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한강2 풍성한 책방 : 흰 한강 189 문학동네 p36 죽음이 매번 그녀를 비껴갔다고, 또는 그녀가 매번 죽음을 등지고 앞으로 나아갔다고 생각한다. 죽지마, 죽지 마라 제발. 그 말이 그녀의 몸속에 부적으로 새겨져 있으므로, 그리하여 그녀가 나 대신 이곳으로 왔다고 생각한다. 이상하리만큼 친숙한, 자신의 삶과 죽음을 닮은 도시로. p55 엉망으로 넘어졌다가 얼어서 곱은 손으로 땅을 짚고 일어서던 사람이, 여태 인생을 낭비해왔다는 걸 깨달았을 때, 씨팔 그 끔찍하게 고독한 집구석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이게 뭔가. 대체 이게 뭔가 생각할 때 더럽게도 하얗게 내리는 눈. p81 이따금 각설탕이 쌓여 있는 접시를 보면 귀한 무엇인가를 마주친 것 같은 기분이 된다. 어떤 기억들은 시간으로 인해 훼손되지 않는다. 고.. 2021. 10. 8. 풍성한 책방 : 내 이름은 태양꽃 꼭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은 성인을 위한 동화 한강/글 김세현/그림 111 문학동네 p68 세찬 비가 내 잎사귀를 때릴 때마다 휘청휘청 쓰러지려 하는 몸을 나는 꼿꼿이 곧추세우고 있었습니다. 오후 들어 비가 그치며 기온이 내려갔습니다. 구겨지고 젖은 꽃잎을 할퀴며 저녁 바람이 지나갔습니다. 이슬이 흘러내리려 할 때마다 나는 담을 넘어가 버린 담쟁이의 짙푸른 다리를 내려다보았습니다. “울지 마”라고 담쟁이는 나에게 말했었지요. 이슬이 식으면 몸이 차가워져서 더 견디기 힘들 다구요. 간밤에 그 풀도 말했습니다. 더 강해져야 한다구요. 더 견뎌야 한다구요. 그날 밤 나는 울지도 소리치지도 않았습니다. 힘이 빠질 때면 흙더미 아래 갇혀 있을 얼굴 모를 풀을 생각했습니다. 그의 조용하고 다정하던 말씨를 생각했습니다.. 2020. 10. 27. 이전 1 다음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