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여적] 2023.02.02
키리바시의 한국인 유해/
서의동 논설위원
적도 근처 태평양에
산호초로 이루어진 타라와섬.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서서히 바다에 가라앉고 있는
키리바시공화국의 수도다.
80년 전 ‘철의 폭풍’이
타라와섬에 몰아쳤다.
1943년 11월 일본군이 장악한 섬에
미군이 상륙을 시도하면서 벌어진
‘타라와 전투’다.
일본군은 해안에 수백개의 벙커와
토치카를 설치하고,
상륙용 장갑차의 접근을 막기 위해
해안에 쇠꼬챙이와
통나무들을 박아두며
섬 전체를 요새화했다.
진지 구축에 투입된
2200여명의 노무자 중
강제동원으로 끌려온 조선인이
1400명에 달했다. 미군이 잡은 포로
145명 중 128명이 조선인 노동자였다.
나머지 1200명의 조선인은
전투에 휩쓸려 희생됐다.
25세 청년이던 최병연씨도
그중 한 명이다. 1942년 아내와
두 아들을 뒤로한 채
일본군 노무자로 끌려갔다가 1년 후
타라와 전투에서 희생됐다.
유족들은 전사통지서만 받아든 채
최씨를 가슴에 묻었다.
그러다 2018년 미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확인국(DPAA)이
타라와섬에서 아시아계 유해를 발견했고,
유족과 유전자 대조를 실시한 결과
최씨임이 확인됐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연기되다
올 상반기 중 국내로
유해를 모시기로 했다.
최씨의 유해가 들어오면
‘태평양지역 강제동원’ 희생자
국내 봉환의 첫 사례가 된다.
정부는 그간 일제하
강제동원 희생자 유해 발굴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일본 시민들이 수습한 유해를
한국 정부·민간단체가
넘겨받는 식이었고,
발굴 지역도 일본과
러시아 사할린 정도에 그쳤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은 물론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등
타국에서 전사한 장병의
유해 발굴·송환에
막대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DPAA가 아니었다면 최씨의 유해도
섬을 떠나지 못했을 것이다.
이역을 떠도는 원혼들을
국내로 모시는 일에
보다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사설] 2023.02.03
국민은 난방비에 떠는데,
치적 홍보 나선 대통령실
대통령실이 윤석열 정부 9개월간의
10대 성과를 정리한 영상 콘텐츠를
2월 한 달간 전국 146개 옥외 전광판에
송출할 것이라고 한다.
‘난방비 폭탄’을 맞은 국민들은
집에서 내복과 패딩을 껴입고,
서민층 노인들은
경로당으로 피신하는 지경이다.
부동산 규제 해제를 반기는 이들보다
전세사기 피해로 눈물짓는 이들이 많다.
도대체 누구 보라고 이런 영상을
한 달 동안 내보내겠다는 건지 묻고 싶다.
윤 대통령은 새해 첫날 신년사 발표도
대통령실 참모들만 배석한 채 진행했다.
각종 국정 현안에 대한 구상을 밝히고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는
신년 기자회견은 열지 않았다.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고,
껄끄러운 이야기는 듣지 않겠다는 태도는
민주국가 지도자의 자세가 아니다.
‘일방적 소통’은 소통이 아니라 불통이다.
[기사] 2023.02.03
서울시, 광화문광장에
이태원 참사
추모 공간 요청도 불허/
김보미 기자
서울시가 10·29 이태원 참사
100일 추모제의 광화문광장 개최를
불허한 데 이어 광장 내 추모 공간 설치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서울시는 광장 내 분향소 등의 설치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시민 여가를 위해 개방된
휴게 공간인 광화문광장에
고정물을 설치하는 것은
공간 목적에 맞지 않고,
안전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오는 4일 예정된
참사 100일 추모제는
유가족 단체 등이 집회 허가를 받은
광화문광장 옆
세종대로 3개 차로에서 열릴 예정이다.
당일 오전 녹사평역 분향소를 출발한
유가족 등은 광화문까지
걸어서 이동할 계획이다.
