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거서 크리스티 341 황금가지
p59
푸아로는 블라인들를 올리고
창밖을 내다보았다. 잔뜩 쌓인
눈이 기차를 둘러싸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9시가 지난 시간이었다.
10시 45분에 푸아로는
언제나처럼 깔끔하고 세련되게
차려입고 식당차로 갔다.
식당차에서는 걱정스런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다. 승객들 사이에
서먹서먹함은 이제
거의 사라지고 없었다.
공통된 불행이
모든 승객을 하나로
묶어 놓고 있었다.
p63
아침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다.
푸아로를 포함한 몇 사람은
식당차에 남아 있었다.
“실례합니다, 선생님.”
“무슨?”
“부크 씨의 전갈입니다.
잠깐 와 주셨으면 하십니다.”
푸아로는 일어서서
스웨덴 여자에게
양해를 구하고는
차장을 따라 식당차를 나섰다.
푸아로는 안내인을 따라
자신의 침실을 지나
다음 객차까지 걸어갔다.
차장은 문을 두드린 다음
푸아로가 안으로 들어가도록
옆으로 비켜섰다.
그 방은 부크의 침실이 아니었다.
2등칸이었지만, 아마도
약간 더 넓기 때문에 선택된
듯했다. 방은 사람으로 꽉 차서
넘칠 것 같았다.
부크는 구석의 조그만 의자에
앉아 있었다. 부크의 맞은편인
유리창 옆 의자에는 작고
가무잡잡한 남자가 창밖의 눈을
보며 앉아 있었다. 그리고
푸른 제복을 입은 덩치
큰 열차장과 푸아로의
침대차 차장이 푸아로가
안으로 들어서는 걸 가로막듯
서 있었다.
“오, 친구, 어서 들어와요,
우린 당신이 필요하답니다.”
부크가 소리쳤다.
창문 옆에 앉아 있던
조그만 남자가 옆으로 비켜앉아다.
푸아로는 다른 두 남자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친구를
마주보며 앉았다.
부크의 얼굴에 나타난 표정을 보자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진 게 분명했다.
“무슨 일이 생겼습니까?”
푸아로가 물었다.
“그렇게 묻는 것도 당연하죠.
먼저, 이 폭설입니다.
폭설 때문에 열차가 서버렸습니다.
그리고 ······.”
부크는 잠시 머뭇기렸다.
목이라도 조여진 듯
가쁜 숨소리가 차장에게서
새어 나왔다. “그리고, 뭡니까?”
“그리고 승객 한 명이 칼에 찔려
죽은 채 자기 침대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부크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승객이라고? 누구죠?”
부크가 앞에 놓인 쪽지를 보고는
말했다. “라쳇이로군요,
라쳇 씨가 맞나?”
“예, 맞습니다.” 푸아로는 하얗게
질려 헐떡이며 대답하는
차장을 보았다.
“저 사람을 앉히는 게 좋겠습니다.
안 그러면 쓰러질 것 같군요.”
열차장이 옆으로 조금 비켜 주자
차장은 주저앉아
두 손에 얼굴을 묻었다.
“휴! 심각한 일이로군요!”
푸아로가 말했다.
~ 푸아로가 의사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라쳇 씨방의 창문은 활짝 열린
채였습니다.
살인자가 그 길로 도망갔다고
생각하게 만들만 했지요. 하지만
그 열어 놓은 창문은
눈속임이라는 게 내 의견입니다.
그 길로 누군가 나갔다면 흔적이
남아 있겠죠, 하지만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범행이 발견된 것은 언제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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