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대나 아웃사이더는 있었고
그들이 등장하게 되는 이유는
언제나 외면당했다.
누구도 원하지 않는 아웃사이더
그리고 슬플 수밖에 없는 결말.
허먼 멀빌 99 푸른책들(보물창고)
p21
바틀비는 초반에
어마어마한 양의 필사를 했다.
오랫동안 쓰는 일에 굶주렸던
사람처럼 그는 나의 서류를
먹어 치우듯 필사를 했다.
소화를 시키기 위해 쉬는 법도 없었다.
낮이면 햇빛에 밤이면,
촛불에 의지해 일을 했다.
다만 걸렸던 것은 그가
기분 좋게 일을 한 게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는 말없이, 창백한 얼굴로,
기계적으로 필사를 했다.
p38
나는 깨달았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그가 나의 사무실에서
의식주 모두를 해결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접시도, 거울도,
침대도 없이 말이다. 한쪽 구석,
낡은 소파의 쿠션에는
그 여윈 몸을 뉘었던 흔적이
언뜻 남아 있었다.
p72
사무실로 다시 돌아왔을 때
건물주의 편지가
내 책상에 놓여 있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편지를 읽었다. 건물주가
경찰에 바틀비를 부랑자로 신고하여
툼즈 교도소로 보냈다는 내용이었다.
덧붙여 건물주는 바틀비에 대해서
내가 더 많이 알고 있으므로
경찰에 출두해 증언해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 소식은 내게
상충되는 영양을 끼쳤는데,
처음에 나는 화가 났지만 결국
건물주의 행동에 찬성했기 때문이다.
건물주는 성격이 급하고
추진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나라면 절대 하지 못했을
그런 방법을 택했던 것이다.
p83 역자 해설
‘선호하지 않습니다.’는
바틀비만의 언어다. 하지만
학자와 평론가들이 입을 모아 말하듯,
여기에서 등장하는
‘선호(prefer)’,라는 단어는
슬프게 그가 선호(preference)하고
안 하고를 뜻하는 문장이 아니다.
그는 가장 ‘정중한’ 방법으로
거절한 것이거나
혹은 자신을 보호하고자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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