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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풍성한 책방 : 멍청이의 포트폴리오

by 풍성한 그림 2022. 8.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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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트 보니것   242   문학동네

 

소심한멀리 떨어진 곳사이에서-

그는 아주 잠깐 죽어서

영원을 탐험한 뒤 다시 살아나,

산 자들에게

그들이 살아가는 모든 순간이

가장 거대한 성운만큼이나

영원한 우주의 일부라고 말할 것이다.

시간은 인간이 마음속에

더이상 살인자가 아니다.

 

로마-

객석 조명이 켜지고

연극이 중단되었다.

멜로디가 무대 위에서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그녀는 아버지를 향해 달려오더니

두 팔로 그를 힘껏 껴안았다.

나는 멜로디가 아버지에게서 풍기는

지독한 술냄새에 대해

뭐라고 말하지 궁금했다.

, 아빠, 아빠, 우리아빠.”

그녀가 말했다.

또 에프터셰이브 로션을

너무 많이 바르셨네요.”

 

강가의 에덴동산-

하얀 돌멩이가 내리막길 아래로

또르르 굴러갔다.

그는 소녀를 자극하려는 듯,

그녀 앞에서 춤을 추는 사람처럼

돌멩이 주위를 이러저리 움직였다.

소녀가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자

그는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멍청이의 포트폴리오-

나는 내 일에 자부심을 느끼고,

특히 초기에 들인 노력에

각별한 애정을 느낀다.

브라이트먼 포트폴리오는 근사했다.

안정적이고 튼튼했다는 말이다.

그것은 나름 사랑의 결과물이었다.

 

 

스노우, 당신은 해고에요-

알린이 떠날 때

회사 정문에서 초라하고 애처로운

기념식이 열렸다. 그녀는

천사처럼 예쁜 증명사진에

투명한 플라스틱을 앞뒤로 대서 만든

사원증을 반납했다. 그녀가

어둡고 쓰라린 일리움의

겨울 진창길 위에 서 있는 동안,

경비원은 회사의 규율에

따라 커다란 양철가위로

사원증을 반으로 잘라

쓰레기통에 던져넣었다.

 

프랑스 파리-

퍼츠 영감이 열차표와 여권을 꺼냈다.

같이 끄집어낸 여행 관련 서류들이

마치 드레싱으로 버무린

샐러드처럼 뒤엉켜 있었다.

그 광경에 퍼츠 영감은

무척이나 초조해했다.

덩달아 불안해진 다른 사람들도

각자 자기 서류를 점검했다.

 

마지막 태즈메이니안-

이곳에서 대부분의 권력을

손에 쥔 이들은 백인들이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면

파라다이스에 가까운

무언가가 될지도 모를 이 생태계의

더럽고 탐욕스러운 관리인 역시

그들이라는 사실이다.

 

로봇빌과 카슬로우 씨-

네가 카슬로우 씨에게 외견상으로는

관련이 없어 보이는 수수께끼들,

즉 위원회와 청원서, 포스터,

예전 전쟁 포로들의 모임,

곤경에 처한 소년,

인더스트리얼 공원,

제대 배지 달기에 대해 물어보니

그가 그 모든 게

전부 하나라고 대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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