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성한 책방 : 채식주의자
한강 247 창비 채식주의자 p18 꿈을 꿨어, 라고 아내는 두 번 말했다. 달리는 차장 너머, 터널의 어둠 위로 그녀의 얼굴이 스쳐갔다. 처음 보는 사람처럼 그 얼굴은 낯설었다. 그러나 거래처 사람에게 둘러댈 변명과 오늘 소개할 시안을 삼십 분 안에 정리해내야 했으므로, 더 이상 아내의 이상한 행동에 대해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p43 이제는 오 분 이상 잠들지 못해. 설핏 의식이 나가자마자 꿈이야. 아니, 꿈이라도 할 수 없어. 짧은 장면들이 단속적으로 덮쳐와. 번들거리는 짐승의 눈, 피의 형사, 파헤쳐진 두개골, 그리고 다시 맹수의 눈, 내 뱃속에서 올라온 것 같은 눈, 떨면서 눈을 뜨면 내 손을 확인해. 내 손톱이 아직 부드러운지, 내 이빨이 아직 온순한지. p60 어떤 고함이, 울부짖음이 겹겹이..
2022. 4.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