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728x90
반응형

단편소설5

풍성한책방 : 저주토끼 저주토끼 정보라 355 래빗홀 저주토끼- 할아버지의 집안은, 아니 우리 집안은 명확하게 천민 취급조차 받지 못했다. 굿을 해 주는 무당도 아니고 점을 봐주는 것도 아니며 시신 염습이나 장례와도 원칙적으로 상관이 없었기 때문이다. 불분명하게 무속과 관련이 있는 일을 하지만 절대로 아무도 내놓고 말하지는 않고, 농기구 수리나 대장장이 일도 분명히 해주고, 그래서 뭐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 알 수 없었고, 게다가 잘못 건드리면 저주를 받을지도 모른다는 소문도 돌았다. 물론 우리 집안 사람들은 절대로 개인적인 원한 관계에 저주물품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동네 사람들은 그런 우리 집안 불문율을 알 리가 없었고 안다고 해도 상관하지 않았다. 머리- ‘머리’는 한번 나타나자 끈질기게 다시 출몰하기 시작했다. 물을 내리고.. 2023. 10. 18.
풍성한 책방 : 길모퉁이 카페 프랑수아즈 사강 247 소담출판사 비단 같은 눈- 제롬은 산양을 죽이지 않기로 했다. 왜, 언제, 어떻게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필사적으로, 그리고 서툰 솜씨로 쫓아왔지 때문일지도 모르고, 어쩌면 단순한 아름다움 혹은 거만함, 혹으 비스듬히 기울어진 눈 속에 비친 평화로운 동물성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제롬은 이유를 알려고 들지 않았다. 지골로- 니콜라는 좀 까다로웠다. 그는 지골로라는 직업에 전혀 애착이 없었다. 버릇이 없지도 않았고 지나치게 감상적이지도 않았다. 상냥하고 친절하며, 아주 능숙하지 않을지도 몰라도 열심인 데다가 다정다감하다고 할 정도로 좋은 애인 노릇을 해준다. 누워 있는 남자- 그는 죽어가고 있었다. 그건 알고 있었다, 죽어가는 있다는 건, 무언가가 그의 몸을 갈기.. 2023. 2. 6.
풍성한 책방 :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는다 로맹가리 319 문학동네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는다/ 먼바다에서 다가오는 강렬하기 짝이 없는 고독의 아홉 번째 파도에, 그 누구도 극복할 수 없는 단 한 가지 유혹이 있다면 그것은 희망의 유혹일 것이다. 그는 자기 안에 있는 젊음의 그런 유별난 집요함에 얼떨떨해진 채 고개를 내저었다. 쉰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그런 자신이 정말이지 절망적으로 여겨졌다. 류트/ 그는 자신의 손 안에서 커져가는 공허감, 혼란스러우면서도 압도적인 어떤 갈망, 만지고 싶은, 솟구쳐 오르게 하고 싶은, 만들어내고 싶은 욕구와 싸웠다. 점차 그의 전 존재가 그 자신도 정확히 알 수 없는 무엇인가를 제멋대로일 만큼 강압적으로 요구하기 시작했다. 그는 마침내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가 류트를 쓸어보았다. 다음 순간 그는 시간 관념을 송두리째.. 2022. 12. 19.
풍성한 책방 : 서머싯 몸 단편선 2 서머싯 몸 425 민음사 춤꾼들- 수면에서 타오르는 화염과 그 안으로 다이빙하는 장관이 대중의 상상력을 자극할 것 같았다. 그는 그길로 춤을 멈추었다. 너무 흥분되어 도저히 춤을 출 수가 없었다. 그는 스텔라와 상의했고, 그녀도 열의를 보였다 행복한 커플- 그가 풍기던 그 강렬한 인상을 설명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의 표정에 어린 얼음장 같은 냉혹함과 그의 목소리가 선포하는 살벌한 최종 선고, 그는 더 이상 말할 의사가 없는 게 분명했다. 이후 우리는 차 안에서 내내 말이 없었다. 비둘기의 노래소리- 나는 말을 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체념하는 어깻짓을 하고 말았지만, 그럼에도 느낀 바가 있었다. 피터는 그녀에게서 보기로 작정한 것을 보았던 것이다. 그의 환영 속에는 아름다움과 흡사한 것이 있었다. 그.. 2022. 7. 4.
풍성한 책방 : 맛 로알드 달 342 교육서가 목사의 기쁨- 그는 길에서 벗어나 풀밭을 걷기 시작했다. 금화 사이를, 금화 위를 걸으며, 금화가 발에 차일 때 나는 짤랑거리는 소리를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달리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러나 성직자는 뛰는 법이 없었다. 그들은 천천히 걸어다녔다. 보기스, 냉정을 유지해라, 보기스. 서둘 것 없다. 손님- 우리는 굽이를 돌았고…… 과연 집이 나타났다! 나는 눈을 깜빡이며 앞을 뚫어져라 보았다. 정말이지 처음 몇 초간은 내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눈앞에 하얀 성이 보였다. 진짜 성이었다. 높고 하얀 성이었다. 둘레에는 작은 탑과 망루, 뾰족탑들이 달려 있었다. 헐벗은 노란 산의 타는 듯이 뜨거운 산자락에 조성된 녹지 한가운데 마치 동화 속의 성처럼 서 있었다! 맛- .. 2022. 6. 20.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