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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릭모디아노4

풍성한책방 : 잠자는 추억들, 파트릭모디아노 잠자는 추억들 파트릭모디아노 149 문학동네 p7 내게도 아주 먼 과거에 만남의 시간이 있었다. 그 시절 나는 자주 공허의 두려움을 느끼곤 했다. 내가 그런 어지럼증을 느끼던 것은 나 혼자 있을 때가 아니라 바로 그때 막 만나서 알게 된 어떤 사람들과 같이 있을 때였다. 나는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분명 저 사람들을 따돌릴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거야, 하고 속으로 혼잣말을 하곤 했다. 그런 인물들 중 몇몇은 정말이지 사람을 어느 지경까지 몰아갈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비탈이 미끄러웠다. p51 요컨대 우리는 우리가 처음 만나 거리에서 육 년 만에 다시 만난 것이었는데 나는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가 없었다. 시간은 멈춰있었고, 다만 그 어린아이의 존재가 더해져 조금 달라진 모습으로 우리의 첫 만남이.. 2023. 10. 23.
풍성한 책방 : 도라 브루더 파트릭 모디아노 191 문학동네 p7 여자아이를 찾습니다. 도라 브루더, 15세, 1미터 55센티미터, 갸름한 얼굴, 회갈색 눈, 회색 산책용, 자주색 스웨터, 감청색 치마와 모자, 밤색 운동화, 모든 정보는 브루더 부부에게로 연락 바람, 오르나노 대로 41번지, 파리. p15 뭔가 지워졌던 것들이 빛 가운데로 다시 떠오르기 위해서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흔적들은 어떤 기록들 안에 존속한다. 사람들은 어디에 그런 기록이 숨어 있으며 어떤 관리자가 그걸 지키고 있는지, 그들이 선뜻 그걸 당신에게 보여주려 할 것인지, 잘 알지 못한다. 어쩌면 관리자 자신들이 그런 기록의 존재 자체를 까맣게 잊었을 수도 있다. p33 사람들은 이런 얘기를 한다. 공간들이란, 아주 희미하게나마 거기 머물렀던 이들의 각인을 간직.. 2022. 10. 17.
풍성한 책방 : 지평 이상과 현실과 미래가 혼란스럽게 공존했던 시절의 지평을 지금 찾았을까, 젊은 날의 지평을 회고하는 주인공. 파트릭 모디아노 197 문학동네 p9 얼마 전부터 보스망스는 젊었을 적의 일화들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이어지지 못하고 덜컥 끊겨버리는 일화들을, 이름 없는 얼굴들을, 스치듯 지나가버린 만남들을, 그 모두는 아주오래된 과거의 한 시기에 속했으면서 그의 생애의 여타 시기와 연결되지 못한 채 영원한 현재 속에서 유예되어 있었다. 그가 아무리 그것들에 대해 혼자 의문을 제기한들 대답이 돌아올 리 없었다. 기억의 파편들은 영원히 불가사의로 남을지도 몰랐다. 그래서 그는 그것들의 목록을 작성하기 시작했고, 어떤 날짜, 특정 장소, 철자가 가물가물한 이름 등 지표가 될 만한 것이나마 찾아내려 애썼다. p91 긴.. 2020. 12. 23.
풍성한 책방 : 혈통 파트릭 모디아노 142 문학동네 p19 한참 후에야 아버지가 그 시절에 몇몇 다른 이름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전쟁이 끝난 얼마 후 어떤 사람들의 회고담 속에 그런 이름들이 나오면 아버지 얼굴이 떠오르곤 했다. 그러나 이름이란 결국 그 이름을 지닌 보잘것없는 사람들에게서 떨어져 나가, 마치 아득히 멀리 떨어진 별들처럼 우리의 상상 속에 빛나는 법이다. p55 1957~1958년 그 기간에 아버지의 또 다른 하수인인 자크 샤티용이라는 사람이 모습을 보인다. 나 한테 보내 편지에서 그는 아버지에 대해 이렇게 썼다. “네 아버지가 외롭게 죽는다 해도 절망하지 마라. 고독을 싫어하지 않는 분이니까. 네 아버지는 상상력이 – 사실대로 말하자면 오로지 사업으로만 쏠린 – 무척 풍부한 양반인 데다, 그런.. 2020.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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