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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한책방 시 : 어떤 슬픔은 함께할 수 없다,손택수

by 풍성한 그림 2024.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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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슬픔은 함께할 수 없다

 

손택수 문학동네

 

시인의 말/

혼자다 싶을 때

그 많은 잎들 다 어디 가고

혼자 떨고 있나 싶을 때

나무는 본다 비로소

공중의 뻗어간 뼈를

하늘의 엽맥을

 

1부 그 눈빛들이 나의 말이다

 

저녁 숲의 눈동자/

숲속에 있으면 저녁은

시장한 잎벌레처럼 천장에 숭숭

구멍을 뚫어놓는다

 

나무의 장례/

무덤 속에서도 자란다는 머리카락,

손톱 같다

뒤늦게 사정을 안 가지들은 목마름을 견디며

몸 구석구석을 쥐어짜

천천히 말라비틀어져간다

 

2부 우리는 해지는 너를 벌판을 함께 보았다

 

ㅁ자 마당에 물 발자국/

흙 묻은 발이라도 씻고 왔는지

물 발자국이 생겼다

발자국이 하늘로 올라가는 새처럼

희미해진다 찬찬히

 

대나무/

끝은

대나무의 생장점

그는 뱀처럼 허물을 벗으며

새 몸을 얻는다

 

3부 겨울은 지상의 가장 오래된 종교

 

동백에 들다/

동면에 들기 전에 뱀은 흙덩이를 머금었다가

이듬해 봄에 뱉는다고 했다

꿈결에라도 혹여 문을 열고 뛰쳐나올까,

관 뚜껑 열리지 않도록 스스로 짓는 봉분,

 

 

 

4부 순간의 발행인

 

기계의 마음

-동탄4/

 

선임자의 컴퓨터가 낯가리을 심하게 한다

정을 끊지 못하고 말썽을 부리는 기계보다

짧은 인수인계로 모든 걸 독차지하려는 내가 더

기계스러운 거 같기도 하다

 

왔다 간 시/

너무 정색하고 보지 마라

뭔가가 내게 올 때는 대부분 얼핏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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