한겨레신문
[미안해, 기억할게] 2023.02.03
24살 아들이 공사하면 민원 0개…
하늘에서도 사랑받고 있겠지/
정환봉 기자
아빠 최명찬(57)씨는
매주 토요일 산을 오른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밭을 가르며,
미끄러져도 다시 일어나
기어이 정상을 향한다.
스물넷, 너무 이르게 하늘로 떠난
보성에게 한 뼘이라도 가까이 닿기 위해
아빠는 매주 험한 산을 기고 또 걷는다.
보성은 예술가의 영혼을 가졌다.
틀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삶을 꿈꿨다.
감수성도 남달랐다.
어린 보성이 “엄마,
땅이 간지러울 것 같아”라고 말해
창밖을 보면 마른땅에 소나기가
후드득 떨어지고 있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는
동시를 줄곧 외웠는데 어느 날은
“책이 내 머릿속으로
걸어 들어왔어”라고 말했다.
엄마는 보성이 커서
시인이 되려나 생각했다.
연화씨는 보성이
이태원에 가려는 계획을 미리 알았다.
보성의 생일은 10월30일이다.
생일에 뭐 하냐고 물었더니
보성은 친구들과 이태원에 간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내심 좋았다.
계속 아빠의 공사 현장에서 일하며
젊은 시절을 충분히 즐기지 못하는
동생이 안타까웠다.
그날만큼은 친구들과
즐겁게 보낼 수 있겠구나 싶었다.
누나는 보성과 함께 이태원에 갔던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친구는 보성과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자신이
조금 더 찾아보겠다고 했다.
100명이 넘게 심정지 상태라는
뉴스가 나왔다. 왈칵 눈물이 난 누나는
곧바로 아빠에게 전화했다.
아빠와 누나는 차를 몰고 이태원으로 향했다.
그러다 보성과 함께 이태원에 간
다른 친구가 서울 동대문에 있는
한 병원에 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그 병원에 신원 미상의
남성도 있다고 했다.
그렇게 가족이 보성을 찾은 시간은
그의 생일인 10월30일
새벽 3시30분이었다.
보성이 세상을 떠난 뒤,
누나는 잘 다니던 무역회사를 그만뒀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수많은 2차 가해를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빠가 주로 맡았던
유가족협의회 활동도
누나가 이어받았다.
“억울함을 풀어줄 것이라고
장담은 못하겠지만, 보성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뭐든지 할 거예요.”
아빠의 마음도 같다.
전원주택을 근사하게 지어
사랑하는 반려견 ‘임짜’와 함께 살자는
보성의 꿈은 이제 이뤄줄 수 없다.
하지만 “새파랗게 젊은 애가
서울 한복판에서 돌아오지 못하는”
일만큼은 다시 벌어지지 않게 하리라는
다짐은 지킬 생각이다.
아빠는 그렇게
하늘을 향해 새끼손가락을 건다.
[사설] 2023.02.03
조국 1심 2년 선고,
한국 사회는 얼마나 ‘공정’해졌나
‘조국 사태’가 환기했던 것은
결국 공정의 가치였다.
하지만 이후 우리 사회에
그 가치가 굳건히 자리잡았는지에 대해선
누구도 그렇다 답하기 힘들 것이다.
현 정부 들어서도 장관 후보자들의
‘부모 찬스’ 의혹은 끊이지 않았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으로 결국 낙마했다.
그러나 이후 진행된 경찰 수사에서
자녀의 경북대 의과대학 편입 특혜 의혹은
무혐의 결정이 내려졌다.
조 전 장관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청문회에서 자녀의 논문 대필·표절 등
변칙적인 스펙쌓기 의혹이
다수 제기됐으나 설득력 있는
해명 없이 넘어갔다.
‘내로남불’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입시 비리 외에 조 전 장관은
민정수석으로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무마한 혐의도 유죄가 인정됐다.
딸이 의학전문대학원에서 받은
장학금은 부정청탁금지법 위반이지만
뇌물수수는 아니라는 판결을 받았다.
증거위조교사, 증거은닉교사,
공직자윤리법 위반 등의 혐의는
무죄가 선고됐다. 애초
‘권력형 비리’ 프레임의 근거였던
사모펀드 의혹은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는 사실까지 고려하면,
검찰의 표적·과잉 수사에 대한 지적은
여전히 돌아봐야 할 지점이다.
