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황선미1 풍성한 책방 : 익숙한 길의 왼쪽 황선미 203 창비 1부 오래된 통증- 사람은 선택적으로 기억을 지우기도 한다. 너무나 고통스러운 기억을 해마에서 지우는 건 아마도 본능적인 자기 보호일지도 모른다. 그런 일이 나에게만 일어났다면 나의 새끼손가락은 생각보다 슬픈 기억을 갖고 있는 게 분명하다. 내 발등에는 죽은 거미가 남긴 듯한 일그러진 자국이 있다. 오래된 거미줄 같은 흔적, 뜨겁게 살이 파였으나 기어이 아물고 기특하게 건재하여 쉰해가 넘도록 나를 지탱하고 있는 나의 발 무늬, 지독한 엄마가 나에게 나누어 준 뼈와 살의 크기. 틀림없이 내 인생의 마지막까지 함께해줄 나의 가장 낮은 몸, 언제나 최선을 선택할 머리에 충실하여 가장 좋은 곳으로 나를 데려가 주고 어떤 경우에도 내 편일 몸. 나의 발은 또 다른 나의 머리, 나이 엄마다. 2.. 2022. 10. 10. 이전 1 다음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