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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눌러두었던 감정들이
모습을 드러내면
어떤 색으로 표현될까.
시몬 드 보부아르 143 부케
뒷표지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지면을
니콜은 두려움을 느끼며 바라보았다.
끝없는 미래,
머지않아 깨어질 수 있는,
그런 급변을
그녀는 충분히 상상할 수 있었다.
3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앙드레가 폐암에 걸린다.
하루에 두갑씩 담배를 피우다니,
지나치다, 만이 지나치다.
아니면 비행기가 추락해 폭발했다.
상황을 끝내기에는 좋은 방법일 것이다.
둘이 함께 그리고 별다른 문제 없이,
하지만 너무 이르다.
지금은 아니다.
비행기 바퀴가
조금 난폭하게 활주로에 부딪혔을 때,
그녀는 속으로 생각했다.
‘또 한번 목숨을 건졌어.’
p91
파리에서 우리 부부는
너무도 촘촘한 습관들이
그물망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그 어떤 질문도 허용하지 않았어,
하지만 그 딱딱한 껍질 밑에,
진짜 우리와 살아 있는
우리 사이에 무엇이 남아 있을까?
옮긴의 말 中
인생이란 엄밀히 말해
하루하루 늙어가는 과정이라면,
이 소설이 말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인생인지도 모르겠다.
열정 넘치던 젊은 시절에 만나
한평생을 함께 살면서
늙어가는 노부부, 그러면서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끊임없이 오해하고, 싸우고,
다시 화해한다. 오해하지 않고
싸우지 않는 부부관계는
어쩌면 ‘행복도 자유도
배제하지 않는 사회주의’ 만큼이나
이루기 힘든 환상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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