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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풍성한 책방 : 개와 하모니카

by 풍성한 그림 2021. 1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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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   187   소담출판사

 

개와 하모니카

 

새하얀 머리에

보라색이 군데군데 보이는

자그마한 할머니다.

어른들은 대개 나와 눈이 마주치면

빙긋 웃거나 아니면

못 본 척 고개를 돌린다. 하지만

할머니는 두 가지 다 하지 않고,

~ 싫은 느낌도

으스스한 느낌도 들지 않았지만

어쩐지 이상했다. 저런 식으로

남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건

어린 아이들만 하는 거 아닌가.

 

 

침실

 

그리움과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오히려 위화감에 가까운

압도적이리만치

신선한 감각이었다.

낮선 여자를 보는 듯한 기분으로

후미히코를

잠들 아내를 내려다본다. ~

전혀 알지 못하는 미지의 여자다.

 

 

늦여름 해 질 녘

 

바깥은 대기 중에

아직 밝은 기운이 남아 있었다.

저녁 바람이 불고 있다고는 해도

여전히 후덥지근해서

온종일 에어컨이 도는 실내에 있던

시나의 살갗은

습기를 미처 받아들이지 못한 채

당황하고 있었다.

아직 땀 흘릴 준비가 안 되었다며

피부 표면이 허둥대는 게 느껴졌다.

숨막혀

 

 

피크닉

 

진실은 말하는 광기,

그것이 교코라는 여자의 특성인지,

아니면 모든 여자들의 특성인지

나로서는 알 길이 없다

(나는 상처 입고 덫에

걸려든 기분이다). 하지만

교코에게는 확실히

그런 광기가 있다. 그것은

마녀가 마녀인 까닭이며,

그런 특성을 지닌 인간은

인간이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진실을 말하는 광기,

그 특성을 나는 정말 증오한다.

 

 

 

유가오

 

나는 겁쟁이니까.’ 라는 것이

그녀가 또 하나 주장하는 바이다.

나는 겁쟁이나까,

살아 있는 남자보다

추억 속의 남성을

더 좋아하는지도 몰라.

그쪽이 더 안심되고,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실컷 생각할 수 있으니까.

 

 

알렌테주

 

나는 같은 사물을

같이 본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서로 다른 사고가

서로 다른 육체에 갇혀 있는

서로 다른 두 사람이,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같은 사물을 본다는 것을.

 

 

그늘이 없는

 

외길이어서였지도 모르고

여행이 주는 불안정한 느낌이나

고양감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혼란스럽거나

초조해서였지도. 이유야 어떻든

우리는 소리를 지르고

머리를 흔들며

밀려오는 절정을 참아낼 때와

같은 표정으로

리듬에 몸은 맡긴 채

대화를 대신하려 했다

 

 

 

외국인 청년 소녀 노인 대가족

불편한 행복 동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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