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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풍성한 책방 : 사라진 밤

by 풍성한 그림 2021.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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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런코벤     423    문학수첩

 

p18

음주운전 테스트를

해야겠습니다, 선생님.” ~

렉스가 경찰차 쪽으로 돌아서자

데일 밀러는 총을 꺼내

그의 뒤통수에 두 발을 쏘았다.

렉스는 힘없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그러자 데일 밀러가

데이지에게 총구를 겨눴다.

저들이 돌아왔어,’데이지는

생각했다. ‘그 오랜세월이

흐른 끝에 날 찾아낸 거야.’

 

p27

사복 차림이긴 해도

경찰은 늘 알아볼 수 있다.

자세 때문인지 옷차림 때문인지,

꼭 집어서 말할 수 없는

무언가 때문인지 모르지만

같은 경찰이라서 그런 건 아니다.

~ 펜실베니아주 번호판이

달려 있다. 위장 경찰차는

한눈에 봐도 경찰 차량이라는

티가 나서 마치 양쪽 옆면에

스프레이로 위장 경찰차라고

적혀 있는 듯하다.

 

p69

나는 내 과거를 향해 반쯤

미소 짓는다. 눈을 감으면

아직도 그 경기의 매순간이

떠오른다. 내 두 번째 골이

결승골이었다. ~

그러니까 당신은 다른 마을에서

열리는 아이스하키 시합에

참가했고요레이놀즈가 재촉한다.

그날 밤 리오과 다이애나가

기차에 치여 즉사했습니다.”

레이놀즈가 손으로 입을 막는다.

세상에나.”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사고였나요? 아니면 자살?”

나는 어깨를 으쓱인다.

아무도 모릅니다.

적어도 난 몰라요.”

 

p93

우리는 철조망으로 몸을 내민다.

숲속은 쥐 죽은 듯 고요하다.

새소리도, 나뭇잎이 바스락거리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저 내 숨소리만 들린다.

과거는 그냥 사라지지 않는다.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졌든

그 일은 아직도 이곳을 떠돈다.

고대 유적이나 고택 또는

이런 숲속에 홀로 있으면

가끔씩 그걸 느낄 수 있다.

메아리는 잠잠해지면서

서서히 사라지지만 절대 완벽하게

고요해지지 않는다.

그래서 이 나이키 기지는

폐쇄된 후에 어떻게 됐어?”

엘리가 묻는다.

그게 바로 음모론 클럽이

알아내려고 했던 거야.”

내가 대답한다.

 

p144

난 이 작은 마을의 경찰이자

큰 카운티의 수사관인 현재

내 상태가 좋다. 돈이나 명예에는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다.

괜한 겸손이 아니다.

지금의 내 직책에 만족한다.

 

p167

복도는 수업 중인 학교의 복도가

그렇듯이 적막하다. 여기는

우리가 다닐 때와 별로

달라지지 않았어, 리오,

딱딱한 타일이 깔린 바닥,

복도 양쪽에 늘어선 사물함,

딕슨 연필의

그 노란색으로 칠해진 벽,

가장 큰 변화는,

사실 변화도 아니지만, 원근감이야,

나이를 먹으로면 학교가

더 작아 보인다고들 하는데

사실이더라. 옛 기억이 떠오르지

못하게 하는 것도 바로

그 원근감일 거야.

행크 스트라우드

일로 찾아왔습니다.”

 

p189

앤 아버 경찰서에 전화해서

베스의 집과 병원에 경찰을

보내달라고 부탁해야 할지 모른다.

나는 계속 걸으면서

모든 단서를 곱씹는다.

리오와 다이애나의 사고’,

렉스이 피살과 사건 현장에 있던

모라, 행크와 그 동영상,

음모론 클럽, 머릿속에서

이 사건들간의 연관성을

찾아내어 선을 긋고

벤다이어그램을 그리려고 하지만

겹치거나 연결되는 부분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p204

진정해나는 날 타이른다.

물론 웰스부인에게 묻고 싶은 질문이

백만 개는 되지만 가장 효과적으로

신문하려면 초인적인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웰스부인이 날 찾아온 것이지

그 반대가 아니다.

그녀가 날 찾아내고,

심지어 엘리를 중개인으로 삼았다.

내 집이나 사무실에

얼씬거릴 필요가 없고,

통화 기록도 남기지 않기 위해서다.

이 모두가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p246

이걸 받은 게 8, 9년 전이야,

그때 행크는 이미 꽤 정신이

나간 상태였어.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지.

그냥 미쳐서 지껄이는

헛소리일 거라고, 하지만

행크는 꽤 단호했어,~

널 믿어, ,

넌 경찰이지만 왠지 행크가 너한테는

이걸 줘도 된다고 했을 것 같아.”

 

 

 

p277

액정에 이미 동영상이 떠 있고,

화면은 헬리콥터가 처음 나타나는

부분에서 멈춰져 있다. 나는

재생버튼을 누르고

리브스가 볼 수 있도록 전화기를

들어 올린다. 가짜로 만든

구릿빛 얼굴인데도 안색이 창백해진다.

 

p307

여전히

누가 날 지켜보는 느낌이 들어서

뒤를 돌아본다. 길 아래쪽에 있는

저지 마이크 샌드위치 가게 앞

나무 뒤에 누가 서 있다. 별일은

아닌 듯하지만 지금 내 편집증은

극에 달한 상태다. 나는

허리춤에 찬 권총에 손을 올린다.

총을 뽑지는 않고 그냥

차고 있다는 사실만 알린다.

 

p324

잘 모르겠다. 정말로

그냥 덮는 편이 현명할 것이다.

넌 죽었어, 리오 지금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아무리

추악한 진실을 파낸다 해도

그 사실은 변함이 없을 거야.

넌 여전히 죽은 채 곁에 없겠지.

똑똑하게도 나는 그 사실을 알아,

그런데도 미련이 남아.

 

p347

산소는 없다.

내 몸은 경련을 일으킨다. ~

몸을 위아래로 흔들면서

발길질을 하려 한다. 머리를

마구 흔들려 한다. 하지만

몸이 꽁꽁 묶여 있다. 물로부터

도망칠 수 없다. 물은

양이 줄어들지도, 속도가

느려지지도 않는다. 상황은

점점 악화될 뿐이다. 그저 물이

멈췄으면 하고 바라는

정도가 아니다. 물이 멈춰야 한다고

생각하는정도도 아니다.

반드시 멈춰야 한다.

 

p375

그 기지는 끔찍한 비밀을

감추고 있었어, 그곳은 사실

아주 위험한

테러리스트들을 데려와 고문하는

블랙 사이트였던 거야. 그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정부는 살인도 불사할까?

대답이 너무 자명해서

물으나 마나 한 질문이다.

당연히 그러겠지.

그래서 그날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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