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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27

풍성한책방풍성한책갈피 : 월든18 맺음말 헨리데이비드소로 506 민음사 단순히 시간의 경과만으로 밝아올 수 없는 것이 새벽이다. 우리 눈을 멀게 하는 빛은 우리에게 어둠이나 마찬가지다. 우리가 깨어 있는 날이어야만 동트는 새벽이 찾아온다. 앞으로 더 많은 새벽을 맞이할 수 있다. 태양은 아침에 뜨는 별에 지나지 않는다. 2023. 2. 26.
풍성한책방풍성한책갈피 : 월든17 봄 헨리데이비드소로 506 민음사 봄은 노란색이 아니라 초록색 리본처럼 여름을 향해 흐른다. 찬 서리에 제지를 받지만 이내 땅 밑에서 밀어 올리는 싱싱한 생명력으로 지난해의 마른 풀잎을 제치고 솟아오른다. 풀잎은 실개천이 땅속에서 스미어 나오듯 쉬지 않고 자란다. 풀잎과 실개천은 거의 같다. 만물이 성장하는 6월에 실개천이 바싹 마르면 풀잎이 그 물줄기가 되고, 해마다 가축들은 영원히 푸른 이 물줄기를 통해 물을 마시고, 사람들은 겨울에 가축이 먹을 건초를 얻는다. 그렇게 우리 인간의 생명은 결국에 시들어 버리지만 뿌리는 낚아서 영원을 향해 푸른 잎을 밀어 올린다. 2023. 2. 19.
풍성한책방풍성한책갈피 : 월든 16 겨울 호수 헨리데이비드소로 506 민음사 내가 월든 호수를 관찰하여 얻은 결과는 인간의 윤리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 그것은 평균의 법칙이다. 두 개의 지름에 관한 교차 법칙은 우리를 태양계 안의 태양으로, 인체내의 심장으로 인도할 뿐 아니라 어떤 사람이 날마다 행하는 특정한 행동들과 그만을 향하는 삶의 파도를 종합하여 세로 선과 가로 선을 긋는다. 두 선이 교차하는 부분에 그의 인격에서 가장 높거나 깊은 곳이 나타날 것이다. 이때 그의 호숫가가 어떤 방향으로 기울었는지, 또 인접한 지역이나 환경이 어떤지 안다면 우리는 그의 깊이와 감추어진 바닥의 상태를 추정할 수 있으리라. 2023. 2. 12.
풍성한책방풍성한책갈피 : 월든 15 겨울 동물들 헨리데이비드소로 506 민음사 산토끼나 자고새가 황급히 달아나는 모습을 볼 때면 단순히 야생동물 같지 않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처럼 당연히 예상할 수 있는 자연의 일부를 마주한 기분이 든다. 어떤 변혁의 바람이 불어와도 자고새와 산토끼는 대지의 진정한 토박이답게 계속 번성할 것이다. 숲의 나무들이 베어져도 새롭게 돋아나는 새싹과 수풀이 그들에게 숨을 장소를 제공할 테고, 그러면 그 수는 과거 어느 때보다 훨씬 많아질 것이다. 산토끼 한 마리에게 먹을 것과 숨을 곳을 마련해 주지 못하는 시골만큼 척박한 곳은 없으리라. 몇몇 목동들이 잔가지로 만든 덫이나 말총 올가미를 놓았지만 우리 마을 숲에는 자고새와 산토끼가 넘치도록 많아서 늪지 주변에서조차 녀석들이 한가롭게 돌아다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 2023. 2. 5.
풍성한책방풍성한책갈피 : 월든14 이전의 거주자들과 겨울 방문객들 헨리데이비드소로 506 민음사 가끔은 눈이 쌓였는데도 저녁 산책을 하고 돌아오면 문에서부터 시작된 벌목꾼이 남긴 깊은 발자국과 마주쳤다. 벽난로 위에는 그가 깎아 놓은 나무토막들이 수북했고, 집 안 어디에서나 그가 피운 파이프 담배 냄새가 진동했다. 어느 일요일 오후에는 내가 집에 있을 때 누군가 눈을 밟고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 사람은 선견지명이 있는 농부로 사교적인‘한담’을 나누려고 먼 곳에서 숲은 지나 내 집을 방문했다. 단순한 농부가 아니라 사명감으로 농사를 짓는 진정한 농부였다. 비록 교수의 가운이 아닌 흔한 작업복을 입었지만 마치 헛간에서 퇴비를 한 짐 능숙하게 실어 내듯 교회나 국가에서 도덕적 교훈을 이끌어 낼 줄 알았다. 2023. 1. 29.
