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사설] 2022.11.11
MBC 기자 전용기 탑승 배제,
언론 자유에 대한 도전이다
대통령의 해외 순방을
취재하는 기자단의 전용기 탑승은
주권자의 ‘알권리’를 위해
정부가 보장할 책무이다.
대통령이 기자들의 ‘취재 편의’를 위해
베푸는 시혜가 아니다.
순방 취재에 참여하는 언론사가
소요 비용을 자체 부담함은
말할 나위도 없다. 여권에선
‘전용기 탑승 제한일 뿐
취재 제한은 아니다’라고 하지만
궤변에 불과하다.
순방 기간 중 전용기 내에선
기자간담회 등이 이뤄진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유럽 순방 후 귀국길에
전용기 항로를 변경해
이라크 주둔 자이툰부대를
전격 방문하기도 했다.
혹여 윤 대통령이 전용기를
대통령의 사유재산으로
여기는 것 아닌지도 의심스럽다.
나토 방문 때는 민간인 신분인
이원모 인사비서관 배우자를
전용기에 태우더니, 이번에는
특정 언론사 기자를 태우지 않겠다니
말이다. 그러나
대통령 전용기의 주인은
국민이며, 대통령 부부는
공무를 위해 ‘편의’를 제공받는
단기 이용자일 뿐이다.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사설] 2022.11.11
행안부는 손도 안 대면서
구조 애쓴 소방서장 입건한 수사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최성범 서울 용산소방서장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
지난달 29일 밤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시
지휘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는 것이다.
특수본은 최 소방서장이 소방관들에게
인명 구조·구급 처치에 필요한 활동을
적절히 지시하지 못하고,
소방 대응 2단계 발령 권한이 있음에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했다.
당시 구급차들이 한데 엉켜
구조가 늦은 것도 그의 책임이라고 봤다.
서울 각지에서 구급차들이
연이어 출동했는데 현장 혼선으로
환자 이송이 늦어졌다는 것이다.
최 소방서장은 참사 당시
시민들이 의지할 수 있었던
유일한 국가 관료였다.
참사 당일 비번이었던 최 소방서장은
시장도 구청장도 경찰청장도
경찰서장도 없던 현장에
가장 먼저 가서 마지막까지
구조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최 소방서장이 소방 대응
1단계를 발령한 시간은
참사 발생 13분 뒤인
29일 오후 10시28분이다.
2단계 발령은 오후 11시13분
최태영 서울소방재난본부장이 내렸다.
특수본은 최 소방서장이
해밀톤호텔 옆 골목 압사 현장을
목격하자마자 곧바로
2단계 발령을 내렸어야 했다고 본다.
그러나 당시 최 소방서장은
상부에 상황을 보고하고,
구조·구급 업무 외에 인파와
교통 관리 업무까지 챙겼다.
마이크 잡은 손을 벌벌 떨며
사상자 수습과 구조 상황을
언론에 브리핑도 했다.
이런 최 소방서장을
주머니 먼지털기식으로 입건하다니,
참으로 정의롭지 못한 수사다.
[사설] 2022.11.10
노동·성평등 외면한 교육과정 개정,
이런 퇴행은 없었다
교육부가 9일
학교 교육의 방향을 결정하는
‘2022 초·중등 교육과정’을
7년 만에 개정해 행정예고했다.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도입에 맞춰
진로와 적성에 따른 학생들의
과목선택권을 확대하고,
정보교육 시수를 늘려
디지털 격차를 완화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그 내용에서 ‘노동자’와
‘성평등’이라는 말 자체가 사라졌다.
보수 편향에 퇴행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교육기본법에 명시된
정치적 중립을 위반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시민들의 반대는 물론
“민주주의와 관련된
다양한 보편적 가치를 담아야 한다”는
연구진의 뜻까지 무시한 것으로,
의견 수렴 과정 자체도 반민주적이다.
사회과에서는 ‘노동자’라는 용어가
모두 ‘근로자’로 변경됐다.