[사설] 2023.02.03
대통령 관저 결정에
‘천공’ 관여 의혹, 진상 밝혀야
윤석열 정부 출범 직전인 지난해 3월
대통령 관저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무속인 ‘천공’이 서울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다녀갔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실명 증언이 나왔다.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은
여러 매체 인터뷰에서
남영신 당시 육참총장으로부터
‘천공의 공관 방문 사실을
보고받았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국방부 고위 간부 출신의
실명 증언까지 나온 만큼
정확한 진상 규명이 더욱 필요해졌다.
천공은 대선 당시부터 윤 대통령의
‘멘토’라는 구설에 올랐던 인물이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토론회에서
유승민 후보가 천공에 대해 질문하자
윤 대통령은 “뵌 적이 있다”고 답했고,
토론회 뒤 유 후보에게
‘천공의 유튜브를 보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천공의 제자가 윤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사실도 확인됐다.
최근에는 천공의 강의가 케이티(KT)
인터넷텔레비전(IPTV) 채널에
편성됐다가 취소되는 일도 있었다.
대통령과 무속인이
사적 친분을 맺을 수는 있지만,
무속인이 이를 이용해 호가호위하거나
공적 영역에 영향을 미친다면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의혹은 관저 결정,
나아가 대통령실 이전이라는
국정 현안과 관련되기에
이제까지 나왔던 구설 수준의 의혹과는
차원이 다르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 만큼 객관적으로
사실 관계를 밝혀야 할 것이다.
[사설] 2023.02.02
노동자 임금격차,
‘산업 이중구조’가 본질이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등의
해법을 모색할 고용노동부의
‘상생임금위원회’가 2일 발족식을 열고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
임금의 공정성 확보와 격차 해소,
임금체계 개편 방안 등이
논의될 예정이라고 한다.
한국 노동시장의 뿌리 깊은 병폐인
불평등·불공정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겠다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줄곧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기득권 노조’ 탓으로 돌리는 등
왜곡된 인식을 드러내온 터여서
우려가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는
그동안 노동계에서 줄기차게
요구해온 사안이다. 그런데
노조에 대한 적대감을
여과 없이 드러내온
윤석열 대통령이 거듭 언급하면서
오히려 ‘오염’된 측면이 강하다.
윤 대통령이 노조 혐오와
‘노-노 갈라치기’를 위한 불쏘시개로
이 말을 오용해왔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노-노 간 착취 구조’로 바꿔치기하는
화법이 대표적이다.
대통령의 이런 인식이
위원회의 향후 논의 과정에서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이날 발족식에서
이재열 공동위원장은 “이중구조의
주된 원인은 대기업과 정규직 노조의
하청·비정규직에 대한 상
생 인식과 성과 공유의 부족”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노조 탓’을
복명복창했다고 봐도 지나치지 않다.
진정 상생을 원한다면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 금지 등
경제민주화를 구현하는 것이 우선이다.
한국일보
[기사] 2023.02.03
"천공 ‘한남동 공관' 방문,
남영신 육군총장이
화장실서 몰래 알렸다"
/정승임 기자
2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책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4월 1일
서욱 국방부 장관과
미사일전략사령부 개편식에 동행한
부 전 대변인은 화장실에 잠깐 들렀다가
남 전 총장으로부터 믿기지 않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말씀드릴 게 있다”며
화장실로 이동하는
부 전 대변인을 뒤쫓아온
남 전 총장이 귓속말로
“얼마 전 OOO과 천공이
한남동 육군총장 공관과
서울사무소를 방문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한 것이다. 육군 서울사무소는
용산 국방부 영내에 있다.
부 전 대변인은 저서에서
“군 지휘보고체계를 감안할 때
두 사람(남 총장과 부사관)이
소설을 쓸 리는 만무하다”며
“육군참모총장이 내게 왜 그런
이야기를 했을지 생각해보니 언론에
알려달라는 메시지로 읽혔다”고 밝혔다.
