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읽고 또 읽게 만든 책이다.
지붕 부터 그렸던 나에게
목수의 이야기는 살아있는 말이었다.
신영복 158 돌베개
p12 청년들아 나를 딛고 오르거라
(얼음골 스승과 허준)
가고 싶은 곳에 혼자서
갈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가슴 설레는 해방감이었습니다.
p19 우리가 헐어야 할 피라미드
(반구정과 압구정)
권력의 창출 그 자체는
잠재적 역량의 개발과 무관하거나
오히려 그 반대라고 생각합니다.
p24 당신이
나무를 더 사랑하는 까닭
(소광리 소나무숲)
우리가 생각 없이 잘라내고 있는 것이
어찌 소나무만이겠습니까.
p30 비극은
그 아픔을 정직한 진실로 이끌어줍니다
(허난설헌의 무덤)
개인의 진실이
그대로
역사의 진실이 될 수는 없습니다.
자연마저
인공적으로 만들어놓음으로써
대리현실을 창조하는
문화 속에서
우리가 역사를 제대로 만날 수 있기는
갈수록 더욱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p36 진리는
간데없고 ‘색’만 어지러이
(백담사의 만해와 일해)
백담사의 밤은 칠흑 같았습니다.
나는 그 깊은 어둠 속에 누워
세상 모르고 잠들어 있었던가 봅니다.
p42 미완은 반성이자
새로운 시작입니다
(모악산의 미륵)
민중의 미적 정서가
상투화(常套化)되어버리는 것만큼
절망적인 것은 없습니다.
p48 일몰 속에서
내일의 일출을 바라봅니다
(하일리의 저녁노을)
마니산의 도토리나무는 지금도
강화 벌판을 내려다보면서 풍년이 들면
적게 열리고 흉년이 들면
많이 열린다고 합니다. 아마도
곤궁한 이들의 생계를 걱정하여
그 부적한 것을 여투어주여는
배려였는지도 모릅니다.
p54 빛은 어둠을 만들고 어둠은 빛을 드러냅니다
(이어도의 아침 해)
빛과 그림자,
이들을 동시에 승인하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삶을 정면에서 직시하는
용기이고 지혜라고 합니다.
p60 한아름 벅찬 서울 껴안고 아파합니다
(북한산의 사랑)
봉학(峰壑)마다 깃들여 있는
사실(史實)에 생각이 미치면
사람의 삶이 과거의 삶과 어떻게
맥을 이어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합니다
p66 눈이 달린 손은 생각하는 손입니다
(천수관음보살의 손)
소리는 앉아서 듣는 것이 아니라
소리 나는 곳으로
달려가야 하는 신호입니다.
p72 꽃잎 흩날리며
돌아올 날 기다립니다
(잡초에 묻힌 초등학교)
물이 낮은 데로 흘러가듯이
당연히 가장 약한 곳으로
그 중압이
전가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p78 어리석은 자의 우직함이
세상을 조금씩 바꿔갑니다
(온달산성의 평강공주)
현명한 사람은 자기를
세상에 잘 맞추는 사람인 반면에
어리석은 사람은 그야말로 어리석게도
세상을 자기에게 맞추려고 하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p84 ‘역사를’ 배우기보다
‘역사에서’ 배워야 합니다
(단종의 유배지 청령포)
자연을 사람을 살리는데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죽이는 데에 이용하는
지식인의 비정한 과학이 두렵습니다.
p90 드높은 삶을 지향하는
진정한 합격자가 되십시오
(새 출발점에 선 당신에게)
세상에 지붕부터 지을 수는 있는 집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붕부터 그려온
나의 무심함이 부끄러웠습니다.
p95 광화문의 동상 속에는
충무공이 없습니다
(한산섬의 충무공)
나는 한산섬을 떠나오면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우상을
머리에 이고 걸어가고 있는가를
반성하게 됩니다.
p100 헛된 시비 등지고
새 시대 예비한 고뇌
(가야산의 최치원)
사람을 읽는 자는 적어도
그 사람의 일생보다는 길어야 하고
그 사람이 살았던 시대와
역사만큼 넓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p106 빼어남보다 장중함 사랑한
우리 정신사의 ‘지리산’
(남명 조식을 찾아서)
장중함은
얼른 눈에 띄지도 않고
그것에서 오는 감동도
매우 더딘 것이기는 하지만
그것의 ‘있음’이 크고
감동이 구원(久遠)하여
‘근본’을 경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p112 목표의 올바름을 선(善)이라하고
목표에 이르는 과정의
올바름을 미(美)라 합니다
(섬진강 나루에서)
대상을 바라보는 행위는
아마 자신의 추억을
돌이켜보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아름다운 봄꽃 한 송이를
기뻐할 수 있기 위해서도
우리는 아름다운 꽃의 추억을
가져야 합니다.
p118 가부좌의 한 발을
땅에 내리고 있는 부처를 아십니까
(백흥암의 비구니 스님)
아무것도 설법(說法)하지 않는
백흥암의 정적(靜寂)과 무위(無位)는
그야말로 문자(文字)를 세우지 않는
침묵의 가르침이었습니다.
p124 진정한 지식과 정보는
오직 사랑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습니다
(석양의 북한강에서)
자기가 땀 흘린 것이 아닌 것으로
자기를 실현할 수 있다고 하는
우리 시대의 집단적증후군은
기본적으로 환상이고
그림자임에 틀림없습니다.
p130 사람과 산천 융화하는
우리 삶의 원형
(강릉 단오제에서)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커뮤니케이션의 차원으로 격하되고
켜뮤니케이션은 다시
미디어의 문제로 귀착되는
‘동굴(洞窟)의 이성(理性)’을
반성하게 합니다.
p136 평등은 자유의 최고치입니다
(평등의 무등산)
불평등구조 그 자체를
해소하지 않는 한
그곳이 어디이건 마이너스는
계속 누적 될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p142 우리의 삶을 훌륭한 예술품으로
훈도해줄 가마는 없는가
(이천의 도자기 가마)
문(文)이란 무늬를 뜻하는 것이면
문화란 삶의 무늬에 지나지 않은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p148 역사는
과거로 떠나는 여정이 아니라
현재의 과제로 돌아오는 귀환입니다
(꿈꾸는 백마강)
쫓기고 쫓기다 최후의 절벽에서
꽃이 된 산유화(山有花)의 영혼을
그려 보냅니다.
p154 강물의 끝과 바다의 시작을
바라보기 바랍니다
(철산리의 강과 바다)
당신은 바다보다는
강을 더 좋아한다고 하였습니다.
강물은 지향하는 목표가 있는 반면
바다는 지향점을 읽은 물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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