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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풍성한 책방 : 좀머씨 이야기

by 풍성한 그림 2020.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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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리크 쥐스킨트  125  열린책들

 

p42

어머니가 다시 말했다.

그 사람은

밀폐 공포증이 있다니까요.

그것 말고는 아무 병에도 안 걸렸고,

그 병에는 약도 없어요.

잠자리에 들었을 때

내 머리에는 그 길고 이상한 단어가

한참 동안이나 떠날 줄을 몰랐다.

밀폐 공포증……, 나는

그 단어를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몇 번이고 되풀이 하면서 외웠다.

밀폐 공포증…… 밀폐 공포증……

좀머아저씨는 밀폐 공포증이 있어……

그 말의 뜻은 아저씨가

방안에 가만히 있지 못한다는 것

……방안에 가만히 있지 못한다는 것은

밖에서 돌아다녀야된다는 것을

의미하고……

 

p60

풀 사이로

바람 한 줄기도 불지 않았다.

풍경이 마치 그대로

굳어 버린 것 같았다. 그때

조금씩 움직이는

작은 점이 눈에 띄었다. 그 점은

숲 가장자리 맨 왼쪽에서

가장자리를 따라 계속해서 오른쪽으로

향하면서 학교 앞 언덕을 올라,

그 위에서 산등성이 모양을

그대로 좇으며 남쪽으로

가로질러 가고 있었다.

하늘의 파란색 배경과 함께

그 점이 비록 개미만 하게

작기는 하였지만, 그 위를

걸어가고 있는 것이 사람임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나는

좀머아저씨의 다리 세 개를 찾아냈다.

 

 

p101

그 무렵 누군가의 입에서부터인가

인형을 만들던 아저씨의 부인이

죽었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정확히 언제 어디에서였는지는

아무도 몰랐을 뿐만 아니라,

어느 누구도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아저씨는 더 이상

페인트 칠장이 슈탕엘마이어 씨네

지하실에서 살지 않았고 ~

거기에서는 이제

리타가 남편과 함께 살았다 ~

그 집에서 몇 채 뒤에 있는

리들 어부 아저씨네 집

다락방에서 살았다.

나중에 리들 아줌마에게서

들은 말에 의하면 아저씨는

집에 아주 잠깐만 들러서

뭘 좀 먹을 것을 만들거나

차를 끓여 마시고는

이내 밖으로 나갔다고 한다.

그렇게 나가서는 며칠씩

집에 오지 않는 경우도 있었고,

잠을 자러 오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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