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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한책방풍성한책갈피 : 데미안2

by 풍성한 그림 2022. 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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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세계-

내가 지금 하나의 비밀을,

하나의 죄를 지니고 있으며,

그것은 나 혼자 스스로

삼켜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쩌면 나는 바로 지금

갈림길에 서 있는지도 몰랐다.

어쩌면 나는

이 시각부터는

영원히 나쁜 것에 소속되고,

나쁜 사람들과 비밀을 공유하고,

그들에게 종속되고,

그들에게 복종하고,

분명 그들 같은 사람이 되리라.

잠시 어른행세를,

영웅의 연기를 했었다.

이제 나는

그 결과를 감당해야 했다.

 

카인-

이런 생각을 나는 끝없이 했다.

돌 하나가 우물 안에 던져졌고,

그 우물은

나의 젊은 영혼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긴,

몹시 긴 시간 동안 카인,

쳐죽임, 표적은 바로 인식,

회의, 비판에 이르려는

나의 시도들의 출발점이었다.

 

예수 옆에 매달린 도둑-

나의 문제가 모든 인간의 문제,

모든 삶과 생각의 문제라는

통찰이 갑자기 신성한 그림자처럼

나를 뒤덮었다.

그리고 가장 나다운

개인적인 삶과 생각이

얼마나 깊이

거대한 사유의 영원한 흐름에

관여되어 있는가를 보고

갑자기 느끼게 되자

두려움과 경외심이 나를 압도했다.

 

베아트리체-

모든 것이 일종의 강압 같았다.

나는 내가 해야만 하는 것을 했다.

달리 나 자신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오래 혼자 있는 것이 두려웠다.

늘 거기로 마음이 기울었다고

느끼는 그 많은 부드럽고,

부끄럽고 은밀한 감정의 내습이

두려웠다. 그토록 자주 엄습하는

연연한 사랑의 생각이 두려웠다.

내게 가장 결핍된 한 가지,

그건 친구였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연주가 놀라웠다.

최고도로 개인적인 의지와

끈질김의 표현이어서

마치 기도처럼 들렸다.

저기서 연주하고 있는 사람은

이 음악 안에 보물 하나가

숨겨져있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자신의 생명을 얻듯

이 보물을 얻어내려고 구하고,

가슴 뛰고, 애쓰고 있다고,

나는, 테크닉 면에서는,

음악을 별로 많이 이해하지 못하지만,

바로 이런 영혼의 표현은

어린 시절부터 본능적으로 이해했으며

내 속에서 음악적인 것을

자명한 것으로 느끼고 있었다.

 

야곱의 싸움-

나는 형언할 수 없이 불안과

체험의 새로운 느낌에 휩싸여

몸을 떨었다. 별들이 내 앞에서

번쩍거리다가 꺼졌다.

최초의, 아주 잊혀진 유년으로까지,

실로 전생과 생성의

초기 단계까지 이르는 기억들이,

콸콸 흘러나를 스쳐 흘러갔다.

나의 온 생애를,

가장 비밀스러운 것까지

되풀이하는 듯한 기억들은

어제 오늘로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계속 나아갔고, 미래를 비추었고,

나를 오늘로부터 낚아채어,

새로운 삶의 형식들 속으로 넣었다.

그 새로운 삶의 영상들은

엄청나게 환하고 눈부셨으나

그 중 어느 것도

나중에는 제대로 기억할 수 없었다.

 

에바부인-

그 날부터 나는 아들이자 형제처럼,

또한 연인처럼 그 집을 드나들었다.

등 뒤로 그 집 문을 닫고 들어설 때면,

멀리서 정원의 큰 나무들이

나타나는 것이 보이기만 해도,

나는 벌써 풍요롭고 행복했다.

바깥에는 현실이 있었다.

바깥에는 거리와 집들,

사람들과 시설들,

도서관과 강의실들이 있었다.

그러나 여기 안에는

사랑과 영혼이 있었다.

여기에는 동화가 꿈이 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다고 우리가 세상으로부터

차단되어 사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종말-

이따금 열쇠를 찾아내어

완전히 내 자신 속으로 내려가면,

거기 어두운 거울 속에서

운명의 영상들이

잠들어 있는 곳으로 내려가면,

거기서 나는 그 검은 거울 위로

몸을 숙이기만 하면 되었다.

그러면 나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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