세계가 공통으로 쓰는
노동자라는 말조차 용납하지 못하는
그 인식과 의도가 한심하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대신
‘기업의 자유’를 강조한 것도
마찬가지다. 교육목표에서
노동교육과 민주시민교육은 사라졌는데,
재계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뉴라이트 역사 교과서’를 밀어붙였다가
시민들의 반발 속에
역사를 퇴행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윤석열 정부는 그
전철을 되밟지 않기를 바란다.
한겨레신문 [사설] 2022.11.11
‘언론 통제’ 박수치고
‘대통령 참모 퇴장’ 공격하는 여당
최근 대통령실 기조와
다른 목소리를 냈던 주호영 원내대표는
윤핵관들의 집중 공격을 받고 있다.
그는 지난 8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웃기고 있네” 메모로
물의를 일으킨 김은혜 홍보수석과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을 퇴장시켰다.
이에 장제원 의원은
주 원내대표를 겨냥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모르지만
걱정된다”고 했고,
이용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주 원내대표가 정부를 제대로
엄호하지 못한다는 취지로
비판했다고 한다. 참모 퇴장을
‘대통령에 대한 모욕’으로 규정해
공동 행동에 나선 셈이다.
여기에는 원내사령탑이
야당의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요구에 가능성을 열어두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비판하는 발언을 하는 등
대통령실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불만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집권여당은 민심을 청취해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소통 창구 구실을 해야 한다.
시중에서 윤 대통령이
취임 6개월 동안 한 일은
압수수색밖에 없다는
비아냥이 나오는 데는,
쓴소리 한마디 제대로 못 하는
‘식물 여당’의 책임도 적지 않다.
지금 국민들 눈에는
전당대회와 총선을 앞두고
‘윤심’ 업기에 골몰해,
윤 대통령의 지시와 의지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만 보일 뿐이다.
여당이 민심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실의 ‘스피커’를 자처하는 것은
정당으로서의 존재 의미를
스스로 저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역대 정부에서 이런 행태를 보인 여당이
어떤 결말을 맞았는지 되새겨보기 바란다.
[사설] 2022.11.10
MBC 전용기 탑승불허,
반헌법적 ‘언론통제’다
윤 대통령은 10일 출근길에
탑승 불허에 대해 “중요한 국익이
걸려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화방송의 비속어 보도가
국익을 저해했기 때문에
탑승을 불허했다는 취지다.
그러나 당시 논란이 된
비속어에 대해선 문화방송을 포함한
148개 언론사가 똑같이
‘이 ××’ ‘바이든’ 표기를 달아
보도한 바 있다.
‘바이든’이 아니라고
공식 해명에 나섰던 홍보수석도
비속어 사용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래 놓고 이런 대응에 나선 건
결국 문화방송을
시범 케이스 삼아 전체 언론에
‘함부로 비판 보도를 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대통령실 출입기자단은
이날 대통령실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조속한 철회를 요구했다.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이사회도
이번 조처가 “내외신 모든
언론의 자유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가 이날 이번 순방에
전용기 탑승을 거부하고 민항기로
취재를 가기로 결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국익’을 명분으로 내걸면서
김건희 여사 관련 보도를
탑승 불허 사유로 함께 꼽은 것도
상식적이지 않다.
국민 세금으로 운용되는
전용기 탑승을 법적 근거도 없이
자의적으로 불허한 것과
더불어 ‘국정 사유화’ 행태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사설] 2022.11.11
‘용산소방서장 입건’이
국민 공분 사는 이유 돌아봐야
최 서장의 입건 소식이 알려진 뒤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소방서장’이
열쇳말로 오르고
“표창을 줘도 모자랄 판에
피의자 신분이라니 황당하다”는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게시판 응원글과 격려전화도
쏟아진다고 한다. 많은 이들이
그가 떨리는 손으로 마이크를 잡고
브리핑하는 영상을 기억한다.
법리적 다툼의 여지와는 별개로,
최 서장이 참사 일선에서
분투한 유일한 현장 책임자이자,
인명 구조에 사력을 다한
소방구급대원, 경찰관, 시민들과
다르지 않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 출범 6개월을 맞아
여러 언론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태원 참사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부적절했다’는 응답비율이
70% 가까이 나타났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참사에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도 65%에 이르렀다.
