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어짐작한 살인,
확인하고 싶은 살인
히가시노 게이고 336 도서출판 재인
제1막 무대 p18
현관문은 묵직한 나무 문이다.
무심코 문 위쪽을
바라보던 다카유키는 어, 하며
조금 놀랐다.
문 위로 벽에 나무로 만든
가면이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거치 조각에 색도 칠하지 않은
단순한 것이지만 치켜뜬 눈과
옆으로 찢어진 입이 묘한 위엄을
지니고 있었다.
도모미의 부모님이 외국에 갔다가
기념품으로 사 온
부적 같은 것이겠거니 생각했다.
아버지가 가끔
이상한 물건을 사들인다고
도모미가 투덜거렸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가면이 내려다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다카유키는
문을 열었다. 그 순간
무언가를 모를 불길한 예감이
그의 가슴을 스쳤다.
물론 그것은 아무 근거도 없는
예감이었다.
제2막 침입자 p83
“당신들에게는 원한이 없어,
우리가 필요한 건 이 별장이다.
오늘 밤 이곳에 오기로 한 건
2주일 전에 벌써 결정된 일이야.
그러니 소유자인 당신에
대해서도 조사를 했지.
그리고 예정대로 온 거야.
그런데 어쩌다
당신들과 마주치게 된 거지.
당신들도 운이 없지만
우리 역시 마찬가지라고.”
“왜 이 별장이 필요한 거지?”
“숨기에 딱 좋잖아.”
제3막 암전 p168
천천히 눈을 뜨니
회색 천장이 시야에 번졌다.
순간적으로
현재 상황이 파악되지 않았다.
몇 초가 지나서야
모리사키가의 별장에
있다는 것이 떠올랐다.
아, 그렇지,
하고 생각했다. 자신은 지금
강도들에게 감금되어 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문을 마구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폭죽 소리라고 생각한 것은
그 소리인듯했다.
일어나 문을 열었다.
진이 뻘건 눈이 바로 앞에 있었다.
제4막 참극 p185
“당신네들 입으로
직접 말하기를 두려워하는 것 같아서
내가 대신 말해 주는 거야.
당신네들은
하나같이 좋은 사람인 척하고 있지만
누군가 한 사람은 가면을 쓰고 있어.
그 여자를 죽인 사람은
당신네들 중에 있다고.”
진이 한 사람 한 사람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말했다.
그 말에 압도당했는지
인질들은 잠시 말을 잃었다.
애석하지만 그의 말이 옳다고
다카유키는 생각했다.
제5막 탐정역 p275
“이런 지경에까지 와서
숨겨 봐야 아무 의미 없잖아.
어차피 죽는다고, 그러느니
죄를 고백하는 편이 낫지.
범인을 안다고 한들
경찰에는 말하지 않기로 했으니까.”
그의 말은 보이지 않는 상대,
누군지 모르는 상대를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스스로 나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제6막 악몽 p303
손발이 묶인 상태에서 다카유키는
몇 번이나 몸을 뒤척였다.
불길한 생각이 머리에서 떠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가
끙끙거리며 밤을 지새우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어디선가 톡 하고
작은 물건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어서 나무판이 삐걱거리는
듯한 소리도 들렸다.
다카유키는 귀를 기울였다. 그러자
이번에는 유리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동시에 바람이 휭 불어왔다.
방향으로 보아 베란다 쪽인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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