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728x90
반응형

2

풍성한 책방 : 흰 한강 189 문학동네 p36 죽음이 매번 그녀를 비껴갔다고, 또는 그녀가 매번 죽음을 등지고 앞으로 나아갔다고 생각한다. 죽지마, 죽지 마라 제발. 그 말이 그녀의 몸속에 부적으로 새겨져 있으므로, 그리하여 그녀가 나 대신 이곳으로 왔다고 생각한다. 이상하리만큼 친숙한, 자신의 삶과 죽음을 닮은 도시로. p55 엉망으로 넘어졌다가 얼어서 곱은 손으로 땅을 짚고 일어서던 사람이, 여태 인생을 낭비해왔다는 걸 깨달았을 때, 씨팔 그 끔찍하게 고독한 집구석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이게 뭔가. 대체 이게 뭔가 생각할 때 더럽게도 하얗게 내리는 눈. p81 이따금 각설탕이 쌓여 있는 접시를 보면 귀한 무엇인가를 마주친 것 같은 기분이 된다. 어떤 기억들은 시간으로 인해 훼손되지 않는다. 고.. 2021. 10. 8.
풍성한 책방 : 여우들은 밤에 찾아온다 세스 노터봄 213 문학동네 곤돌라 과거의 어떤 일이 일어났으면 대부분 현재와의 거리, 시간, 소멸, 망각이 뒤따르는 법이다. 때로 생각이 나거나 기억이 뚜렷하지 않은 게 정상이다. 다만 그 일로 마음이 편치 않은 일만 없다면 그렇게 지나가버린다. 뇌우 순식간에 여름이 지나갔다. 성(城)을 이룬 회색 구름들, 구름이 드리워 거무칙칙해진 스페인풍의 하얀 집들, 그리고 갑작스러운 정원의 침수, 비가 올 때면 그렇게 맹렬했다. 헤인즈 삶은 떠나 생(生)의 문을 닫을 때 하찮고 의미 없는 비밀들을 갖고 사라질 희망은 있다. 그 비밀이 무엇이든 간에 나는 임무를 완수했다. 인생, 그게 무슨 의미인지 누가 내게 말해줄 수 있는가? 나는 ‘인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오랫동안 깨닫지 못했지만, 어쨌든 지난 천년은 인간.. 2021. 7. 16.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