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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조이스5

풍성한책방풍성한책갈피 : 젊은 예술가의 초상 5장 제임스조이스 민음사 5장 「자네는 예술가가 아닌가? 디덜스군」 학감이 그를 쳐다보며 파리한 눈을 끔벅였다. 「예술가의 목표는 아름다운 것을 창조하는 일이라고, 무엇이 아름다우냐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고」 그는 그 문제의 어려움을 생각하면서 천천히 멋없이 손을 비비고 있었다. 「이제 그 문제를 풀 수 있는가?」 그가 물었다. 「아퀴나스는 보기에 즐거운 것은 아름다운 것이다 라고 말합니다.」 「우리들의 앞에 피워놓은 불도 보기에 즐거울 것이다」 그렇다면 이 불도 역시 아름다운가? 학감이 물었다. 「시각으로, 즉 심미적 사유 작용으로, 그 불이 파악되는 한, 그 불은 아름다운 것입니다. 그러나 아퀴나스는 선은 욕구가 미치는 것 속에 있다 라고도 했습니다. 불이 따뜻함에 대한 동물적 욕구를 충족하는 한, 불은.. 2022. 9. 4.
풍성한책방풍성한책갈피 : 젊은 예술가의 초상 4장 제임스조이스 민음사 4장 그는 큰소리로 외치고 싶은 욕구 때문에 목이 아팠다. 드높이 하늘을 날고 있는 매나 독수리처럼 외침으로써, 자기가 바람에 몸을 맡기고 있음을 통렬히 알리고 싶었다. 그것은 삶이 그의 영혼을 상대로 외치는 소리였으며, 결코 의무나 절망의 세계가 내는 그 둔하고 조잡한 목소리가 아니었고, 제대에서 창백한 성직을 수행하라고 그를 불렀던 그 비인간적인 목소리도 아니었다. 한순간의 야성적 비상(飛翔)이 그를 해방했고 그의 입술이 억제하고 있던 승리의 외침이 그의 두뇌를 갈랐다. 2022. 8. 28.
풍성한책방풍성한책갈피 : 젊은 예술가의 초상 3장 제임스 조이스 민음사 3장 스티븐이 말이 없는 친구들과 함께 집으로 걸어가고 있을 때 짙은 안개가 그의 마음을 감싸는 듯했다. 그는 그 안개가 걷히고 그 속에 숨어 있던 것이 나타날 때까지 멍한 심경으로 기다렸다. 그는 저녁을 먹었지만 아무 입맛도 없었다. 식사가 끝난 후 기름기가 잔뜩 발린 접시들을 식탁 위에 남겨둔 채, 그는 일어서서 창가로 가 혀끝으로 입에 끼인 음식 찌꺼기를 청소하거나 입술에 묻은 것을 핥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는 식후에 입을 핥은 짐승의 경지로 전락해 버린 셈이었다. 이젠 끝장이다, 라고 생각하니 희미한 공포의 빛이 그의 마음속 안개를 뚫기 시작했다. 그는 유리창에 얼굴을 기댄 채 어두워지고 있는 거리를 내다보았다. 희미한 불빛 속에서 오락가락하는 모습들이 보였다. 그런데 그런 .. 2022. 8. 21.
풍성한책방풍성한책갈피 : 젊은 예술가의 초상 2장 제임스 조이스 민음사 2장 악의에 찬 에피소드의 장면들이 아직도 그의 마음속에서 예리하게 재빨리 지나가고 있는 동안, 그는 자기를 괴롭혔던 그 녀석들에 대해서 어찌하여 자기가 아무런 원한도 품고 있지 않을까 궁금했다. 그는 그들의 비겁함과 잔인함을 조금도 잊지 않았지만 그 기억이 그로부터 어떤 분노도 불러일으키지는 않았다. 그러므로 그가 책을 통해 접할 수 있었던 그 모든 격정적 사랑과 미움의 묘사는 그에게 비현실적인 것으로 보였다. 2022. 8. 14.
풍성한책방풍성한책갈피 : 젊은 예술가의 초상1 제임스 조이스 민음사 1장 우주 다음에는 무엇이 있을까? 아무것도 없어. 그러나 이 우주의 주변에는 무엇인가가 있어서 우주가 끝나고 그 아무것도 없음이 시작되는 곳을 가리키고 있어야 할 것이 아닌가? 그것이 일종의 벽일 리야 만무했지만 모든 것을 온통 싸고 있는 하나의 얇디얇은 선은 있을 수 있지. 모든 것과 모든 곳에 대해 생각한다는 것은 아주 엄청난 일이야. 그런 생각은 오직 하느님만 할 수 있어. 그는 그게 얼마나 거창한 생각일까 생각해 보려고 했지만 결국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아주 엄청난 일이야. 그런 생각은 오직 하느님만 할 수 있어. 결국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하느님뿐이었다. 그이 이름이 스티븐이듯이 God은 하느님의 이름이었다. 2022. 8.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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