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연 319 마음산책
p29
마음에는 두 개의 귀가 있다,
듣는 귀와 거부하는 귀,
이 두 개의 귀로
겨우 소음을 견디고 살아간다.
p45
감정은 세세하기 때문에
명명될 수 있지만,
기분과 느낌은 명명이 불가능하다.
감정이 한 칸의 방이라면,
기분은 한 채의 집이며,
느낌은 한 도시 전체라 할 수 있다.
감정은 반응하며,
기분은 그 반응들을 결합하며,
느낌은 그 기분들을 부감한다.
p60
소망은 지니고 태어나고,
희망은 살면서 지니게 된다.
소망은 희망도 우리의 힘만으론
이루기 어렵다.
희망은 행운이 필요하고
소망은 신의 가호가 필요하다.
p82
낯설음에 대한 용서할 수 없음,
실망스러움에 대한 인정할 수 없음.
비겁함에 대한 치떨림,
거절당함에 대한 납득할 수 없음,
부당함에 대한 조건반사…….
우리는 우리 안에 존재하는
정답 이외의 것이
너무나 엉뚱하고 실망스러울 때에
분노를 느끼고 치욕스러워한다.
p100
‘외로움’의 농도가 가장 짙은 상태,
적막함은 상대적이지 않고 절대적이다.
‘허전함’이 잡았던 것을 놓친 손이라면,
‘공허함’이 휘둘렀던 손의
무상함을 응시하는 마음이라면,
‘적막함’은 손을 잘라 떼어낸 ‘몸’이다.
p128
호감의 한 표현으로서의 보은은,
반드시
은혜에 대한 대가로 찾아오지 않는다.
p152
위로란 언제나
자기한테 그렇게 해주길 바라는
형태대로 나오는 것이다.
p158
농담을 잘하는 사람은 대화를 하며
상대방을 그네에 태운다.
다가올 때마다 등을 힘껏 밀어
높이 띄워준다.
마주 앉은 자리보다 훨씬 높고
먼 곳으로 가게 한 다음, 더 크게
자신 쪽으로 오게 하기 위해서다.
p190
이기심은
스스로가 언제나 약자처럼 느껴져서
자신이 받은 상처만을 되뇌며
억울해하고 있다면,
자기애는
스스로가 언제나 강자처럼 착각돼서
자신 줬을지도 모를 상처만을 상상하며
자책하고 있다.
p205
위선은
그것이 가짜임이 밝혀지는 순간,
흉측한 본질이 들키는 것이기 때문에
끝없이 또 다른 위선을 찾아
덧씌우게 된다. 반면,
위악은 이미 있는 것들이
쓸모없을 때에 함부로
방기하려는 욕망의 분출이다.
존재하지만 쓸모없는 것들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를 때에
행해지는 안쓰러운 폭력이며,
어쩔 수 없는 힘에 대한 반어법이다.
p237
추억은 언제나
가장 아름다운 미장센을 만든다.
그리고, 가장 그럴듯한
간증을 한다. 추억 속에
반성과 참회라는 덕목이 함께 있다면,
추억하는 자는 추억함으로써,
날마다 계몽된다.
p250
별들은 마치
이 밤의 진수성찬 위에 덧뿌려진
깻가루 같이 고소히 박혀 있다.
그 밤참을 성대히 받아먹고서,
징검다리처럼 놓인
가로등을 겅중겅중 디뎌 밟으며,
나는 힘차게 깊은 밤을 날아다닌다.
p291
아무것도 하는 일이 없는
하루 끝에서, 나는 번번이,
내일부터는 위험하자고,
더할나위 없이 위험하자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거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내가 여기 왜 와 있나 싶은 마음,
빤히 다 아는 삶의 비의를
이 먼 곳까지 찾아와서
바라봐야 했을까
싶은 기분까지를 오간다.
에세이 마음 낱말 생각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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