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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풍성한 책방 : 보다

by 풍성한 그림 2021.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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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같은 세상에

내가 보는 것은 얼마 만큼일까

 

김영하  210  문학동네

 

p44

숙련 노동자가

비숙련 노동자로 대체되고

비숙련 노동자는

기계로 다시 대체되는 현상은

이제 전 지구적 현상이 되었다.

일본의 한 작가가 쓴 소설에는

이런 장면이 나온다.

공장에서 반복작업을 하던 젊은이가

작업현장에 로봇이 도입되면서

일자리를 잃었다.“이해가 안 되네.

로봇은 고장나면

큰돈을 들여 고쳐야 하지만

나는 다쳐도 좀 쉬면 그냥 낫는데……

게다가 건강보험도 들어 있어

치료비도 거의 안 드는데,

웬만하면 값도 싼 나를 그냥 쓰지.”

말도 안 되는 이야기 같은데

이상하게 설득력이 있다.

비숙련 노동자는

간단하게 로봇이나 기계로 대체되고

때로는 로봇만한 대접도

못 받는 게 현실이다.

 

p93

노인들에게

가장 두려운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혼자 죽는 것이라고 답한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누구에게도

자신의 죽음이 인지되지 못한 채

오랫동안 버려지는

무연사가 가장 두렵다고 한다.

그들은 마치 죽은 뒤에도

살아 있을 것처럼 생각하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죽음 이후의 우리는

아무것도 보지도, 느끼지도 못한다.

에쿠로스가 이천삼백여 년 전에

통달했듯이 그런 상태를

바로 죽음이라 한다. 그러므로

혼자 죽든, 함께 죽든 혹은

가족들 앞에서 죽든, 죽음은

우리를 똑같은 상태로 인도한다.

그것은 절대적인 무와 침묵의 세계다.

 

 

p128

책을 읽을 때에는

단어들이 말하는 것에 대해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노력해야 하고

상상력을 동원해야 한다.

그런 다음 상상력이 활짝 열리면

그때는 책 안의 세계가

우리들 자신의 인생인 듯 느끼고

그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냄새를 맡고, 물건들을 만져보고

복합적인 사고와 통찰력을 갖게 되고

자신이 3차원의 세계에 들어와 있음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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