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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마음으로 읽다가
마지막에 찾아온 당혹감에
첫 페이지를 다시 읽어보았다.
장퇼레 213 열림원
p73
찌릉- 찌릉-
음산한 종소리를 뒤로하고,
소녀는 방금 산 새콤달콤한
군것질거리를 펼치며
(그게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유일한 대응책이라는 듯)
가게문을 나선다. 순간
튀바슈가의 막내가 후닥닥 일어서더니
소녀의 뒤를 쫓아가 손에 든 것을
낚아채고는
얼른 자신의 입으로 가져간다.
p159
미시마는 방문을 꼭 닫고
창가에 서 있다. 커튼 한켠을
슬그머니 젖히고서
그는 시뻘건 피에 서서히
젖어 드는 태양과
저만치 발코니마다
철학의 거대한 벽 앞에
자꾸만 잦아드는
생명을 물끄러미 지켜본다.
옮긴이의 글
죽음을 돈 주고 살 정도로
암울한 세기말적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걷잡을 수 없이 난동부리는
블랙유머와 톡톡 튀는 발상 덕분에,
섬뜩할 수도 있었을 ‘가게’는
오히려 유쾌한 폭소의 무대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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