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욱 270 동아시아
프롤로그
우주는 떨림이다.
정지한 것들은 모두 떨고 있다.
수천 년 동안 한자리에 말없이 서 있는
이집트의 피라미드는 떨고 있다.
그 떨림이 너무 미약하여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을 뿐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그 미세한 떨림을 볼 수 있다.
소리는 떨림이다.
빛은 떨림이다.
세상은 볼 수 없는 떨림으로 가득하다.
인간은 울림이다.
우리는 주변에 존재하는
수많은 떨림에 울림으로 반응한다.
우리는 다른 이의 떨림에
울림으로 답하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나의 울림이
또 다른 떨림이 되어
새로운 울림으로 보답받기를 바란다.
이렇게 인간은 울림이고 떨림이다.
p49
모든 사람은 죽는다.
죽으면 육체는
먼지가 되어 사라진다.
어린 시절 죽음이
가장 두려운 상상이었던 이유다.
하지만 원자론의 입장에서 죽음은
단지 원자들이 흩어지는 일이다.
원자는 불멸하니까
인간의 탄생과 죽음은
단지 원자들이 모였다가
흩어지는 것과 다르지 않다.
누군가의 죽음으로 너무 슬플 때는
우리 존재가
원자로 구성되었음을 떠올려보라.
p116
물에 잉크를 한 방울 떨어뜨리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잉크가 퍼져서
물 전체가 뿌옇게 된다.
하지만 가만히 놓아둔 뿌연 물이
맑은 물과 잉크 한 방울로
스스로 분리되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잉크가 한곳에
방울로 모여 있는 것보다
퍼져 있는 경우의 수가 많기 때문이다.
즉, 잉크가 퍼져가는 과정은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과정인 것이다.
p156
사람은 왜 추락할까?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사람은 흙으로 되어 있고,
흙이 있어야 할 자리는 바닥이다.
모든 물질은
그것이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가려는 속성이 있다.
그래서 사람은 바닥으로 떨어진다.
그렇다면 달은 왜 떨어지나?
우주는 지상과 천상의 물체들은
지상의 것과 완전히 다른 존재다.
그들은 무게도 없고
색깔이나 냄새도 없으며,
그냥 일정한 속도로
지구 주위를 영원히 움직인다.
p219
선사시대의 수렵채집인은
인간과 동물,
생물과 무생물을
분리하여 생각하지 못했다.
우리나라의 건국신화에는
곰이 인간으로 바뀌는 이야기가 나온다.
옛날에는 나무나 바위가
영혼을 가진다는
정령신앙도 널리 유행했다.
많은 종교들이
영혼의 존재를 가정한다.
이와 유사한 것이
물리학에 있다면 당신은 믿겠는가?
바로‘에너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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