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성한 책방 : 악의

히가시노 게이고  355  현대문학

 

p21

후지오 마사야는 나와 히다카와

같은 중학교를 다녔다.

동창이라는 인연이 있어서

히다카도 그에 대해 소설을 쓸

생각을 한 모양이었다. 다만

이 소설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즉, 작품속에

후지오 마사야로서는 그다지

명예롭다고 할 수 없는 일이

그대로 묘사되어 있었던 것이다.

특히 그가 중학교 시절에

저지른 수많은 악행에 대해

히다카는 거의 사실 그대로

소설 속에 써놓았다. 등장인물의

이름이야 물론 다르지만,

그 부분만 읽어보면 나처럼

후지오 나사야를 아는 사람은

도저히 픽션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또한 후지오 마사야가

창녀의 칼에 찔려 살해되었다는

대목도 완전히

실제 사전 그대로였다.

 

 

p114

“기소까지는 시간이 더 있어야

합니다. 자료가 아직 다

갖춰지지 않아서요.”

“왜 그러지? 나는 자백을 했고

증거도 있어. 기소하면 틀림없이

유죄일 거야. 그럼 그걸로 된

거 아닌가? 재판에 들어간 뒤에

내가 느닷없이 자술 내용을

뒤엎는 일은 절대로 없을 테니

안심해도 되는데.”

“그렇게 할 수는 없지요.

동기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어요.”

“또 그 얘기인가?”

“선생님이 말해주시지 않는 한,

몇 번이라도 자꾸 묻게될 겁니다.”

 

 

 

p270

하마오카가 학교폭력의 표적이

되었던 이유는 명확하게 나오지

않는다. 그의 말에 따르면

‘어느 날 갑자기 악령이 봉인이

떨어져나 간 것처럼’ 폭력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이건 요즘의

학교폭력에도 공통적인 현상이다.

피해자를 덮치는 폭력에 특별한

이유는 없는 것이다. 하마오카는

그런 폭력에 굴하지 않으려

애쓰지만, 점차로 그의 가슴은

공포감과 절망감으로 가득

차게 된다.

 

 

p330

대학노트나 원고지에 쓰인

작품들도 그렇고,

히다카 하츠미씨와의 관계를

보여주는 소도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물건들이

만일 당신의 범행을 부정하는

증거였다면 수사진은

눈에 불을 켜고

그 진위를 확인했을 겁니다.

하지만 실제는 그 반대였어요.

모조리 당신의 범행 동기를

뒷받침하는 증거품이었지요.

유감스럽게도 우리 경찰은

피의자에 유리한 증거에는

엄격하지만, 불리한 증거 쪽은

허술하게 지나쳐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당신은 그런 약점을

기막히게 뚫고 들어온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