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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풍성한 책방 : 산산조각

by 풍성한 그림 2022.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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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289    시공사

 

어떤 수의/ 룸비니 부처님/

참나무 이야기/ 플라타너스/

바람과 새/ 걸레/ 숫돌/

첨성대/ 아라연꽃/ 한 알의 밀/

추기경의 손/ 선암사 해우소/

진실/ 네모난 수박/ 희이마기러기/

낙산사 동종/ 하동 송림 장승

 

p26

죽음을 준비한다는 것은

그만큼 삶을 소중히 여긴다는 것이야.

내일 내가 죽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살아 있는 오늘을

더 열심히 성실하게 살 수 있어.

요즘 사람들이

돈과 권력을 탐내는 것을 보면

내가 내일 죽는다는 사실을

정말 잊고 사는 것 같아.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말이야.

 

p98

너는 이 세상에서

그 누구보다도

숭고한 삶을 살았다. 수고했다.

걸레가 없으면

이 세상은 깨끗해지지 않는다.

너의 역할은 참으로 소중했다.

 

 

p143

그는 자신이

언제 죽었는지 알 수 없었다.

땅에 떨어져 죽을 때에는

견딜 수 없는 어마어마한 고통이

찾아올 줄 알았으나 그렇지 않았다.

자신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수없이 새로운 이삭을 몸에 단 밀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새롭게 쑥쑥 자라 올라

다시 태어나는 일이야말로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는 일이었다.

 

p195

진실은 늘 맑고 순결했다.

더럽지도 때 묻지도 않았다.

진실은 존재 그 자체로서

고결하고 숭고했다.

인간의 삶을 형성하는

가장 소중한 가치였다.

그러나 진실은 정작

인간의 삶에 존재해 있기를 싫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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