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 277 난다
p27
단골이 되는 일은 그런 것이 아닐까.
특정 메뉴를 좋아한 것을 뛰어넘어
그 집의 디테일 하나하나까지
마음에 담는 일,
밥을 먹는 동안만큼은
기꺼이
그 집의 식구(食口)가 되는 일.
p35
사진이 남기 위해서는,
그 시간을
마음에 먼저 새기는 과정이 필요하다.
p71
씀씀이가 과하면 지갑이 비고
말이 과하면
실수를 하게 될 확률이 높아지듯,
마음 또한
상대에게 너무 많이 주면
탈이 나게 마련이다.
마음이 과하면 주는 사람도,
그것을 받는 사람도 부담스럽다.
마음에 무게가 있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p107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는 이들도 있었다.
분명한 것은
세상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수록
질문 역시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묻는 것이 두려워질수록
삶은 생기를 잃는다.
p115
우리는 누구나
잠재적인 가해자면서 피해자다.
적정 수준의 긴장, 거리,
예의를 갖춰놓지 않으면
편한 관계는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
p124
과거는 견뎌내서
아름다운 시간이었지만
현재는 우리가 관통해야 할
무시무시한 시간이었다.
p169
아무리 힘들어도
우리는 오늘을 살고
내일을 생각한다. 그래서
‘아무리’에서
‘아무튼’으로 가는 여정에는
누구보다 나 자신이 중요하다.
p196
나부끼는 데 익숙하고
휩쓸리는 게 자연스러운 내게
단단해지는 일은 쉽지 않았다.
다리를 건너고
동을 지나쳐
구가 바뀌는 것을 지켜보며
나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올렸다.
여기를 지나고 나면,
여기만 건너고 나면
햇볕이 내리쬘 것 같았다.
그 햇볕을 받고
나란히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함께 단단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p225
가족이라서
서로 더 잘 이해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정 상황에 처했을 때
응당 해야 하는 일,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해야 하는 일도 있다.
그러나 가족이어서
더 말 못하는 일도 있고
가족이기 때문에
애써 숨겨야 하는 일도 있다.
다른 이들에게도
해프닝으로 끝날 일이
가족에게는 자국으로 남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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