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설

풍성한 책방 :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by 풍성한 그림 2020. 11. 13.
728x90
반응형

살면서 기적을 바랄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기적은

내가 살아온 과거나

미래에 대해

책임이 따를 때 주어집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455  현대문학

 

p16

상품 진열대를 비추면서

가게 안을 한 바퀴를 살펴보았다.

비닐시트 같은 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통 모양으로 말린 창호지가

눈에 띄었다. 그걸 펼치면

그럭저럭 잠자리로 써먹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고 손을 내밀려던 때였다.

등 위에서 작은 소리가 났다.

흠칫해서 돌아보았다.

뭔가 하얀 것이 셔터 바로 앞의

종이 상자 속으로 툭 떨어지는

게 보였다. 손전등으로

종이상자안을 비춰보았다.

아무래도 편지 같았다.

한순간 온몸의 피가 수런거렸다.

누군가 방금 셔터의 우편함에

넣고 간 것이다.

이 시간에 이런 폐가에

집배원이 우편물을 배달해줄

리는 없다. 그렇다면 이 집에

자신들이 있다는 것을 눈치챈

누군가가 뭔가를 알려주려고

다녀갔다는 얘기가 된다.

 

p108

마을 회관은 단층집을

조금 크게 지은 듯한 건물이었다.

상복을 입은 사람들이

바쁘게 들락날락하고 있었다.

접수처에 어머니의 모습이 보였다.

홀쭉하게 여윈 웬 남자와 뭔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가쓰로는 천천히 그쪽으로

다가갔다. 어머니가 가쓰로를

알아보고 방긋 입이 벌어졌다.

가쓰로는 잘 다녀왔다는 인사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 직전에

곁에 서 있는 남자의 얼굴을

보고는 말문이 턱 막혀버렸다.

그건 아버지였다. 너무 바짝

말라서 딴사람인 줄 알았던것이다.

 

 

 

p223

역을 빠져나와 상점이 늘어선

거리를 걸으면서 와쿠 고스케는

심술 사나운 감정이 가슴속에

번지는 것을 느꼈다.

예상했던 대로

역시 이 지역도 한산한 거리로

변해버렸다. 타지 사람들이 속속

들어와 집을 짓고 역 앞

상점가가 활황을 누린 건

70년대의 일이다. 그로부터

약 사십여 년이 지났다. 시대는

바뀌었다. 지방 도시는 어디든

셔터문이 굳게 닫힌 점포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이곳이라고 예외일 리 없다.

옛날에 본 풍경과 조합해가면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이 도시의 기억은 이미

희미해졌을 줄 알았는데 실제로

와보니 생각나는 곳이 의외로

많아서 스스로도 놀랐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