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로 칼비노 249 민음사
p35
권총은 핀의 손에 있었고 핀은
그걸 아무에게도 주지 않은 것이며
그걸 갖고 있다는 이야기도
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자기가 무시무시한 힘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릴 것이다. 그러면
모두들 그에게 복종할 것이다.
진짜 권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놀라운 놀이들,
그 어떤 아이도 해 보지 못했던
굉장한 놀이들을 할 수 있을 것이다.
p78
이 권총을 가지고 무엇을 해야 할지도
알 수 없었다. 그는 총알을
어떻게 넣는지도 몰랐다. 게다가
이걸 손에 들고 있으면
분명 총살당할 것이다. 그는
권총집에 다시 총을 넣고
돌과 흙과 풀로 잘 덮었다.
이제 그는 되는대로 들판을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는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몰랐다.
p102
적을 갖고 있다는 것은
핀에게는 새롭고 낯선 의미였다.
골목 안에서는 밤이고 낮이고
고함과 싸움과 여자 남자들의
욕설이 가득했지만
적을 만나게 될 거라는
초조하고 괴로운 기대나
잠을 이룰 수 없게 하는
바람 같은 것은 없었다.
핀은 아직 적을 갖는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몰랐다.
핀이 보기에 모든 인간 존재 속에는
벌레들처럼 구역질 나는
어떤 것과 친구를 끌어들이는
따뜻하고 친절한 어떤 것이
함께 들어 있었다.
p133
핀은 농가가 불타 버렸어도
아무상관없었다. 그 불은
굉장히 멋있었고 새로운 야영지는
탐험해 볼 만한 아주
아름다운 장소로 둘러싸여 있었다.
핀은 오른팔 옆에 가는 게
조금 두려웠다. 어쩌면 오른팔은
화재의 책임을
모두 핀에게 뒤집어씌울지도 모른다.
p166
마치 구름 위에서 움직이기라도 하듯
그들 위로 적들의 대열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헤드라이트를 끄고
먼지 쌓인 큰길을 돌아 올라오는
커다란 차바퀴들의 소리,
벌써 지쳐 버려 분대장에게
“아직 멀었나요?”라고 물어보며
걷고 있는 군인들의 발소리.
오른팔네 남자들은
마치 적의 대열이
헛간 벽 뒤로 지나가기라도 하듯이
목소리를 속삭였다.
p208
핀은 반달 고개에서
밑으로 내려가는 오솔길을
성큼성큼 걸었다. 그의 앞에
멀고 먼 길이 놓여 있었다.
길을 걷는 동안
그는 자신의 멋들어진 계획이
이룰 수 없는
바람에 불가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 공상들은 절대
실현될 수 없으며 자신은
불쌍하고 외로운 아이로
계속 떠돌아다니리라는 것을
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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