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주인
이기주 207 말글터
1부 마음心
사람 마음에는 저마다 강이 흐른다-
행복은 수많은 우연과
우연히 그야말로 우연한 계기에 의해서
서로 포개지고 스며든 결과인지 모른다.
‘드는 생각’은 머릿속에서
우연히 솟아나는 생각이다.
마음대로 제어할 수가 없다.
생각이 불쑥불쑥 고개를 드는 순간
두더지 잡기 게임을 하듯이
생각을 내려쳐 억누를 수 없거니와
일부러 끄집어낼 수도 없다.
2부 사랑愛
사랑은 마음이 날씨를
살피는 일인지 모른다-
데체되지 않는 존재는 특별하다.
특별하기 때문에 궁금하다.
인간은 수백 수천 개의
각기 다른 방이 촘촘히 연결된
벌집 같은 구조로 이루어져 있을지 모른다.
하나의 방에서 일어난 소란은
다닥다닥 붙어 있는
다른 방들로 퍼져나가며
크게 증폭되기 마련이다.
조그마한 돌멩이 하나가
고요한 호수에 파문을 일으키듯,
이별과 사랑은
극히 작은 일에서 비롯된다.
3부 생애生
다들 마음속에 있는
산을 오르며 살아간다-
나는 본의 아니게
실수를 저지른 날이면
‘실수=잘못’이라는 공식을
무작정 받아들이기보다 “실수는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방황이 될 수도 있다”는 문장으로
실수를 범한 내 마음을 어루만진다.
그러면 실수했다는
사실 자체는 변하지 않더라도,
그 실수가 생의 지평을
조금은 넓혀주는 것 같아서
나를 덜 자책하게 된다.
오랜 시간 내공을 닦은 사람의
사소한 습관을 엿보게 될 때마다
새삼 깨닫는다. 고수는
아무도 모르는 일을 행하는 자가 아니라,
누구나 아는 일을
가장 자연스럽게 행하는 자라는 것을.
4부 사람人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고
마음을 지킬 수 있다면-
내 존엄성을 짓밟혀가면서까지
마땅히 유지해야 하는 인연은
없는지도 모른다.
나를 빼앗기면서까지
지켜야 하는 관계는,
정상적인 관계가 아니다.
온 힘을 다해 벗어나야 하는
굴레에 불과하다.
자기 삶을 확신하지 못하고 스스로
제 가치를 인식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불안을 떨치고 싶어서
최선을 다해 ‘뒷담화’에 가담하고
타인을 모멸하는 것인지 모른다.
그들이 타인의 흠을 들추는 과정에서 동원하는
수단과 방법은 꽤 다양하지만
목적은 하나로 수렴한다.
어느새 희미해질 대로 희미해진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기 위함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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