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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슬픔은 함께할 수 없다
손택수 문학동네
시인의 말/
혼자다 싶을 때
그 많은 잎들 다 어디 가고
혼자 떨고 있나 싶을 때
나무는 본다 비로소
공중의 뻗어간 뼈를
하늘의 엽맥을
1부 그 눈빛들이 나의 말이다
저녁 숲의 눈동자/
숲속에 있으면 저녁은
시장한 잎벌레처럼 천장에 숭숭
구멍을 뚫어놓는다
나무의 장례/
무덤 속에서도 자란다는 머리카락,
손톱 같다
뒤늦게 사정을 안 가지들은 목마름을 견디며
몸 구석구석을 쥐어짜
천천히 말라비틀어져간다
2부 우리는 해지는 너를 벌판을 함께 보았다
ㅁ자 마당에 물 발자국/
흙 묻은 발이라도 씻고 왔는지
물 발자국이 생겼다
발자국이 하늘로 올라가는 새처럼
희미해진다 찬찬히
대나무/
끝은
대나무의 생장점
그는 뱀처럼 허물을 벗으며
새 몸을 얻는다
3부 겨울은 지상의 가장 오래된 종교
동백에 들다/
동면에 들기 전에 뱀은 흙덩이를 머금었다가
이듬해 봄에 뱉는다고 했다
꿈결에라도 혹여 문을 열고 뛰쳐나올까,
관 뚜껑 열리지 않도록 스스로 짓는 봉분,
4부 순간의 발행인
기계의 마음
-동탄4/
선임자의 컴퓨터가 낯가리을 심하게 한다
정을 끊지 못하고 말썽을 부리는 기계보다
짧은 인수인계로 모든 걸 독차지하려는 내가 더
기계스러운 거 같기도 하다
왔다 간 시/
너무 정색하고 보지 마라
뭔가가 내게 올 때는 대부분 얼핏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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