현장에 잘못을 떠넘기는 것도 모자라,
컨트롤타워의 참사 대응이
적절했는지를 따지는 국회에
모욕성 발언까지 서슴지 않는
최고위 지휘부에
국민 다수가 준엄하게
책임을 묻고 있는 것이다.
한국일보 [사설] 2022.11.11
행안부·서울시 빼놓은 참사 수사,
성역 없어야
경찰의 이태원 참사 수사가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상부 지휘를 받지 않는
독립 기구로서 참사 경위와
책임 소재를 규명하고 있다지만,
수사 대상을 경찰서·소방서·구청 등
현장 대응 책임 기관으로 한정해놓고
상급 기관이 '재난 컨트롤타워'
역할을 다했는지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는 양상이다.
국가 재난 대응의 책임 기관인
행정안전부는 지금껏 아무런 수사도
받지 않았다.
행안부가 참사가 난 지 33분 만에야
상황을 파악했고 이상민 장관은
그로부터 30여 분이 더 지난 뒤
보고를 받아 '늑장 대처' 책임론에
휩싸인 상황이 무색할 정도다.
게다가 서울시·용산구에 내린
재난문자 발송 지시가
1시간 18분 만에 이행되는 등
사고 대응 지휘마저 부실했던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상위 지자체이자 자치경찰 운영기관으로
재난 관리 책임이 있는 서울시 역시
'수사 무풍지대'다.
같은 경찰 지휘라인인데
경찰청장과 서울경찰청장은
입건을 피한 점도 석연치 않다.
[사설] 2022.11.11
집값 연착륙 대책,
실수요자 도움 되게 보완을
정부가 빠르게 얼어붙고 있는
부동산 시장 경착륙을 막기 위해
10일 종합 대책을 내놓았다.
수요 확대를 위해 서울과
경기 4개 지역을 제외한
전국 규제지역을 해제했다.
부동산 침체가 이어지던
문재인 정부 초기로 되돌아간 것이다.
또 시가 15억 원을 넘는
규제지역 아파트에 금지됐던
주택담보대출이
이르면 내년 초부터 무주택자와
1주택자에 한해 가능해진다.
아울러 다주택자가 아니면
주택 가격과 무관하게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50%로 늘어난다.
집값 하락기는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꿈과
1주택자의 새 집 옮기기
소망을 실현하는 데 좋은 기회다.
하지만 주택가격 상승기에 만들어진
각종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저소득층의 기회를 박탈하고 있어
손질이 필요하다.
가계부채 급등세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대표적이다. DSR는 연간 소득과
대출상환액 간의 비율이라,
소득이 낮을수록 대출을 어렵게 만든다.
금리는 오르고 있고,
무모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는 심리도
안정된 만큼 실수요자 위주로
세심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
[사설] 2022.11.10
참사 질의 중 ‘웃기고 있네’
필담, 어이없다
이태원 참사로 온 국민이
슬픔에 빠진 와중에
윤석열 대통령 참모들의 부적절한 언행이
국민들을 거듭 참담하게 만들고 있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과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이
8일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장에서
‘웃기고 있네’라는 필담을 나눈 게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됐다.
안 그래도 메모 논란이 불거지기 전
가까운 자리에 있던
이수진 민주당 의원이
“의원 질의, 답변 과정에서
비웃듯이 큰 소리로 웃고 있다”며
위원장에게 경고 조치를 주문하기도 했다.
두 수석의 행동은
국민의 대표기관에 피감기관으로 출석한
엄중한 위치를 망각한 것은 물론이고,
참사를 논하는 현장에서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공직자의 기본도 갖추지 않은 이들이
국회의원 출신이란 점도
혀를 찰 만하다.
국회모욕죄로 고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쟁으로 들리지 않는 이유다.
강승규 수석은 인명이 희생된
여름 수도권 폭우 때
“비 온다고
대통령이 퇴근을 안 하냐”고
따졌던 인물이다.
일일이 열거하기 벅찰 정도로
무책임한 언행의 연속이다.
이것이 윤석열 정부의 수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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