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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아 283 문학동네
p79
거울을 잘 보지 않던 아이가
문득 골똘한 얼굴로
거울 앞에 서는 날이었다.
10대들의 교실에서
글쓰기 교사로 일하다 보면
그런 순간을 우연히 목격하게 된다.
자기 모습이 어떻게 보이든
별 관심 없던 시절은
그렇게 막을 내린다. 아이는 이제
자의식의 축복과 저주 속에서
한층 더 복잡한 삶을 살아갈 것이다.
내 눈에 비치 내 모습과
남의 눈에 비친 내 모습을 신경쓰며,
내가 바라는 나와
실제 나 사이의 괴리를
수없이 느끼며 자라날 것이다.
누구도
변화를 늦추거나 멈출 수 없다.
p153
인쇄된 글들을 앞에 두고
몹시 영민하게 좋은 부분과
나쁜 부분을 짚어내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들 앞에서
생각 없이 해온 말들을 되감기했다.
그들이 통과하는 시절은
내가 이미 거쳐본 것이라고
섣불리 판단하며, 나보다 어리다고
긴장을 풀기도 했고,
불건전한 말들도 툭툭 내뱉으며,
얼마나 자주 경솔했는지 모른다.
p172
좋은 문장은
글자만으로도 무궁무진한 이미지를
독자의 마음속에 그려낸다.
디테일한 묘사란
‘부디 이렇게 상상해달라’는
요청과도 같다.
문장 속 디테일과 함께
우리는 과거와 미래로 드나든다.
다른 이를 나처럼 느끼기도 하고,
나를 새롭게 다시 보기도 한다.
뒷표지
부지런히 쓸 체력과
부지런히 사랑할 체력,
이 부드러운 체력이
우리들 자신뿐만 아니라
세계를 수호한다고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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