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자살3 풍성한 책방 : 죽은 자의 집 청소 김완 250 김영사 1장 홀로 떠난 곳을 청소하며 p33 마음 단단히 먹자. 용을 잡으러 던전에 들어서는 검투사의 투구라도 빌려온다면 좀 침착해질 수 있을까? 어둠 속에서 왼손으로 거미줄을 걷어내며 이리저리 빛을 비춰본다. 누군가의 집이 아니라 거대한 쓰레기통 안에 들어온 것 같다. 오래 침잠해 있던 수많은 쓰레기는 내가 들어서자 케케묵은 먼지를 일으켜 환영 인사를 건넨다. 먼지라기엔 밀도가 높아서 차라리 모래 공기라 불러야 할 것 같다. p41 부름을 받고 다다르는 곳곳에 가난과 고독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검게 색 바랜 빈곤의 잎사귀가 우수수 떨어져 도처에 널브러져 있는 것 같다. 내 시선이 오랫동안 가난에 물들어 무엇을 봐도 가난의 상징으로 여기는 것일까? 어떤 날은 죽은 이의 우편함에 꽂힌 채 아래.. 2022. 6. 13. 풍성한 책방 : 시인 자살 노트를 쓰는 살인자 마이클 코넬리 607 랜덤하우스 p13 죽음이 내 생업의 기반이다. 내 직업적인 명성의 기반도 죽음이다. 나는 장의사처럼 정확하고 열정적으로 죽음을 다룬다. 상을 당한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는 슬픈 표정으로 연민의 감정을 표현하고, 혼자 있을 때는 노련한 장인이 된다. 나는 죽음과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죽음을 다루는 비결이라고 옛날부터 생각했다. 그것이 법칙이다. 죽음의 숨결이 얼굴에 닿을 만큼 죽음이 가까이 다가오게 하면 안 된다. p115 검은 얼음을 내려다보며 나는 예전에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호수에 사는 물고기들 중 어떤 녀석들은 겨울에 꽁꽁 얼었다가 봄에 호수가 녹으면 순식간에 잠에서 깨어난다는 얘기였다. 그 말이 사실인지 궁금해졌다. 사람이 그 물고기들처럼 할 수 없다는 사실이.. 2021. 6. 11. 풍성한 책방 : 자살가게 편안한 마음으로 읽다가 마지막에 찾아온 당혹감에 첫 페이지를 다시 읽어보았다. 장퇼레 213 열림원 p73 찌릉- 찌릉- 음산한 종소리를 뒤로하고, 소녀는 방금 산 새콤달콤한 군것질거리를 펼치며 (그게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유일한 대응책이라는 듯) 가게문을 나선다. 순간 튀바슈가의 막내가 후닥닥 일어서더니 소녀의 뒤를 쫓아가 손에 든 것을 낚아채고는 얼른 자신의 입으로 가져간다. p159 미시마는 방문을 꼭 닫고 창가에 서 있다. 커튼 한켠을 슬그머니 젖히고서 그는 시뻘건 피에 서서히 젖어 드는 태양과 저만치 발코니마다 철학의 거대한 벽 앞에 자꾸만 잦아드는 생명을 물끄러미 지켜본다. 옮긴이의 글 죽음을 돈 주고 살 정도로 암울한 세기말적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걷잡을 수 없이 난동부리는 블랙유머와 톡톡 튀.. 2021. 2. 5. 이전 1 다음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