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에 대한 회고)
우울증은 장애 등급을 받기도 어렵다.
마음에 감기라고 말하기에는
치료되는 과정이 긴 감기다.
혹시 내가 아닐까 고민하는 마음의 병
윌리엄 스타이런 109 문학동네
p11
우울증은 기분의 혼란 상태인데,
불가사의한 고통을 안겨주고
냉철한 판단력을 갖춘 지성도
도저히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지
애매한 증상이다. 그러다 보니
극단적인 경험이 없는 사람들에게
우울증은
이해할 수 없는 영역으로
남게 된다.
일상적인 혼란쯤으로 여기는
가벼운 침울함이나
‘기분 저하(the blues)’는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는 것이므로,
사람들은 그것이 치명적인
질병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p45
이 병으로 인해
기분이 침체되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을 때,
나는 다른 무엇보다도
‘디프레션(depression)’이라는
단어에 강한 반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원래 이 병은
‘멜랑콜리아(melancholia)’라는
이름으로 불렸었다.
멜랑콜리아라는 말은
1303년에 이미
영어에 나타나 있었으며
초서의 작품에도 여러 번 등장한다.
초서는 이 단어를 사용하면서
이 질병의
병리적인 뉘앙스를
잘 이해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멜랑코리아는
아직까지는 정서혼란의
암울한 상태에 보다 적합하고
그것을 연상시키는 단어로 보인다.
p68
여전히 주춤거리는
치료법에도 불구하고
정신과는 분석적이고
철학적인 차원에서
우울증의 근원을 이해하는 데
많은 기여를 했다.
더 많은 요소들이 분명히
밝혀져야겠지만
(개인과 원인에 따라 나타나는
다양한 특성으로 많은 부분은
의심의 여지 없이 계속해서
미스터리로 남게 될 것이다).
적어도 한 가지 심리적인
요소만큼은 의심할 나위 없이
확고하다.
바로 상실감이다.
모든 형태의 상실감은
우울증의 시금석이다.
이병의 진행 과정과
근원이 되는 것이
바로 상실감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내가 시달리고 있는
장애의 근원이
유아 시절에 경험한 상실감이라는
점을 수긍하게 되었다. 또
퇴행하여 나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매 단계 상실감을 경험했음을
알게 되었다. 자신감의 상실 역시
이미 알려진 증상이다. 나는
자부심과 더불어
자아 감각을 거의
잃어버린 상태였다. 이런 상실감은
재빨리 의존성으로 퇴행했으며,
의존성에서
유아 시절의 공포로 퇴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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