풍성한책방풍성한책갈피 : 월든13 난방 헨리데이비드소로 506 민음사 거의 사용해 보지 않았지만 막 베어 낸 단단한 생나무는 어떤 땔감보다 내 목적에 잘 맞았다. 겨울날 오후에 산책을 나가면서 나는 이따금 벽난로에 생나무로 불을 피워두고 집을 나섰다. 그러고 서너 시간 뒤 돌아왔을 때 불은 여전히 살아서 이글이글 타고 있었다. 내가 밖에 나가고 없어도 내 집은 비어 있지 않았다. 이를테면 쾌활한 가정부에게 집을 맡기고 외출한 셈이다. 나와 불이 함께 살았고, 대체로 가정부는 신뢰할 만했다. 2023. 1. 22.
풍성한책방풍성한책갈피 : 월든12 동물 이웃들 헨리데이비드소로 506 민음사 가을날 나는 들오리들이 사냥꾼들의 눈에서 한참 벗어나 호수 한복판을 교묘하게 이리저리 누비며 헤엄치는 걸 몇 시간씩 지켜보았다. ~ 높은 하늘에 검은 점처럼 떠 있으면 다른 호수와 하천도 쉽게 살펴볼 수 있을 터였다. 그리고 이미 어디론가 날아가버렸겠거니 생각하고 있으면 어느새 400미터 높이에서 비스듬히 하강하여 아무도 없는 먼 곳에 내려앉곤 했다. 그런데 나로서는 녀석들이 월든 호수 한복판에서 헤엄을 치면서 얻는 것이 안전 말고 또 무엇이 있는지 모르겠다. 녀석들도 나와 같은 이유로 월든 호수를 사랑하는 게 아닐까. 2023. 1. 15.
풍성한책방풍성한책갈피 : 월든11 더 높은 법률 헨리데이비드소로 506 민음사 우리의 전반적인 삶은 놀랄 만큼 도덕적이다. 미덕과 악덕 사이에 단 한 순간의 휴전도 없다. 선은 결코 실패하지 않는 유일한 투자다. 온 세상에 울려 퍼지는 하프의 선율이 우리를 감동시키는 것은 바로 그런 사실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하프는 우주라는 보험 회사를 위해 우주의 법칙을 소개하는 외판원이고, 우리가 베푸는 자그마한 선행은 지불해야 할 보험료다. ~ 하프의 현을 건드리거나 현을 괴는 받침대를 옮기면 매력적인 도덕의 선율이 흘러나와 우리를 사로잡는다. 귀에 거슬리는 소음도 아주 멀리 떨어져 있으면 음악으로, 우리의 천박한 삶을 풍자하는 당당하면서도 감미로운 선율로 들린다. 2023. 1. 8.
풍성한책방풍성한책갈피 : 월든10 베이커 농장 그는 미국이라는 원시적이고 새로운 나라에서 새롭지 않고 오래된 나라의 방식으로 살 생각을 하고 있다. 피라미를 미끼로 농어를 낚으려 하다니! 물론 피라미도 때로는 좋은 미끼인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그 또한 자신의 삶이란 지평선을 온전히 앞에 두고도 가난하게 태어난 데다 여전히 가난하다. 아일랜드의 빈곤과 가난한 삶, 아담이 할머니 때부터 수렁에서 허우적대던 생활 방식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그렇기 때문에 늪지를 헤치며 돌아다니는 발에 탈라리아라도 신지 않는 한 그는 물론이고 후손들도 그 땅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2023. 1. 1.
풍성한책방풍성한책갈피 : 월든 9 호수 호수처럼 아름답고 순수하며 동시에 거대한 것이 지구상에 또 있을까. 하늘을 담은 물, 여기에는 울타리도 필요 없다. 수많은 종족이 찾아왔다가 돌아갔지만 호수는 더럽히지 못했다. 호수는 어떤 돌로도 깨드릴 수 없는 거울이다. 그 거울에 바른 수은은 결코 닳아 없어지지 않고, 그 거울에 입힌 금박은 자연이 계속 새로 입혀 절대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폭풍우나 먼지도 맑고 깨끗한 수면을 흐리지 못한다. 거울 같은 수면에 불순물이 떨어져도 모두 사라져 버린다. 2022.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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