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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풍성한책방 : 잠자는 추억들, 파트릭모디아노

by 풍성한 그림 2023.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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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추억들

 

파트릭모디아노 149 문학동네

 

p7

내게도 아주 먼 과거에

만남의 시간이 있었다.

그 시절 나는

자주 공허의 두려움을 느끼곤 했다.

내가 그런 어지럼증을 느끼던 것은

나 혼자 있을 때가 아니라

바로 그때 막 만나서 알게 된

어떤 사람들과 같이 있을 때였다.

나는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분명 저 사람들을

따돌릴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거야, 하고

속으로 혼잣말을 하곤 했다.

그런 인물들 중 몇몇은 정말이지

사람을 어느 지경까지 몰아갈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비탈이 미끄러웠다.

 

p51

요컨대 우리는 우리가 처음 만나 거리에서

육 년 만에 다시 만난 것이었는데

나는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가 없었다.

시간은 멈춰있었고,

다만 그 어린아이의 존재가 더해져

조금 달라진 모습으로 우리의 첫 만남이

똑같이 되풀이된 것 같았다.

마치 매일 정오와 자정마다

다시 만나는 시곗바늘들처럼

같은 거리에서 그녀와

또다시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p83

몇 주 전에 내가 처음 만났고

그 이름을 입 밖에 내기가 망설여지는

-오십 년이 지난 오늘에도

아직 그 인물의 정체를 노출 시킬 수도 있을

너무 세세한 사항들은 경계하게 된다-

그 여자가 19656월 매우 밤늦은 시간에

나에게 전화를 걸어 로댕대로 2번지

마르틴 헤이워드의 아파트에서

사고가 났다고 전했다.

그 아파트는

우리가 만나 서로를 알게 된 곳이자,

일요일 저녁이면 마르틴 헤이워드가

야행성 인간들이라고 부르던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들던 곳이었다.

그 여자는 그날 밤 나에게

제발 좀 그리로 와달라고 사정했다.

 

 

p114

나는 그녀의 이마에

빗금처럼 그어져 있는 흉터를 보았다.

자동차 사고 때문이라고 그녀가 내게 말했다.

기억상실을 야기하는 그런 사고였다.

그렇지만 그녀는 나를 알아보았다.

그러나 1965년 여름에 있었던 사고들을

기억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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