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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한 책방 : 가끔 이렇게 허깨비를 본다 김형수 문학동네 시인의 말- 시인을 상처로 알던 시절이 너무나 그립다. 24년이나 휴지기를 두었지만 나의 옛 마음을 찾을 수 없었다. 왜 이토록 삶을 기뻐하지 못했을까? 돌아갈 길이 끊긴 자리에 한사코 서 있는 모양이라니! 그래도 네 번째 시집이라 불러야 한다. 1부 형, 울지 좀 마라 2부 눈에 불어 있고 뺨에 빛이 있는 친구 3부 불현듯 멀어지고 있어요 4부 나는 여전히 과거 속에 산다 야생의 기억- 대자연에게 살해된, 깡마른 시간의 가죽옷 한 벌 서커스- 낮은 가지 끝 부서지는 귀청 가득 환한 장작더미 같은 수천의 불꽃들 저 마약 같은 손목가지들 2022. 11. 28.
풍성한 책방 : 끝없는 폭설 위에 몇 개의 이가 또 빠지다 정화진 문학동네 시인의 말- 다시 지어 입을 환희의 문장들, 채색 기둥 위에 빛나는 햇살과 고대 철학을 함께 공부하던 질풍노도의 빛나던 눈동자들, 그 눈부심이 없었다면 어두운 시의 자리로 돌아오기조차 어려웠으리라. 순정하고 아름다운, 그 소녀 소년들, 청년들께, 그대들께, 아침마다 다시 피어날 이슬 묻은 나팔꽃 다발을, 이 시집을, 드린다. 불법체류자들/말의 낯선 풍경들- 노래의 혀가 뽑힌 자들이여, 번쩍이는 눈만 남아 밤을 지새우는 그대 울음의 이름들이여. 바다는 쇠물닭을 몰고 온다- 그네들은 헤엄칠 생각이 없다 바다의 표면은 액체이기를 그만두었으므로, 금속의 바다 위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검은 유리의 차량들, 그 속의 영혼이 하얗게 바랜 사람들 2022. 11. 14.
풍성한 책방 : 나는 이름이 있었다 오은 아침달 시인의 말- 사람으로 태어나 사람을 이해하고 사람을 오해했습니다. 사람이라 이해하고 사람이라 오해했습니다. 사람을, 마침내 사람됨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엄마 아빠, 건강하세요. 저는 이제야 겨우 아들이 되었습니다. 큰사람- 화장실 거울 앞에서는 입에 문 칫솔처럼 더없이 작아지는 사람 치약 거품처럼 별수 없이 삐져나오는 사람 서른- 나이를 먹어도 먹어도 소화가 안 되는 병에 걸렸다 물방울효과- 물방울 한 점에 대해 생각한다. 바다 위에 떨어진 한 점의 물방울에 대해. 그 물방울은 너무도 견고해서 결코 바닷물과 섞이지 않는다. 바다의 일부분이 되길 거부한다. 물방울은 사실 그 어디에도 속할 생각이 없다. 끝끝내 자기 자신으로 남길 원할 뿐이다. 물방울 한 점은 파도를 넘고 햇볕에도 아랑곳하지 .. 2022. 10. 24.
풍성한 책방 : 아빠가 시인인 건 아는데 시가 뭐야? 정재학 문학동네 시인의 말- 게으른 것은 알고 잇다. 무슨 상관이람. 어차피 평생 써야 하는데. 다행히 아직 지겹지는 않다. 시 쓰는 법을 매번 까먹기 때문이다. 1부 아빠, 돼지곱창 음악이 왜 이렇게 아름다워? 2부 오랫동안 고통을 받은 사람들은 눈두덩만 보인다 3부 떨리는 것들은 악기가 될 수 있다 4부 주춤주춤 춤춤 5부 시 몇 편을 쓰고자 저는 아버지를 선책했고요 6부 어떤 시간을 나에게 공간입니다 나비차원- 저 아래 땅바닥이 보이지만 그 아래 또하나의 땅바닥도 보인다 불, 전태일- 증발하는 글자들 속에서도 꿈은 휘발되지 않았다 2022. 9. 12.
풍성한 책방 : 아침이 부탁했다, 결혼식을 송재학 문학동네 시인의 말- 예컨대, 서쪽 노을이 나의 외부이기도 하지만 그게 생활의 불온이며 내부라는 짐작을 한다. 내부는 애면글면 또 누군가의 외부, 지금 내 눈동자와 눈썹까지 들여다보거나 헹구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1부 아침을 담는 항아리 2부 물망(勿忘)의 연두색이 계속 돋았다 3부 이름 대신 슬프고 아름다운 계면(界面)을 얻었다. 유화 -내부5 너비와 깊이가 희미하다 몸이 점차 굳어가며 굴절의 마음을 삼킨다 옹이- 이목구비는 연약하게 시작하지만 체온은 이미 들끓는 울력이더라 2022. 8. 22.