그리고 며칠 뒤 남 전 총장에게 전화해
‘언론에 알려야 하냐’고 물으니
총장은 “자기는 괜찮지만 현역인
부사관이 걱정된다며 절대 비밀을
지켜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한국일보는 관련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남 전 총장에게 전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부 전 대변인은 또
국방부를 떠난 이후
유력 육군 인사에게
추가 의혹을 확인했으며,
그 인사는 “당시 천공이
타고 온 차종은 무엇인지,
누가 현장에 같이 있었는지,
육군 총장보다 더 구체적으로
당시 행적을 들려줬다”고
밝혔다고 주장했다.
[메아리] 2023.02.03
중산층의 불안/
이왕구 기자
중산층은 우리 소설가들의
주요한 탐구 대상이었다.
중산층 특유의 욕망, 속물근성 등
복잡 미묘한 내면은
문학작품들을 통해 구체화됐다.
빠른 경제성장 덕택에
우리나라에서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중산층이 두꺼워진
역사적 배경도 작가들이 중산층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인 이유가 됐을 것이다.
한때 중산층의 상징이었던
‘4인 가족, 아파트, 자가용’은
한국인들의 로망이었다.
실제였건 허위의식에서였건
고도성장기였던 1980년대에는
스스로를 중산층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10명 중 7, 8명이라는 통계도 찾아볼 수 있다.
중산층은 대체로 ‘안정 희구적이다,
더 높은 계급으로의 상승 욕망이 강하다,
하층 계급의 중산층 진입을 막는 데
진력한다. 따라서 차별적 소비 취향을
추구한다’ 같은 특징도 공유한다.
사는 게 다 고만고만했던 과거의
중산층과 달리 이제는 소비 수준,
여가 생활, 자녀 교육에서
특권을 차지하는 중산층과
그렇지 못하는 일반 중산층 사이에는
균열이 생겼고 심연은 깊어지고 있다.
특권적인 중산층을 선망하는
일반 중산층들의 진짜 문제는
상실감과 더 깊어진
불안감이라는 얘기다.
높은 난방비 고지서에 정부가
먼저 취약계층 지원책을 내놨다가
그 정도로는 민심을 돌릴 수 없다며
정치권은 때아닌 중산층 논쟁으로
며칠간 소란스러웠다.
중산층까지 지원을 검토하라는
대통령 발언까지 나오면서,
결국 차상위 계층이 중산층이냐 아니냐,
중산층이 서민이냐 아니냐 등
여러 말들이 오갔다.
집권당의 원내대표가
‘대통령의 말을 넓은 취지로
이해해 달라’는 식으로
허무하게 논쟁은 마무리됐지만
아무래도 가짜 논쟁이 아니었나 싶다.
지위 상승은커녕 더 이상
지위를 지키는 일이 버겁다고 느끼는
'지금' 중산층의 불안감과
막막함은 어떻게 해야 할까.
[사설] 2023.02.03
막오른 여당 당권 레이스···계속
윤심 경쟁만 할건가
여당 당권 경쟁은
낯부끄러운 모습만 보여왔다.
나경원·유승민 전 의원은
친윤그룹 등의 사실상 ‘찍어내기’ 속에
불출마를 택했다.
남은 유력주자인
김기현·안철수 의원 간엔
보기 민망한
‘윤심’ 경쟁이 불거지고 있다.
국민의힘 지지층 여론조사에서
안 의원이 김 의원을 크게 앞서자
‘친윤’그룹의
노골적 견제가 시작된 것이다.
나 전 의원이 불출마의 변으로 남긴
"질서 정연한 무기력함보다는
무질서한 생명력이 필요하다"는 말이
울림을 키우는 현실이 안타깝다.
정책과 비전으로 경쟁하고
견제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친윤’이냐
‘반윤’이냐만 남은 형국이다.
친윤들의 반복되는 '집단린치'는
그야말로 내년 총선 승리의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 아닌지 묻고 싶다.
여기에 최고위원 도전에
극우 유튜버인 신혜식 ‘신의한수’ 대표와
김세의 가로세로연구소 대표도 가세하면서,
점입가경의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여당이자 공당으로서
이제라도 공정하고
품위 있는 경쟁을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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