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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풍성한 책방 : 자살가게

by 풍성한 그림 2021.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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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마음으로 읽다가

마지막에 찾아온 당혹감에

첫 페이지를 다시 읽어보았다.

 

장퇼레 213 열림원

 

p73

찌릉- 찌릉-

음산한 종소리를 뒤로하고,

소녀는 방금 산 새콤달콤한

군것질거리를 펼치며

(그게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유일한 대응책이라는 듯)

가게문을 나선다. 순간

튀바슈가의 막내가 후닥닥 일어서더니

소녀의 뒤를 쫓아가 손에 든 것을

낚아채고는

얼른 자신의 입으로 가져간다.

 

p159

미시마는 방문을 꼭 닫고

창가에 서 있다. 커튼 한켠을

슬그머니 젖히고서

그는 시뻘건 피에 서서히

젖어 드는 태양과

저만치 발코니마다

철학의 거대한 벽 앞에

자꾸만 잦아드는

생명을 물끄러미 지켜본다.

 

 

옮긴이의 글

죽음을 돈 주고 살 정도로

암울한 세기말적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걷잡을 수 없이 난동부리는

블랙유머와 톡톡 튀는 발상 덕분에,

섬뜩할 수도 있었을 가게

오히려 유쾌한 폭소의 무대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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