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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미 199 문학동네
p70
나는 내 친구들에게
자잘한 선물 주는 걸 좋아한다.
취향이 까다로운 아람이 말고는
다들 내가 준 선물을
대체로 마음에 들어 하는 편이다.
무리하는 건 아니다.
학원 안 다니지,
간식이나 화장품 사는 것 말고는
용돈을 쓸 곳도 없지,
그러니 나는 친구들을 위해
마음껏 선물을 살 수가 있다.
p127
비가 갠 운동장은 조용했다.
청정한 하늘을 가르며
새들이 날아갔다.
저쪽 스탠드에 아람이,
병희, 설아가 서 있었다.
나는 터벅터벅
친구들을 향해 걸었다.
설아가 제일 먼저 나를 발견했다.
내가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설아도 손을 흔들었다.
멀지 않은 거리. 그런데
친구들의 분위기가 묘했다.
나를 바라보는 아람이와 병희의 표정,
설아의 알 수 없는 미소,
뭐지? 내 얘기를 하고 있었나?
뒤표지
이모티콘과 함께 문자를 보냈다.
답문은 없었다. 뭐, 괜찮다.
어차피 마지막 문자는 늘 내 몫이니까.
원래 그렇다. 누구 한 명이
‘그 애 좀 이상하지 않아?’
이렇게 씨앗을 뿌리면,
다른 친구들은
‘이상하지, 완전 이상해.’라며
싹을 틔운다. 그다음부터 나무는
알아서 자란다.
‘좀 이상한 그 애’로 찍혔던 아이는
나중에 어마어마한 이미지의
괴물이 되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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