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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풍성한 책방 : 한 줄도 좋다, 그 동요

by 풍성한 그림 2021.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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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실 192 테오리아

 

기찻길 옆 오막살이

아기아기 잘도 잔다

 

기찻길 옆

 

p43

그 기다리는 시간 동안 아가는

방바닥은 물론

집 안벽이 웅웅 흔들릴 정도로 요란한

기차 바퀴 소리에

경기를 일으키듯

얼마나 많이 놀랐는지 모른다.

짐작조차 되지 않는 굉음의 주인공을

상상하다가 공포와 두려움에

얼굴이 파래지도록 울었다. 하지만

몇 번 눈물이 귓속으로

조르르 흘러 들어갈 정도로 울고 나서는

알았다. ‘, 저 소리 괴물이

우리 집으로 들어오지 않고

그냥 지나가는구나.’

 

달달 무슨 달 쟁반같이 둥근달

어디 어디 떴나 남산 위에 떴지

 

 

p66

개미는 개미를 낳는다.

메타세쿼이아는

채송화가 된 적이 없고, 호랑이가

토끼 새끼를 낳은 적도 없다.

자기 자리에 자기의 본분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은 내 자리의 감사함보다는

늘 남의 자리를 못마땅해 한다.

사과나무가 포도를 맺고 싶어 하고

감나무가 밤나무의 밤송이를 탐내듯이!

 

푸른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반달

 

p97

왜 나는

스스로 아픔과 고통과 혼란을 자초하고

나서야 나름대로의 겸허와 평안과

추스름에 대하여 깨닫게 되는지,

발걸음을 조금만 오른쪽으로,

때로는 왼쪽으로만 돌리면

괴로움과 무질서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줄 알면서도

갖가지 핑계를 댄다. 결국 그 속에서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되어

겨우 호흡만 하는 처지가 되어 서야

정신을 차리고 마음을 씻는다.

덧없이 시간을 흘러보내고서는

다시는 치유될 수 없을 것처럼

남은 흉한 상처를 바라보며

스스로를 야단친다.

 

 

 

 

우리 아기 불고 노는 하모니카는

옥수수를 가지고서 만들었어요

 

옥수수 하모니카

 

p169

배가 아주 고프지만 않으면

결핍을 그리 느끼지 못했다. 다들

고만고만하게 사는 집들이라

가난을 가난으로 못 느낀 채

이 세상 사람은

다 그렇게 사는 줄 알았다.

여름날, 옥수수 하모니카는

하루만 먹지 않고 그대로 두면

쉬어서 버려야 한다. ,

하루살이 하모니카인 셈이다. 그러나

그 하루의 기쁨이 평생토록

아를 다정하게 감싸니,

이것이야말로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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