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트 보니것 242 문학동네
‘소심한’과 ‘멀리 떨어진 곳’ 사이에서-
그는 아주 잠깐 죽어서
영원을 탐험한 뒤 다시 살아나,
산 자들에게
그들이 살아가는 모든 순간이
가장 거대한 성운만큼이나
영원한 우주의 일부라고 말할 것이다.
시간은 인간이 마음속에
더이상 살인자가 아니다.
로마-
객석 조명이 켜지고
연극이 중단되었다.
멜로디가 무대 위에서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그녀는 아버지를 향해 달려오더니
두 팔로 그를 힘껏 껴안았다.
나는 멜로디가 아버지에게서 풍기는
지독한 술냄새에 대해
뭐라고 말하지 궁금했다.
“오, 아빠, 아빠, 우리아빠.”
그녀가 말했다.
“또 에프터셰이브 로션을
너무 많이 바르셨네요.”
강가의 에덴동산-
하얀 돌멩이가 내리막길 아래로
또르르 굴러갔다.
그는 소녀를 자극하려는 듯,
그녀 앞에서 춤을 추는 사람처럼
돌멩이 주위를 이러저리 움직였다.
소녀가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자
그는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멍청이의 포트폴리오-
나는 내 일에 자부심을 느끼고,
특히 초기에 들인 노력에
각별한 애정을 느낀다.
브라이트먼 포트폴리오는 근사했다.
안정적이고 튼튼했다는 말이다.
그것은 나름 사랑의 결과물이었다.
스노우, 당신은 해고에요-
알린이 떠날 때
회사 정문에서 초라하고 애처로운
기념식이 열렸다. 그녀는
천사처럼 예쁜 증명사진에
투명한 플라스틱을 앞뒤로 대서 만든
사원증을 반납했다. 그녀가
어둡고 쓰라린 일리움의
겨울 진창길 위에 서 있는 동안,
경비원은 회사의 규율에
따라 커다란 양철가위로
사원증을 반으로 잘라
쓰레기통에 던져넣었다.
프랑스 파리-
퍼츠 영감이 열차표와 여권을 꺼냈다.
같이 끄집어낸 여행 관련 서류들이
마치 드레싱으로 버무린
샐러드처럼 뒤엉켜 있었다.
그 광경에 퍼츠 영감은
무척이나 초조해했다.
덩달아 불안해진 다른 사람들도
각자 자기 서류를 점검했다.
마지막 태즈메이니안-
이곳에서 대부분의 권력을
손에 쥔 이들은 백인들이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면
파라다이스에 가까운
무언가가 될지도 모를 이 생태계의
더럽고 탐욕스러운 관리인 역시
그들이라는 사실이다.
로봇빌과 카슬로우 씨-
네가 카슬로우 씨에게 외견상으로는
관련이 없어 보이는 수수께끼들,
즉 위원회와 청원서, 포스터,
예전 전쟁 포로들의 모임,
곤경에 처한 소년,
인더스트리얼 공원,
제대 배지 달기에 대해 물어보니
그가 그 모든 게
전부 하나라고 대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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