜 세상’은 내팽개치고 책 속에만 틀어박혀 산다는 꾸지람을 들어온 나이지만, 그건 엄연한 사실이다. 내가 게걸스.. 2025. 5. 20. 풍성한책방 시 : 구름과집사이를걸었다,박지웅,문학동네 구름과 집 사이를 걸었다 박지웅 문학동네 시인의 말라일락을 쏟았다올 겨울, 눈과 나비가 뒤섞여 내리겠다 1부 나비를 읽는 법/문법 밖에서 율동하는 필체나비는 아름다운 비문임을 깨닫는다 뼈저린 일/허리가 나가니 못 일어난다내가 내 몸에서 떨어진 것이다떨어져서야 비로소 뼈의 땅을 발견했다 피리/길게 내쉬니 몸 어디선가 낯선 소리가 난다어쩌면 세상이나 내 몸이나 이렇게 푸는 것인가 2부 라일락 전세/약국 앞 세탁소 앞 수선집 앞에서 내려 오순도순모두 라일락 속으로 들어오면 나는 기뻤다그때 밤하늘은 여전히 신생대였고그 별자리에 세 들어 살던 날이 있었다 그늘의 가구/낮은 옥상에 새들마저 끊기고 추운 밤들이 오고너덜거리는 나무창문 위로 달이 넘어갔다달은 밤마다 희미한 가구를 빈방에 밀어넣었다 택시/내가 행복했던 .. 2025. 5. 20. 풍성한책방 시 : 햇빛두개더,고영민,문학동네 햇빛 두 개 더 고영민 문학동네 시인의 말이건 연습이에요.연습일 뿐이에요. 1부 분명 우리에게 내일은 슬픈 것2부 일껏 섧게3부 반그늘4부 봄 쪽으로 늙은 시-꺼내 다시 읽어보니그새 늙어 있다 검은 넥타이-지난밤이 흘릭 간 걸까길가에 떨어진저 넥타이 뿌리의 심정-저 푸른 잎을 달고 있는 가지는 죽은 가지가 가져보지 못할 시간을 대신 살고 있다 이 많은 저녁 속에-입지도 벗지도 않은 그때를저녁이라 불렀어요 2025. 5. 20. 풍성한책방소설 : 어둠의심장,조지프콘래드,휴머니스트 어둠의 심장 조지프 콘래드 238 휴머니스트 p11해가 졌다 강물 위로 땅거미가 내리고 강기슭을 따라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진흙 평지에 세 다리로 우뚝 서 있는 채프먼 등대가 강렬히 반짝였다. 항로에서 배들의 불빛이 이리저리 움직였다. 마구 뒤섞인 채 오르내리는 불빛들. 그리고 저 멀리 서쪽 상류 유역으로는 괴물처럼 커다란 도시의 위치가 여전히 하늘에 불길하게 나타나 있었다. 햇빛 속에서는 어둠에 뒤덮여 있던 것이 별빛 아래서는 야단스러울 만큼 환히 빛나며.“그리고 이곳 또한…….” 말로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지구상의 어두운 곳 중 하나였지.” p47풀로 만든 담이 무너진 폐허에는 어딘가 애처로울 만큼 유치한 구석이 있더군. 각자 27킬로그램에 가까운 짐을 든 자들 육십 쌍이 매일 맨발로 .. 2025. 5. 20. 풍성한책방,에세이 : 가기전에쓰는글들,허수경,난다 가기 전에 쓰는 글들유고집 허수경 363 난다 1부 시작메모(2011~2018) 2011년 4월 26일-봄 오후나는 놓고 그냥 사라지고 싶은 봄 오후그래도 아무 미련 없이 참 난감한 봄 오후나의 신조는 혼자서 말라가지 않는 거예요. 2011년 8월 11일-오늘 내가 본 것은 무엇이었는가?나비였다. 빛에 팔랑거리는 그 무엇이었다.네가 자꾸 내 속의 가장 깊은 곳으로 들어가서 숨는다.이 빛 속에 네가 바랠까 겁난다.그렇게 될 것이다. 그래야 한다 싶은 마음은 어느 도시의 골목을 젖은 머리칼을 하고 지나가는 비바람 같다. 빛이 많은 이곳에서 견딜 수 없는 시간까지 살아야 한다는 것이 곤욕스럽다. -괴로운 순간이야.그게 좋아.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방을 좋아하지.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 있는 방.그 방.. 2025. 5. 20. 풍성한책방 에세이 : 아무튼 연필, 김지승,제철소 아무튼 연필 김지승 219 제철소 프롤로그-기록과 흔적 나는 주로 세상에 없는 이들만을 사랑해왔는데, 글을 쓰는 동안에는 그만 수많은 예외가 생겼다. 이글이 또한 그런 예외적 사랑의 흔적으로 남는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1부 연필 연필이 지리학 어른들은 나를 두고 무신경하게 말했다. 들으라고 하는 말은 아닌 것 같았는데 ‘들어도 별수 없고’인 말이긴 했다. 그때마다 보이지 않는 손가락 하나가 내 이마를 천천히 힘주어 미는 듯했다. 경계에 있는 어딘가와 어딘가, 누군가와 누군가를 위해 ‘사이’를 건축할 줄 아는 지리학적 상상력을 무엇보다 갈망한 건 그때부터다. 검색창에 연필을 입력하세요 나 우울해, 그 한마디만 몸 밖으로 털어내면 어찌어찌 또 몇 문장 밀어낼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시간에는 그 .. 2024. 9. 17. 풍성한책방 소설 : 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에쿠니가오리,소담출판사 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 에쿠니 가오리 275 소담출판사 p20자살한 사람들의 이름은 공포되지 않았고, 세 사람 다 80대라는 것만 전해졌을 뿐 그들의 관계도 동기도 불분명했다. 다만 현장에는 유서가 남겨져 있고 자살이란 것만은 확실한 듯했다. 도우코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근거 없는 불안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치사코 씨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은 가시지 않았다. 가시기는커녕 여전히 근거 없이 의심은 제멋대로 부풀고, 스스로 자신이 좀 이상하다고 여기면서 도우코는 몇 년 넘게 못 만난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머니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몇 번을 걸었지만 어김없이 부재중 메시지로 넘어가고 그때마다 도우코는 듣는 즉시 전화해 달라고 부탁했다. 밤이 되어서야 전화가 걸려 왔는데 어머니는 줄곧 경.. 2024. 9. 17. 이전 1 2 3 4 ··· 49 다음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