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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풍성한 책방 : 기억서점

by 풍성한 그림 2022. 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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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를 기다리는 공간

 

정명섭   281   시공사

 

기억의 시작-

15년 전에 다친 왼쪽 발목이

욱신거렸지만 무시했다.

오래된 책을 읽는

기쁨을 만끽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분노로 욱신거렸다.

그렇게 유명해지려고 안간힘을 쓰던

벌레 같은 인간이 갑자기

모든 걸 내려놨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15년 전-

비명을 지른 유명우는

충격으로 몇 바퀴 굴러갔다.

그 와중에도

끈 떨어진 가방을 꼭 움켜쥐고 있었다.

그의 두 다리를 깔아뭉갠 차는

보닛에서 연기를 뿜어내는 차를

들이받았다. 쿵하는 소리와 함께

튕겨나간 차가 뒤집어질 듯 요동쳤다.

유명우는 누운 채,

상대방이 모는 자신의 차가

어두운 터널 너머로

사라지는 걸 지켜봤다.

 

기억하는 사람-

“15년 전의 그 사건으로

제 곁을 떠난 가족이요.

한순간도 잊어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잊을 일이 없을 겁니다.

귀국 후에 교수로 바로 임용이 되었는데

은퇴하면 가족끼리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서점을 열자고 얘기하곤 했습니다.”

 

과거-

15년 동안 기다려왔던 사냥꾼이

폭우가 쏟아지는 한밤중에

불쑥 찾아왔다는 점에서

두려움을 느꼈다. 하지만

경찰에 신고하지는 않았다.

경찰이 나타나면

종적을 감출 게 뻔했고,

그러면 혹여 사냥꾼의 행방을

알 수 있는 단서를

놓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휴대폰을 챙긴

유명우 교수는 휠체어를 밀고

서점 한가운데로 나왔다.

 

 

반격-

유명우 교수의 애기를 들은

조세준은 팔짱을 낀 채 생각에 잠겼다.

예상치 못한 위험한 일이지만

그의 말대로

대가는 충분히 주어질 게 분명했다.

무엇보다 호기심에 이끌린 조세준은

팔짱을 풀고 물었다.

제가 뭘 하면 됩니까?”

 

조사-

지하철을 타고 나는 내내 조세준은

사냥꾼에 대해서 생각해봤다.

연쇄살인마들은

종종 살인은 쾌락이라고 얘기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생각하지 못할 살인이라는

극한의 행동 속에서

희열을 느끼는 것이다.

그리고 중독되는 거지.”

 

용의자들-

사냥꾼이라면

저렇게 대놓고 활동을 할까?”

누구보다 조심스럽게 움직이며

살인을 저지르던 사냥꾼의 모습과는

거리가 좀 멀었다. 하지만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한 책을

얻기 위해서라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도 스쳐지나갔다.

 

놀이동산-

사냥을 할 때

가장 먼저 갖춰야 할 것은 침착함이다.

사냥감은 대개

필사적으로 도망치기 때문에

조금만 실수해도 놓칠 수 있다.

사냥감이 사람이라면

놓칠 경우 신고를 하기 때문에

더더군다나 조심해야한 한다.

지금 중요한 건 무엇보다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다.

 

종말과 시작-

범죄자들의 심리는

딱 잘라 말하기

애매한 부분이 많습니다.

이 친구랑 같이 해결했던 사건에서도

범인은 가장 열성적으로 증언했던

여성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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