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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풍성한 책방 : 불량가족 레시피

by 풍성한 그림 2020.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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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가족의 모습이 바뀔 수 없면,

내가 만들 수 있는

가족의 모습을 만드는데

어떤 노력을 해야할 까.

 

함께 읽으면 좋을 책

이상한 정상가족

 

손현주 199 문학동네

 

p20

져녁 여덟시는

할매의 휴식 시간이다. 할매가

약장사 공연만큼이나 좋아는

텔레비전 시청이 시작되기

때문에 늦게 들어오는

사람에게는 밥이 없다. 할매의

관심 분야는 뉴스부터

홈드라마까지 다양하다. 뉴스를

볼 때면 할매의 정치적 성향을

정확히 알 수 있다.

촛불 시위나 용산 참사,

농민 시위와 같은

사건 보도에서는 꼭 거드는

한마디가 있다. “나라를

어지럽히는 빌어 처묵을

새끼들은 모두

불살라 직이야 한다.”

 

p42

오랜만에 날으는 바늘

갔다. ‘날바는 코스튬플레이

전용 카페로, 스튜디오가 따로

있어 사진을 찍기에도 편하다.

2층이 촬영 공간이고,

3층은 의상 대여와 수선을

하는 공간이다. 1층 카페의

종업원들은

유럽식 하녀 복장을 하고 주문을 받는다.

잠시 이국적인 느낌에 빠질 수 있어

기분까지 좋아진다.

 

p86

불곰에 의해 집으로 끌려온

나는 가족들의 얼굴을 보는

것조차 쪽팔렸다.

마구 헝클어진 머리카락와

부어오른 뺨이

가관이었다. 언니는 내 보복이

두려웠는지 이미 방에서 사라졌다.

할매 방으로 튄 게 분명했다.

나를 이 꼴로 만들어야 속이

시원했겠지, 그런 인간을 믿고

잠시나마 고마움에 감격했던

내가 한심한 년이다.

 

p118

매점 아저씨에게 돈을 갖다

주기로 한 날이 바로 내일이다.

나는 할매가 거실에서 한창

드라마에 빠져 있는 동안

할매의 방에 들어가 평소에

즐겨 드는 악어가죽 핸드백을

조심스레 열었다. 흰 봉투에

약간의 현금이 들어 있었다.

만 원짜리 여섯 장을 빼고

봉투를 다시 핸드백에 넣었다.

아마 할매는 이 봉투에 얼마가

있었는지 잊었을 거다. 원래

나이가 들면 건망증이 심해

뇌가 깜박거리기 마련이니까.

 

 

 

p186

경찰서로 가는 길에 아빠에게

필요한 속옷과 세면도구,

그리고 큰마음 먹고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한 권 샀다. 아빠가 이런 책을

읽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게 있듯이 아빠도 무언가

느끼는 게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솔직히 그런 기대보다는

유치장에서 하루종일 답답해할

아빠가 성질에 못 이겨 사람을

패기라도 할까 봐 걱정이 되어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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