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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한 책방 : 꽃사과 꽃이 피었다

by 풍성한 그림 2021. 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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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  173  문학세계사

 

1 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2 슬픔이 나를 깨운다

3 우리는 철새처럼 만났다

4 나는 침울한, 소중한 이여

5 자명한 산책

6 리스본야간열차

 

부푼 돛 중

바람 소리를 들으니 가슴이

돛처럼 부풀고 설렌다

 

가을날 중

죽음이 시체를 남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애도 속에서 질겨지는 시체들을.

 

 

 

뒷표지

박혜경 문학평론가

오랫동안 황인숙의 시들은

내 마음속에 발랄함과 경쾌함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아 왔다.

이를 테면 벌판을 뒤흔드는/

저 바람 속에 뛰어들면/

가슴 위까지 치솟아오르네/

스커트 자락의 상쾌!”

(바람부는 날이면)와 같은 시에서

느껴지는 경쾌하게 솟구치는

희열감 같은 것 말이다.

황인숙의 시에서 이러한

희열감은 종종 시인의 몸,

혹은 사물들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약동하는 소리들을 수반한다.

시인은 무엇보다

말을 통해 세상을 꿈꾸고

노래하는 사람이다.

바늘 끝처럼 날카로운 눈으로

취할 수 있는 쾌락을

찾아 헤매는 시인은

불감증에 빠진 말과도

관능적인 사랑의 순간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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