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리크 쥐스킨트 125 열린책들
p42
어머니가 다시 말했다.
「그 사람은
밀폐 공포증이 있다니까요.
그것 말고는 아무 병에도 안 걸렸고,
그 병에는 약도 없어요.」
잠자리에 들었을 때
내 머리에는 그 길고 이상한 단어가
한참 동안이나 떠날 줄을 몰랐다.
밀폐 공포증……, 나는
그 단어를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몇 번이고 되풀이 하면서 외웠다.
밀폐 공포증…… 밀폐 공포증……
좀머아저씨는 밀폐 공포증이 있어……
그 말의 뜻은 아저씨가
방안에 가만히 있지 못한다는 것
……방안에 가만히 있지 못한다는 것은
밖에서 돌아다녀야된다는 것을
의미하고……
p60
풀 사이로
바람 한 줄기도 불지 않았다.
풍경이 마치 그대로
굳어 버린 것 같았다. 그때
조금씩 움직이는
작은 점이 눈에 띄었다. 그 점은
숲 가장자리 맨 왼쪽에서
가장자리를 따라 계속해서 오른쪽으로
향하면서 학교 앞 언덕을 올라,
그 위에서 산등성이 모양을
그대로 좇으며 남쪽으로
가로질러 가고 있었다.
하늘의 파란색 배경과 함께
그 점이 비록 개미만 하게
작기는 하였지만, 그 위를
걸어가고 있는 것이 사람임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나는
좀머아저씨의 다리 세 개를 찾아냈다.
p101
그 무렵 누군가의 입에서부터인가
인형을 만들던 아저씨의 부인이
죽었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정확히 언제 어디에서였는지는
아무도 몰랐을 뿐만 아니라,
어느 누구도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아저씨는 더 이상
페인트 칠장이 슈탕엘마이어 씨네
지하실에서 살지 않았고 ~
거기에서는 이제
리타가 남편과 함께 살았다 ~
그 집에서 몇 채 뒤에 있는
리들 어부 아저씨네 집
다락방에서 살았다.
나중에 리들 아줌마에게서
들은 말에 의하면 아저씨는
집에 아주 잠깐만 들러서
뭘 좀 먹을 것을 만들거나
차를 끓여 마시고는
이내 밖으로 나갔다고 한다.
그렇게 나가서는 며칠씩
집에 오지 않는 경우도 있었고,
잠을 자러 오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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