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사노 요코 148 마음산책
p19
“네 위에 앉아 있어 주고 싶지만
난 바다를 보고 싶어.”
“현실을 봐. 네 엉덩이 밑의
현실 말이야. 아, 일어서지 마.”
나는 일어났다.
털이 의자 쪽으로 부스스 섰다.
“나도 갈게, 같이.”
의자가 말했다.
우리는 모래터 옆을 지나
그네 뒤편으로 걸어서 거리로 나갔다.
그러고 바다를 향해 출발했다.
p63
동틀 녘 하늘에 커다란 별이
하나 남아 있었다.
고릴라는 부서진 책상과
뒤집힌 세발자전거,
부러진 문짝을 밝으며
걸어갔다.
의자는 눈을 살짝 뜨고는
“정말 기분 좋아.
꿈만 같아”라며 꼼짝 않고 있었다.
“그래도 내려줘.
내 힘으로 걷고 싶어.”
고릴라는 꼭 껴안고 싶었지만
뼈가 부러질까 봐 겁나서
의자의 좌판에 입을 맞췄다.
의자는 떨고 있었다.
“고마워, 내려줘서.”
고릴라는 의자를
쓰레기 산 위에 살그머니
내려놓았다.
파도 소리가 들렸고
바다 냄새가 났다.
p140 후기
동물과 인간의 관계는
대부분이 일방적이다.
인간이 일방적으로 쓸데없는
참견을 하는 것이다.
동물은 아주 오래전부터
그만둬주길 바랐던 게 틀림없다.
인간은 말못하는 동물을
말못한다는 이유로
제멋대로 이미지마저 만들어냈다.
쓸데없는 참견이다.
말못하는 돼지에 대해
인간이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것은 월권이다.
나에게 돼지를
말할 자격 따위는 없다.
그런 야심을 가지지 않는 것이
돼지에 대한 내 최소한의 예의였다.
나 역시 그저 인간일 뿐이므로,
728x90
반응형
'동화,그림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풍성한 책방 : 신사 고양이 (0) | 2020.10.31 |
---|---|
풍성한 책방 : 10초 (0) | 2020.10.30 |
풍성한 책방 : 사막의 우물 (0) | 2020.10.29 |
풍성한 책방 : 내 이름은 태양꽃 (0) | 2020.10.27 |
풍성한 책방 : 깎은 손톱 (0) | 2020.10.2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