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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풍성한책방 : 사물의 뒷모습

by 풍성한 그림 2023. 5.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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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뒷모습

 

안규철   291   현대문학

 

1 식물이 시간

2 스무 개의 단어

3 예술가들에게 은혜를

4 마당 있는 집

 

 

관성-

정체성이란 이름으로

내 안에 들어앉은 타성과

편견의 바위들을 끌어내고,

익숙한 방향으로만

흐르려는 생각이 물길을

다른 곳으로 돌릴 힘이

나에게 있는가.

 

소음에 대하여-

우리가 사는 세상은 거대한 잡음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이다.

그럴수록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더 큰 소리를 낼 수밖에 없고,

저마다 내는 더 큰소리들은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이다.

이 악순환의 딜레마에서 빠져나오려면

결국 우리는 더 낮은 목소리로

말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무의미한 말을 줄이고

침묵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완성되지 않는 원-

시작점과 끝점이 만나는 순간에

스스로 안으로 닫히면 완성되는 원은,

완결을 추구하는 인생의 은유이지만,

예술가의 삶에 더 가까운 것은

원보다는 나선일 것이다.

나선의 궤도 위에 있는 사람은

결코 시작점으로 돌아갈 수 없다.

 

좋은 목수-

세상에 남아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

오래 기억해야 할 것과

빨리 잊어야 할 것의

경계를 정하는 자의

고독과 근심을 이해할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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