풍성한 책방 : 있다 박소란 147 현대문학 백색소음- 숙면을 취할 수 있을 겁니다 버튼을 눌러 전원을 끌 때까지 문병- 물을 마시고 싶다고 차가운 물을 더듬거리는 그 말을 어서 쉬고 싶다, 로 나는 들었다 그 밖의 정령- 누군가 노크를 하는데 우리는 천천히 문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흰 사람이 나타나 타이르듯 이야기한다 이제 그만 새를 보내주어야 할 때, 2022. 5. 23.
풍성한 책방 : 누가 지금 내 생각을 하는가 이윤설 143 문학동네 2021.10 시인의 말 온 것이 안 온 것보다 낫다. 허나 다시 오고 싶지는 않다. 1부 슬프면 비린 게 먹고 싶어져요 2부 작게 죽자 작게 3부 어찌하여 서운하지는 않고 4부 나는 나로부터 떠나온 것이다 음향효과만으로 된 비- 은빛 날끝은 둥글게 처리되어 잔인한 의도를 감추고 있지만 무표정한 소리만의 비 내 생일 쫑파티- 저녁 공기는 맑고 시원해 자동차가 없는 도로는 가볍지 내가 걷는 길에 찍힌 다디단 발자국을 자기들이 초를 켜고 길게 쫓아와 박상수 해설 겉으로 보면 멀쩡해 보이는 우리, 슬픔을 참고 참으며 홀로 견뎌내는 우리, 왜 이런 인내가 필요하냐는 말에 시인은 대답해줍니다. 2022. 3. 26.
풍성한 책방 : 이런 이야기는 좀 어지러운가 유계영 147 문학동네 시인의 말 마지막 페이지에 수록된 시는 시인의 말을 쓰다가 완성해 버린 것이다. 하고 싶은 말에 거의 다 도달했을 때, 단어가 바닥나버렸다. 종종 이런 일이 벌어지곤 했다. 1부 우리는 시끄럽고 앞뒤가 안 맞지 2부 손까지 씻고 다시 잠드는 사람처럼 3부 이렇게 긴 오늘은 처음입니다 4부 별 뜻 없어요 습관이에요 진술서 - 누군가 웃었던 것 같은데 큰곰자리와 작은곰자리를 이어 죽음을 푹푹 퍼올린 것 같은데 기림을 보여주는 사람은 난장이를 숨긴다 - 그는 난장이를 숨기기 위해 앞마당에 구덩이를 팠다 삶을 너무나 소중히 다룬 나머지 인간이 만들어놓은 지옥처럼 깊었다 2022. 3. 6.
풍성한 책방 : i에게 김소연 102 아침달 시인의 말 한사람이 불면의 밤마다 살아서 갈 수 있는 한쪽 끝을 향해 피로를 모르며 걸아갈 때에 한 사람은 이불을 껴안고 모로 누워 원없이 한없이 숙면을 취했다 이 두 가지 일을 한 사람의 몸으로 동시에 했던 시간이었다. Ⅰ 그 좋았던 시간에 대하여 Ⅱ 동그란 보풀이 될 수 있다는 믿음 Ⅲ Mean Time Between Failures 평균 고장 간격 남은 시간 中 휘파람을 불거나 씩씩대거나 꽥꽥 노래도 불렀지만 기도는 하지 않았다 야유를 하기 위해서였다 우리 바깥의 우리 中 우리는 등을 보이지 않을려다 곧 얼굴을 다 잃어버렸다 기나긴 복도 中 너는 잠들지 않고 싶다 너는 꿈꾸지 않고 싶다 나는 그 심정을 모를 수가 없으나 모르고 싶다 뒷표지 우리는 서로 뒤쪽에 있으려 한다 표정은.. 2022. 2. 11.
풍성한 책방 : 저녁이 쉽게 오는 사람에게 이사라 문학동네 145 1부 사람은 어떻게 이별이 아플수 있을까 2부 없는 가족도 자리잡고 앉는 밤 3부 서럽게 어렵게 뜨겁게 4부 잠 속에서도 잠을 잤다. 집밥 中 돌아오지 못하는 그리운 마음들이 멀리서 저 혼자 뜸드는 밥이 임종(臨終) 中 오래 닳은 슬픔 끝에서 한 나무가 쓰러진다 시인의 말 늘 해질 무렵이었다. 새살이 돋아야 했던 기억들 항상 그때였다. 상처가 있는데 안 아프다고 상처가 없는데 아프다고 생각이 물들 때까지 참 오래 걸렸다. 이제 가볍게 집으로 간다. 2021. 1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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