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런코벤 423 문학수첩
p18
“음주운전 테스트를
해야겠습니다, 선생님.” ~
렉스가 경찰차 쪽으로 돌아서자
데일 밀러는 총을 꺼내
그의 뒤통수에 두 발을 쏘았다.
렉스는 힘없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그러자 데일 밀러가
데이지에게 총구를 겨눴다.
‘저들이 돌아왔어,’데이지는
생각했다. ‘그 오랜세월이
흐른 끝에 날 찾아낸 거야.’
p27
사복 차림이긴 해도
경찰은 늘 알아볼 수 있다.
자세 때문인지 옷차림 때문인지,
꼭 집어서 말할 수 없는
무언가 때문인지 모르지만
같은 경찰이라서 그런 건 아니다.
~ 펜실베니아주 번호판이
달려 있다. 위장 경찰차는
한눈에 봐도 경찰 차량이라는
티가 나서 마치 양쪽 옆면에
스프레이로 ‘위장 경찰차’라고
적혀 있는 듯하다.
p69
나는 내 과거를 향해 반쯤
미소 짓는다. 눈을 감으면
아직도 그 경기의 매순간이
떠오른다. 내 두 번째 골이
결승골이었다. ~
“그러니까 당신은 다른 마을에서
열리는 아이스하키 시합에
참가했고요” 레이놀즈가 재촉한다.
“그날 밤 리오과 다이애나가
기차에 치여 즉사했습니다.”
레이놀즈가 손으로 입을 막는다.
“세상에나.”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사고였나요? 아니면 자살?”
나는 어깨를 으쓱인다.
“아무도 모릅니다.
적어도 난 몰라요.”
p93
우리는 철조망으로 몸을 내민다.
숲속은 쥐 죽은 듯 고요하다.
새소리도, 나뭇잎이 바스락거리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저 내 숨소리만 들린다.
과거는 그냥 사라지지 않는다.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졌든
그 일은 아직도 이곳을 떠돈다.
고대 유적이나 고택 또는
이런 숲속에 홀로 있으면
가끔씩 그걸 느낄 수 있다.
메아리는 잠잠해지면서
서서히 사라지지만 절대 완벽하게
고요해지지 않는다.
“그래서 이 나이키 기지는
폐쇄된 후에 어떻게 됐어?”
엘리가 묻는다.
“그게 바로 음모론 클럽이
알아내려고 했던 거야.”
내가 대답한다.
p144
난 이 작은 마을의 경찰이자
큰 카운티의 수사관인 현재
내 상태가 좋다. 돈이나 명예에는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다.
괜한 겸손이 아니다.
지금의 내 직책에 만족한다.
p167
복도는 수업 중인 학교의 복도가
그렇듯이 적막하다. 여기는
우리가 다닐 때와 별로
달라지지 않았어, 리오,
딱딱한 타일이 깔린 바닥,
복도 양쪽에 늘어선 사물함,
딕슨 연필의
그 노란색으로 칠해진 벽,
가장 큰 변화는,
사실 변화도 아니지만, 원근감이야,
나이를 먹으로면 학교가
더 작아 보인다고들 하는데
사실이더라. 옛 기억이 떠오르지
못하게 하는 것도 바로
그 원근감일 거야.
“행크 스트라우드
일로 찾아왔습니다.”
p189
앤 아버 경찰서에 전화해서
베스의 집과 병원에 경찰을
보내달라고 부탁해야 할지 모른다.
나는 계속 걸으면서
모든 단서를 곱씹는다.
리오와 다이애나의 ‘사고’,
렉스이 피살과 사건 현장에 있던
모라, 행크와 그 동영상,
음모론 클럽, 머릿속에서
이 사건들간의 연관성을
찾아내어 선을 긋고
벤다이어그램을 그리려고 하지만
겹치거나 연결되는 부분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p204
‘진정해’나는 날 타이른다.
물론 웰스부인에게 묻고 싶은 질문이
백만 개는 되지만 가장 효과적으로
신문하려면 초인적인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웰스부인이 날 찾아온 것이지
그 반대가 아니다.
그녀가 날 찾아내고,
심지어 엘리를 중개인으로 삼았다.
내 집이나 사무실에
얼씬거릴 필요가 없고,
통화 기록도 남기지 않기 위해서다.
이 모두가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p246
이걸 받은 게 8, 9년 전이야,
그때 행크는 이미 꽤 정신이
나간 상태였어. 난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지.
그냥 미쳐서 지껄이는
헛소리일 거라고, 하지만
행크는 꽤 단호했어,~
“널 믿어, 냅,
넌 경찰이지만 왠지 행크가 너한테는
이걸 줘도 된다고 했을 것 같아.”
p277
액정에 이미 동영상이 떠 있고,
화면은 헬리콥터가 처음 나타나는
부분에서 멈춰져 있다. 나는
재생버튼을 누르고
리브스가 볼 수 있도록 전화기를
들어 올린다. 가짜로 만든
구릿빛 얼굴인데도 안색이 창백해진다.
p307
여전히
누가 날 지켜보는 느낌이 들어서
뒤를 돌아본다. 길 아래쪽에 있는
저지 마이크 샌드위치 가게 앞
나무 뒤에 누가 서 있다. 별일은
아닌 듯하지만 지금 내 편집증은
극에 달한 상태다. 나는
허리춤에 찬 권총에 손을 올린다.
총을 뽑지는 않고 그냥
차고 있다는 사실만 알린다.
p324
잘 모르겠다. 정말로
그냥 덮는 편이 현명할 것이다.
넌 죽었어, 리오 지금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아무리
추악한 진실을 파낸다 해도
그 사실은 변함이 없을 거야.
넌 여전히 죽은 채 곁에 없겠지.
똑똑하게도 나는 그 사실을 알아,
그런데도 미련이 남아.
p347
산소는 없다.
내 몸은 경련을 일으킨다. ~
몸을 위아래로 흔들면서
발길질을 하려 한다. 머리를
마구 흔들려 한다. 하지만
몸이 꽁꽁 묶여 있다. 물로부터
도망칠 수 없다. 물은
양이 줄어들지도, 속도가
느려지지도 않는다. 상황은
점점 악화될 뿐이다. 그저 물이
멈췄으면 하고 ‘바라는’
정도가 아니다. 물이 멈춰야 한다고
‘생각하는’ 정도도 아니다.
‘반드시 ’멈춰야 한다.
p375
그 기지는 끔찍한 비밀을
감추고 있었어, 그곳은 사실
아주 위험한
테러리스트들을 데려와 고문하는
블랙 사이트였던 거야. 그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정부는 살인도 불사할까?
대답이 너무 자명해서
물으나 마나 한 질문이다.
당연히 그러겠지.
그래서 그날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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